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고 비통...문상호 동문, 진실 밝히고 속죄하길"
[장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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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상호 국군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이 지난 12월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선거관리위원회 병력 파견 경위에 대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
ⓒ 남소연 |
<오마이뉴스>는 문 전 사령관의 대전 보문고 동문인 고제열(56)씨를 22일 대전 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사태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고씨는 동문이 내란 주역이라는 것에 대해 "참담하고 비통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문상호의 은사가 '공부 잘하는 순둥이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일을 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동시에 일부 동문들은 출신 고교를 연관지어 보지 말고 육사 선후배의 범죄행위로 봐야 한다고 반응한다고도 전했다. 그는 문상호를 향해 "이제라도 모든 진실을 말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충고했다. 다음은 고씨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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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계엄의 주역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보문고 동문 고제열(56)씨.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문이 내란사태의 주역이 됐다는 것에 "참담하고 비통하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문 전 사령관을 향해 "이제라도 모든 진실을 말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충고했다. |
ⓒ 오마이뉴스 장재완 |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과거 작은 언론사에 2년 정도 몸담았던 적이 있다. 대전 보문고 34회 졸업생이다. 문상호는 1년 후배인데 이번 사건을 통해 알게 됐다.
계엄 관련 뉴스가 계속 나오는데 처음에는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충남고 출신으로 나오더라. 그때 지인들과 '충암파만 있는 게 아니라 충남파도 있네'라고 농담했는데, 그다음에 문상호 사령관이 보문고라고 나왔다. 찾아보니 동문 맞더라. "
- 동문이 내란에 깊게 관여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참담하고 비통했다. 우리 학교가 대단한 명문고는 아니어도 동문 중에 훌륭한 사람이 많고 해서 '나 보문고 나왔어'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다녔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불명예스러운 일이 있을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 다른 동문들과 이 사안에 대해 이야기 나눠본 적 있나? 어떤 반응을 보였나?
"주변 동문들에 전화해 물어봤다. 문상호의 은사님과 통화를 했다는 동문이 있었다. 문상호의 담임이셨다는데 '공부 잘하고 조용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엄청난 일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씀하셨다더라. 다른 동문 대부분 '충격이다' '같은 동문으로서 부끄럽다'는 반응이었다. 일부 동문은 '왜 고교랑 엮어서 보느냐, 학교랑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육사 선후배들의 범죄 행위로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문상호에게 동문으로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때는 자랑스러운 동문이었다고 하더라. 육사에 가 장군까지 올랐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아마 본인도 지금 크게 후회하고 있을 것 같다. 이제라도 모든 진실을 말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말하고 싶다. 사건의 진상을 털어놓고 반성하는 게 속죄하는 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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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의 12.3 내란과 연관된 충청지역 인사들. 윗줄엔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아랫줄 왼쪽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
ⓒ 오마이뉴스 |
"저는 지역적 특성이라기보다는 개인적 관계 때문이라고 본다. 충청 지역은 독립운동가 출신도 많고, 역사적 격변기에 떨쳐 일어났던 고장이다. 다만, 대통령부터 비서실장, 또 육사 출신 고향 선후배 등이 서로 인간적인 관계를 맺다가 거절하지 못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문상호를 비롯한 군인들은 상명하복 문화가 몸에 배어 있을 듯하다. 그 나이대 사람들이라면 그런 의식이 있을 것이다. 저는 이번 내란을 통해 그같은 정서가 좀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변곡점이랄까. '불법적인 명령은 따르지 않는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생겼으리라 믿는다."
- 대통령은 비상계엄 원인을 야당에서 찾고 있다. 입법독재 때문에 계엄이 불가피했다는 논리다. 어떻게 평가하나.
"동의 못 한다. 정치에는 늘 여야가 있고, 의견이 충돌하기 마련이다. 그때 이뤄져야 할 것은 토론이다. 그게 의회민주주의고 자유민주주의다. 윤석열이 늘 강조하는 게 자유민주주의 아닌가. 여소야대는 국민의 선택이었다.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나라가 돌아가는데,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계엄을 통해 모든 걸 부정한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독재를 하겠다는 것일 뿐이다. 이제 와서 야당 탓하는 건 비겁한 변명이다."
- 위헌적 계엄에 이어 법원 습격 사태까지 발발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그 사람들이 집회 때마다 성조기를 들고 나오더니 미국 보고 배운 것 같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 습격했던 것처럼. 민주국가 최후의 보루인 법원을 습격한다는 건 폭동이다. 엄벌해야 한다."
- 서부지법 폭동사태와 관련해 가짜뉴스와 선동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내란 이후 주변에서 가짜뉴스를 접한 적이 있나.
"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과학을 믿지 못하는 건가 싶다. 지금 거리로 나오는 극우 세력 역시 비슷한 모양새라고 생각한다.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유튜브를 보면서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그것이 마치 진실인 것마냥 맹신하는 거다."
- 정권 퇴진, 탄핵 찬성 집회에 자주 참여하는 것으로 안다. 나가는 이유가 뭔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경제·민생·국방·외교 등 모든 것이 망가졌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그래서 윤석열 퇴진 촛불행동이란 단체가 주최하는 서울 집회에도 참여했었고, 계엄 이후 대전에서 열리는 탄핵집회에도 매주 참석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를 저도 똑같이 느끼고, 그들의 말에 동의한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시민으로서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작은 힘이라도 보태는 거다."
- 탄핵 집회에 참여하면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집회가 많이 변했다. 박근혜 탄핵 집회 때는 촛불을 들었는데 이제는 응원봉이다. 수많은 10대, 20대, 30대 젊은층이 참여하고 있더라. 신선하다. '아, 저들도 사회의 불합리에 분노하는구나, 자기 목소리를 내기 위해 참여하는구나' 느꼈다. 기성세대로서 뿌듯했고, 함께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서울 집회에 갔을 때였다. 옆자리 청년에게 방석을 줬더니 고맙다면서 자기가 싸온 음식을 나눠줬다. 서로 동질감과 연대감을 느꼈다. 우리 미래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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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현 전 장관 직접심문하는 윤석열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직접 심문하고 있다. |
ⓒ 헌법재판소 화면 캡춰 |
"'정해져 있는 사법절차대로'라는 가치가 지켜지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윤석열이 '우리나라 법이 모두 무너졌다' '불법의 불법의 불법의' 어쩌고 그렇게 말하는데, 사실 불법은 자기가 저질렀고 사법절차를 거부한 것도 본인 아닌가.
법에 따라 국회가 합법적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고 헌법재판소가 일정에 따라서 심판하면 된다. 대통령이 돼서 수사를 거부하고 지지 세력을 선동할 게 아니라 사법적 판단을 받으면 된다. 본인 담화문처럼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 리더라면 '모든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제 부하들은 책임 없습니다' 하면 되는데, 지금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는 걸 보면 정말 창피하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됐을까 부끄러울 뿐이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
" 계엄 당시 국회의사당으로 달려가 계엄군을 온몸으로 막아낸 시민들과 국회 보좌진들, 정말 감사하다. 내가 그런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산다는 게 정말 뿌듯하다.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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