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선택 안타까워... 다행인 건 '윤석열 명령 진술'"
[장재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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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2월 10일 곽종근 당시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은 계엄사령관 역할을 했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
ⓒ 남소연 |
<오마이뉴스>는 곽종근의 충남고 동기 한만승(56)씨를 23일 대전 서구의 한 사무실에서 만나 동문으로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한씨는 곽종근의 내란 관여에 대해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곽종근에게는 "모든 진실을 밝히고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대전·충청 출신 인사들이 내란에 많이 관여된 데에선 "동향 출신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내밀한 교감이 결국 내란 모의까지 이어진 것 같다"라고 봤다.
12.3 내란은 한씨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장애인부모운동을 하고 있는 그는 삭감된 장애인 관련 예산 복원과 관련한 국회 논의가 내란 이후 중단된 것을 무척 안타까워했다. 하루빨리 사태가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혼란의 종식을 위해선 무엇보다 '특검 출범'이 필요하다고 봤다. 아래는 한씨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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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계엄의 주역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의 충남고 동기인 한만승(56)씨. 그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기가 내란사태에 관여된 것에 대해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 안타깝다'는 심정을 밝혔다. |
ⓒ 오마이뉴스 장재완 |
"현재 장애인부모운동을 하고 있으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전지부장과 대전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맡아 활동하는 한만승이다. 충남고 25기 졸업생(1987년 2월 졸업)이다."
- 12.3 비상계엄 당시 중요임무를 맡았던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충남고 출신인 것을 알고 있었나.
"내란 이전엔 알지 못했다. 계엄이 터지고 나서 충남고 동기가 전화를 걸어와 '곽종근이 기억나느냐'고 물어서 알게 됐다. 알고 보니 고교 동기였는데, 학교 다닐 때는 같은 반을 한 적이 없어서 특별한 기억은 없다. 친구가 졸업앨범에서 사진을 찾아 보내줬는데, 사진을 보니 기억이 나더라."
- 모교 출신 동기가 내란에 깊이 관여했다는 것을 알게 된 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 얘기를 듣고는 고교 시절 교련이 떠올랐다. 당시엔 학생들이 학교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그때 그 군사문화에서 아직도 군은 벗어나지 못하고 있구나 생각했다. 1987년 이후 수십 년이 흘렀지만 군에서 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 내 주변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 하는 의아함이었다. 무엇보다 '곽종근이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 안타까움이 제일 컸다."
- 혹시 곽종근을 만난다면 하고 싶은 말은?
"만약 만난다면 '이제라도 진실을 모두 밝히고 역사와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곽종근은 윤석열이 명령했던 것을 일관되게, 모두 진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진실을 다 까발려서 사회가 다시 복원되는 길로 나아갈 수 있게 철저하게 자기 성찰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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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3시 26분 서부지법 안으로 난입한 폭도들은 유리창과 집기를 모두 부수기 시작했다. |
ⓒ 락TV 유튜브 캡쳐 |
"정확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내란모의라는 게 점조직 같은 데서 끼리끼리 은밀하게 모의하는 것 아니겠나. 내밀한 관계가 있는 자들 중심으로 모의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니 충암고 선후배들은 물론 충청도 출신 선후배들 사이에서 교감하고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계를 맺다가 여기까지 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충청 지역에서도 '약간 소외됐다'는 피해 의식 같은 것이 좀 있는데, 군 내에서도 아마 그런 생각을 가져 그들끼리 뭉치게 한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해본다."
- 윤석열은 야당의 '입법 독재' 때문에 국정운영이 어려워 계엄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어떻게 평가하나.
"요약하면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었는데 안 돼서 계엄했다는 이야기라고 본다. 대통령 입장에서 국회 지형이 여소야대라 뜻하는 바를 못 이뤄 억울할 수 있겠지만, 총선 때 국민들이 선거로 심판하지 않았나. 그러면 그때부터는 달라졌어야 했다. 협의하고, 수용해야 하는데 단 한 번도 자기 뜻을 바꾸지 않았다. 거듭된 거부권 행사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래놓고선 야당을 향해선 독재라고 하고 계엄을 일으켰다? 어불성설이다."
- 급기야 윤석열 극렬 지지자들은 법원을 습격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폭동이 선동 때문에 일어났다고 본다.
"옛날 민주화운동 하던 선배들이 군사정권 편에 서서 불공정한 재판하는 판사에게 고무신을 던졌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위헌적 계엄을 한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했다고 시민들이 법원을 부수고 판사를 찾아다닌 사태는 처음 봤다. 엄벌해야 한다. 윤석열 극렬 지지자들이 윤석열을 '사령관님'이라고 부른단다. 그 사령관이 불법 운운하며 수사도 거부하고, 체포영장도 무시하고, 헌법마저 짓밟았다. 그런 이의 말을 따르는 극렬 지지자들이 폭도로 변할 수밖에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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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3 계엄의 주역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의 충남고 동기인 한만승(56)씨. |
ⓒ 오마이뉴스 장재완 |
"제가 장애인부모운동을 하고 있는데, 12월 3일이 세계 장애인의 날이었다. 그날 전국 1000명의 장애당사자와 부모 등이 국회서 기자회견을 했다. 정부가 장애인 관련 예산을 삭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날 밤 계엄이 선포됐다.
현재 삭감된 예산을 복원하거나 추경을 하거나 등의 논의는 완전히 멈춰버렸다. 새해가 됐고, 삭감된 예산안대로 그냥 진행되고 있다. 하루빨리 재논의가 필요하다. 그런 것을 위해서라도 나라가 정상이 돼야 한다. 그런 마음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동시에 지금은 시민이 나서서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해서다.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세워가는 과정에 우리도 함께해야 한다는 장애인 부모들의 마음을 모아 광장에 나간다."
- 최근 탄핵집회에 참여하면서 특별히 느낀 점이 있다면?
"정말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일단 노래부터. 예전에 민중가요가 불렸다면, 지금은 민중가요에 K-팝도 부른다. 모든 세대의 노래와 문화가 공유되면서 함께한다. 서로 존중하는 것이다. 이 모습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봤다. 내란 국면이 끝나고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세상은 바로 이런,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세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 비상계엄 이후 훼손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
"우선 2월 안에 모든 혼란의 과정을 정리해야 한다고 본다. 헌재 결정이나 내란세력에 대한 법적 처벌을 빨리 끝내야 한다. 지금 나라가 절단나게 생겼다. 특히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쏟아지고 있는데, 대체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누가 이 위기를 극복해 가야 하는지, 하루빨리 결론을 내리고 정상적인 정부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특검이 빨리 출범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혼란이 덜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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