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정권교체 실감케 한 백악관 대변인의 ‘파격’
대통령 취임 일주일 만에 쏟아진 300여 건의 행정명령, 뉴스를 뿌리는 새 대통령의 폭탄 발언, 줄줄이 체포돼 본국 귀환을 기다리는 불법 이민자 행렬 등.
미국의 정권교체를 실감케 하는 장면들이다. 여기에 지난 28일 있었던 캐럴라인 레빗(27) 백악관 대변인 브리핑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최연소 백악관 대변인이 된 레빗의 데뷔 무대였던 이날 브리핑을 요약하면 ‘변화’와 ‘파격’으로 모아진다.
일단 출입기자들부터 적잖이 바뀌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곤 하던 한국계 MJ 리 CNN 기자 자리에는 ‘트럼프 마크 우먼’ 케이틀린 콜린스가 앉았다. 브리핑룸에는 1열당 7석씩 7열로 배치된 49개의 좌석이 있는데, 1열 맨 오른쪽 콜린스를 비롯해 상당수 주요 매체 기자들이 새 얼굴이었다.
브리핑룸 마이크 주인이 아이티 이민자 가정 출신의 흑인 여성 커린 잔피에어 전 대변인에서 젊은 백인 여성 레빗으로 바뀐 것은 얼굴색의 변화만큼이나 드라마틱했다.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백악관 대변인이자 성소수자이기도 했던 잔피에어는 바이든 행정부가 지향했던 가치 ‘DEI(다양성·공평성·포용성)’의 아이콘과 같았다. 그 자리에 등장한 레빗이 “앞으로는 불법 DEI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 자금 지원이 없을 것”이라고 하는 장면은 아이러니컬했다.
레빗이 첫 질문권을 기성 유력 매체가 아닌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 브레이트바트에 준 것은 파격의 하이라이트였다. 백악관 대변인은 손을 든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주는데, 지금까지는 철저히 매체 파워 순서를 따랐다. 브리핑룸 1열 정중앙을 차지한 AP통신을 필두로 1열 대형 방송사, 2열 대형 신문사 등 앞줄에서 뒷줄로 질문권이 차례차례 넘어갔는데, 이런 관행을 레빗이 보란 듯 깼다. 레빗은 또 대변인실 공보 직원들이 앉던 연단 바로 옆자리를 ‘뉴미디어석’이라고 부르며 비(非)제도권 언론에 그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자신에게 비판적이었던 주류 언론을 “가짜뉴스”라 폄하하며 적대감을 드러내 왔다. 레빗의 이날 파격은 기존 제도권 매체와 대립해 온 트럼프 행정부의 대 언론 정책이 투영된 결과라는 얘기가 나온다.
트럼프 2기가 앞으로 펼칠 4년간의 국정 운영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기존 문법과 질서를 뒤흔드는 파격의 연속일 것이다.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에 맞서려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면밀한 대비책이 필요할 듯하다.
김형구 워싱턴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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