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단지 폭탄 된 ‘산정비율’ 뭐길래? 불똥 맞은 단지 어디?
조합원 전원이 동의해줘야
정부가 지난해 1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제77조)’을 개정해 이른바 ‘상가 지분 쪼개기’를 금지한 데 이어, 최근 상가 조합원의 아파트 분양권 인정 기준을 완화하려면 ‘조합원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다주택자 규제를 피해 재건축 단지 상가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투자 전략은 이제 옛말이 됐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단지인 ‘신반포2차’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의 판결이 나와 상가를 끼고 재건축 사업을 하는 단지들에 파장이 적잖을 전망이다.
1978년 준공된 신반포2차(1572가구)는 2023년 8월 입주한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와는 반포대로 하나를 두고 마주 보는, 한강변 알짜 단지다. 낡은 아파트를 최고 49층 12개동, 2056가구 규모 ‘디에이치르블랑’으로 신축하기 위해 최근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간의 사업 절차 중 하나가 ‘없던 일’이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7민사부(판사 이상원)는 지난해 12월 19일 신반포2차 일부 조합원(58명·원고)이 재건축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총회 결의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소송은 2022년 2월 조합이 정기총회에서 의결한 정관 제42조 2항을 무효로 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번 소송의 발단이 된 해당 정관 조항은 상가 조합원의 자산 가치를 계산하는 ‘산정비율’을 1이 아닌 0.1로 낮춰 아파트를 분양받도록 했는데, 법원은 이에 대해 조합원 ‘전원’이 동의해야 하는 사안이며 일부 동의만 받았기 때문에 정관 자체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결론을 내렸다.
재건축 단지 내 상가를 보유했다고 무조건 아파트 입주권을 얻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재건축 사업장에서 아파트 조합원은 아파트를, 상가 조합원은 상가를 분양받는 게 원칙이다. 대신 예외가 있는데 보유한 상가 권리가액이 새 아파트의 최소 분양 가격보다 높은 경우에는 상가 조합원도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단지 상가 권리가액이 10억원, A단지가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바뀌었을 때 가장 작은 면적인 전용 59㎡ 분양 가격이 15억원이고, 산정비율이 1이라면 상가 가치가 아파트 가치보다 더 낮아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없다. 별도로 정하지 않은 경우 기본 산정비율은 1이다.
반대로 조합 정관을 바꿔 산정비율을 1보다 낮추면 얘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앞의 A단지 산정비율을 0.5로 확 낮추면 상가 가치(10억원)가 전용 59㎡ 분양가에 산정비율을 곱한 값(15억원×0.5=7억5000만원)보다 커지기 때문에 상가 조합원도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된다.
흔히 재건축 단지에서는 재건축에 회의적인 상가 소유주(또는 조합원) 동의를 확보하기 위해 산정비율을 낮춰주는 등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래미안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 재건축)도 정관상 산정비율을 1에서 0.1로 낮췄다.
다시 신반포2차로 돌아가 이곳 조합은 1이었던 산정비율을 0.1로 대폭 낮추는 내용에 대해 2020년 조합원 71.5%의 동의를 얻어 상가와 합의를 이끌어냈고, 2022년 정기총회에서는 이 내용을 조합 정관에 넣는 것을 54.7% 동의로 가결했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원고 58명)이 이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도시정비법 시행령 제63조 제2항 단서에 따라 조합원 전원의 동의를 얻어 결정하는 게 맞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상가로 주택 분양받기 어려워질 듯
다만 조합이 항소를 하더라도 향후 판결이 재건축 사업 추진 일정에 차질 없이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앞서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에 대해서도 조합원 전원 동의 없이는 상가 조합원에게 아파트를 분양할 수 없다며 총회 무효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다시 다툴 필요 없이 지난해 3월 판결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상가를 포기한 조합원에게 잔여 가구 중에서 1가구를 공급하는 등 정관 변경은 조합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당시 방배6구역이 정한 산정비율이 0.2였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상가가 포함된 다른 재건축 단지 역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산정비율을 1보다 낮추는 데에 조합원 100%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요건은 현실적으로 충족하기 어렵다”며 “특히 상가 지분 쪼개기가 많이 이뤄진 1기 신도시나 신반포2차와 비슷한 시기에 조합을 설립한 사업장들은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판결이 나온 사항인 만큼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덧붙는다.
‘주택 100%’ 여의도 광장 사례 참고
우선 조합이 새로운 상가를 아예 짓지 않는 방법이 있다. 앞서 방배6구역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도시정비법 시행령을 인용해 “상가 조합원에게 상가를 공급한다는 원칙을 지키는 게 불가능하거나 상가 조합원에게 부당한 결과가 발생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를 참고해 상가를 아예 짓지 않거나 상가를 원하는 조합원 몫만 최소한으로 짓는다면 남은 상가 조합원에게는 주택을 공급할 근거가 생긴다.
실제로 영등포구 여의도동 ‘광장1·2동’ 재건축 조합은 주택 비중을 10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업지구로 종상향된 단지라 과거엔 연면적의 20%는 비주거시설로 지어야 했지만, 지난 1월 5일 서울시가 ‘상가 의무 비율 축소안’을 발표하면서 의무적으로 비주거시설(상가)을 지을 필요가 없어졌다. 단 상가를 짓지 않는 대신 해당 면적만큼 임대주택이나 공공 기숙사를 도입해야 한다.
강서구 마곡동 ‘신안빌라’ 재건축 조합도 지난해 상가 소유주 의견을 종합해 신규 상가를 짓지 않는 방향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상가 소유주가 먼저 신축 상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덕분이다. 다만 이강만 법무법인 율촌 부동산건설팀 변호사는 “부득이 수익률 확보를 위해 상가 분양이 필요하거나 상가 분양을 원하는 상가 소유자가 있는 경우에는 이 방안을 선택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지를 분할하는 방법도 있다. 개포시영이 대표 사례다. 개포시영은 토지 분할 소송을 통해 아파트와 상가가 각각 재건축 사업을 추진했고 아파트는 ‘개포래미안포레스트(2296가구)’로, 상가는 주상복합 ‘개포자이르네(28가구)’로 각각 재건축됐다. 단, 토지 분할이 가능하려면 건축법에서 정하는 ‘접도(도로에 닿음)’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상가 부지가 단지 안쪽에 위치한 경우 도로를 추가로 확보해야 해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비구역 변경, 조합설립인가 변경 등 절차를 거쳐야 하는 점도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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