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시위에 왜 이렇게 무지개 깃발이 많냐구요?

김세희 2025. 1. 30.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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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의 시대 넘어선 저항의 상징... 탄핵 집회에서 힘을 발휘한 퀴어 커뮤니티

2030여성들은 어떻게 살아왔길래 광장에 뛰쳐나올까. 우리 이야기는 우리가 기록한다. "백날 지워봐라, 우리가 사라지나." <기자말>

[김세희 기자]

 성소수자 부모모임, 심리상담하는 성소수자 네트워크 이음, 청년성소수자문화연대 큐사인 등 탄핵 집회현장에 다양한 퀴어 깃발이 모였다.
ⓒ 진일
"케이팝을 틀어놓고 춤추며 깃발을 흔드는 모습은 퀴퍼랑 다를 바가 없어요."

탄핵 광장의 독특한 점은 언제 어디서나 퀴어(성 소수자) 깃발을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퀴어퍼레이드와 윤석열 탄핵 집회에 모두 참여한 예현의 말처럼, 깃발을 흔들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퀴어퍼레이드의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매년 퀴어퍼레이드를 통해 연대와 조직의 방식을 익힌 퀴어 커뮤니티는 이번 집회에서도 그 힘을 발휘했다.

퀴어 커뮤니티가 이번 시위에서 두드러진 이유는 단순한 조직력 때문만은 아니다. 이는 윤석열 정부에서 성소수자들이 경험한 억압과 배제에 대한 반작용이자, 그에 맞선 강력한 연대의 몸짓이었다.

2024년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불발되면서 성소수자들은 공론장에서 강제적으로 배제되었다. 이는 단순히 장소 문제를 넘어 사회적 배제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겨졌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차별금지법조차 논의되지 않으며 퇴보했다. 제니는 이를 두고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광장에서 나부낀 무지개 깃발은 억압의 시대를 넘어선 저항의 상징이자 시민에게 환영받는 존재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깃발을 든다
 '개빡친 퀴어' 깃발은 윤석열 정부의 소수자 정책 퇴행을 이유로 제작됐으며 부산 탄핵 집회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깃발이다.
ⓒ 개빡친퀴어
그러나 새로운 세계를 향한 외침이 언제나 매끄러운 과정만을 동반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시위에선 트랜스젠더라는 발언자의 소개에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퀴어 당사자인 제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트랜스젠더 이슈가 대두되면서 주변에서 혐오 발언을 듣게 됐어요. 그래서 최근 시위에서는 마음이 조금 힘들었어요"라며, 일부 참가자 사이에서 트랜스젠더를 향한 편견이 드러났던 순간을 회상했다.

탄핵 집회 정보를 나누기 위해 개설된 오픈카톡방에서는 '왜 다수의 발언이 퀴어 연대 이야기로만 이어지는가'라는 질문이 토론의 주제로 떠올랐다. 여성이자 퀴어로 시위에 참여한 막다는 "처음엔 배제로 시작된 논의였지만, 사나흘 동안 포기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간 이들의 노력 덕분에, 결국 이해와 연대로 나아갈 수 있었다"며 토론의 중요성과 이를 가능하게 한 사람들의 헌신을 강조했다.

또한, 서로 다른 정체성과 경험이 겹치는 지점에 대한 고민도 이어졌다. 최근 무지개행동이 팬덤 고유의 응원봉 이미지를 집회 홍보물에 사용하면서 촉발된 사건과 맞물려 있다. '2030 여성을 중심으로 한 응원봉 문화를 퀴어만의 문화로 전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반발이 있었다.

무지개행동은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 홍보물에 팬덤의 응원봉 이미지를 사용한 것에 대해 "팬덤 고유의 응원봉이 가지는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숙고하지 못한 점"과 "응원봉 문화의 맥락에 대한 깊은 사유 없이 이미지를 차용한 점"을 인정하며 공식 사과했다. 홍보물 이미지를 삭제하고 교체했으며, 팬덤 문화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막다는 이와 같은 사건에 대해 "이런 논쟁은 피로감을 줄 수 있지만, 대화를 지속하는 것 자체가 이미 큰 의미를 가진다"며 소수자 간의 갈등도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강조했다. 결국, 완벽한 연대는 없지만 끊임없이 대화하고 조율하며 이해를 넓혀가는 과정이야말로 공동체를 강하게 만드는 힘이다.

성소수자와 농민이 만들어낸 한국판 <런던 프라이드>
 남태령 시위 이후 전국농민회총연맹은 무지개떡을 나눴다.
ⓒ 김종훈
영화 <런던 프라이드>는 1980년대 영국에서 성소수자(LGBT) 활동가들이 광부들과 손을 잡고 연대했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그리고 남태령 시위에서 퀴어와 농민이 보여준 모습은 그 영화의 한국판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강렬했다.

여성과 성소수자는 응원봉과 깃발을 들고 농민들을 지지하기 위해 남태령으로 달려갔다. 현장에서 농민들은 깃발의 의미를 묻고, 트랜스젠더나 논바이너리 같은 단어를 배우려 노력하며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이러한 만남은 단순한 연대를 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다.

남태령 시위 이후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은 감사의 표시로 광화문에서 열린 4차 범국민대회에서 무지개떡 1만 개를 나눴다. 무지개떡을 준비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각각 다른 색의 떡을 따로 찐 후 층층이 쌓아야 하는 만큼 정성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전농은 퀴어,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에게 연대를 표현하기 위해 무지개떡을 택했다.

모두가 오직 하나의 목소리로 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우리는 각자 다른 사람들이 모여 때로는 논쟁하고 때로는 위로하며 함께 깃발을 들고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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