"한국은 불가능" 덴마크 교장 파격 패션, 이건 시작일 뿐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결을 찾아 봅니다.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는 2025년 1월 14일부터 22일까지 스코벤스 숲유치원, 트레크로네르스콜렌,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콜레, 류슨스틴 고등학교 등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편집자말>
[이주영, 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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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오전 트레크로네르스콜렌을 찾아 덴마크의 행복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봤다. 사진은 설명 중인 욘 리스너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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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교장 선생님 옷차림 좀 봐요." "한국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한국에서 교사인 몇몇 일행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더니 말했다. 욘 교장은 점퍼에 청바지, 운동화 차림이었다. 고등학교에서 일하는 한 참가자는 "한국 교장들은 항상 반듯하게 정장을 입고 다닌다. 캐주얼 패션은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야외에서 뛰어놀던 한 아이가 다가와 "욘~"이라고 이름을 부르더니 손을 흔들며 교장에게 다가왔다. 그 역시 "Hej"(하이, 덴마크어로 안녕) 하고 반갑게 응답했다. 교장과 학생들의 말을 전하던 통역사마저도 "한국과는 참 다르다. 권위적인 모습을 찾을 수 없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각) 오전 트레크로네르스콜렌을 찾아 덴마크의 행복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봤다. 수도권 지역인 로스킬데에 있는 이곳은 공립학교로, 6세부터 16세까지 다닐 수 있다.
덴마크의 초등학교는 9학년제다. 6살에 0학년으로 입학해 9학년(15세)까지 다닌다. 한국의 초등학교(6년)와 중학교(3년) 과정을 합친 셈이다. 트레크로네르스콜렌 등 몇몇 학교는 10학년(16세)까지 운영하기도 한다.
이 학교에는 총 학생 860명이 재학 중이며 학년당 4개 반이 있다. 교직원은 교장, 교사, 페다고그(Pedagogue, 방과후 돌봄 교사), 기타 스태프 등을 포함해 9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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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오전 트레크로네르스콜렌을 찾아 덴마크의 행복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봤다. 사진은 학교 외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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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오전 트레크로네르스콜렌을 찾아 덴마크의 행복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봤다. 사진은 설명 중인 욘 리스너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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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권한도 한국과 비교했을 때 훨씬 많다. 학년별로 정해진 시간표가 있지만 교사가 유동적으로 약간 조절할 수 있다. 이 학교의 경우 수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벨이 교실마다 달랐다. 욘 교장은 "벨소리는 그 반의 교사들이 정한다"고 설명했다. 커리큘럼 역시 큰 방향 아래서 교사만의 구상과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도록 보장한다.
권한을 존중받은 교사들은 학생들의 자율성도 동등하게 지키려 노력한다. 강압적으로 통제하기보다는 스스로 절제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수업 때 왔다갔다 하는 학생에겐 제자리에 가만히 앉도록 제재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교실에서 같이 앉아 수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 묻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다.
욘 교장은 "오래 걸리고 교사에게 큰 인내심이 요구되는 교육방식이지만, 학생이 자신의 선택을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 학교의 규칙이나 규범에 주인의식을 갖고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내 스마트폰 사용 제한 규칙을 만들 때도 교장이나 교사가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고, 고학년 학생들이 참여한 운영위에서 논의해 결정했다.
학생들의 인간적 성장과 마음건강을 돌보려는 노력 또한 제도과 커리큘럼 곳곳에 녹아 있다. 덴마크는 한 반의 교사와 학생이 3년에서 6년 정도 계속 같이 지낸다. 학생들은 장기적으로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함께 어울리는 법을 익히며 유대감을 쌓는다. 교사는 아이들을 오래 지켜보며 단편적인 성적보다는 성장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트레크로네르스콜렌은 감정을 표현하는 시각적 자료를 만들어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수시로 기분이 어떤지 묻는 시간도 있다. 욘 교장은 "기분이 좋으면 웃는 얼굴을, 슬프면 우는 얼굴을 가리켜달라고 한다"며 "학생의 수업 참여나 학교생활 등에 참고한다"고 했다.
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은 덴마크어·영어·종교·수학·과학·체육 등 기본과목 외에 역사·독일어·사회학·음악·미술·공예·디자인 등이 있다. 수업은 교사가 칠판 앞에 서서 강의하는 방식과 거리가 멀다. 철저히 프로젝트 중심이다. 교사가 주제를 던져주고 개괄적으로 설명한 뒤, 나머지 시간엔 학생들이 토론하고 조사하고 탐구한 뒤 발표 등 과제를 수행한다.
언어 수업은 내 생각과 의견을 말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고, 수학 수업 땐 야외에 나가서 각도를 재고 모양을 찾고 계산하며 실생활에서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깨닫도록 한다. 기후변화를 배울 땐 직접 폭우 등의 문제를 조사한다. 욘 교장은 "교사들이 서서 설명하는 걸 듣기만 하면 학생들은 아무것도 배울 수 없다"면서 "배운 걸 친구 등과 소통하며 익혀야 나의 능력으로 만들 수 있고 배움 자체를 즐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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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오전 트레크로네르스콜렌을 찾아 덴마크의 행복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봤다. 사진은 6학년 영어 수업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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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오전 트레크로네르스콜렌을 찾아 덴마크의 행복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봤다. 사진은 학교의 한 교실 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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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올리버는 학생들에게 오늘 수업이 어땠는지 물으며 "내 수업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평가해달라"고 물었다. 한 학생이 "활동 중심이라 좋았다"고 하자, "비판적인 말이어도 상관 없다"며 다양한 평가를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욘 교장은 "이 학교의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양한 의견을 끊임없이 질문한다"며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고, 상대와 다른 의견을 설득력 있게 전하는 법 등 민주적인 소통방식을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성이 보장된 분위기 속에서 수평적 소통 중심의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학교생활에 매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기자와 대화한 6학년 학생 6명 모두 '학교 오는 게 즐겁나'라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에밀리아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게 가끔 피곤하긴 하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이 좋아서 학교 오는 게 즐겁고 기대된다"고 말했다. 노아는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재밌다"고 했고, 소피아는 "가끔 숙제가 많을 때도 있지만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 같은 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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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오전 트레크로네르스콜렌을 찾아 덴마크의 행복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봤다. 사진은 학교 외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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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오전 트레크로네르스콜렌을 찾아 덴마크의 행복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봤다. 사진은 설명 중인 욘 리스너 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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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오전 트레크로네르스콜렌을 찾아 덴마크의 행복교육이 현장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 살펴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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