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얼마나 국제망신이면... 덴마크 교사가 한국에 던진 일갈

이주영 2025. 1. 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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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비행기 18호 ①] 덴마크 교육은 어떻게 민주시민을 양성하는가

'행복지수 1위' 덴마크의 비결을 찾아 봅니다.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는 2025년 1월 14일부터 22일까지 스코벤스 숲유치원, 트레크로네르스콜렌, 바흐네호이 애프터스콜레, 류슨스틴 고등학교 등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편집자말>

[이주영 기자]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오후 류슨스틴 고등학교에서 '덴마크 교육은 어떻게 민주시민을 양성하는가'라는 주제로 약 1시간 30분 강의를 들었다. 사진은 강의 중인 안데르스 슐츠 교사의 모습.
ⓒ 이주영
'민주주의는 단지 시스템이 아니다. 문화다.(Democracy is not just a system, it's a culture.)'

덴마크의 신학자이자 교회역사학자인 할 코흐(Hal Koch)가 강조한 개념이다. 덴마크 류슨스틴 김나지움(Gymnasium, 아래 고등학교)의 세계 시민의식 교육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Head of Global Citizenship Education Programme)인 교사 안데르스 슐츠(Anders Schultz)는 자신을 찾아온 한국인들에게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면서 이같은 말을 전했다. 국가가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를 도입했어도 지도자와 시민들이 이를 존중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는 뜻이다.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 참가자 30여 명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오후 류슨스틴 고등학교에서 '덴마크 교육은 어떻게 민주시민을 양성하는가'라는 주제로 약 1시간 30분 강의를 들었다.

연사로 나선 안데르스는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만나자마자 "한국의 최근 정치적 이슈를 잘 알고 있다"며 12.3 내란사태를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한국에 사는 친구인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에게 연락했다는 그는 "사진을 받으면서 계속 소식을 접했다. 여러분이 정말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구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덴마크 교육이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노하우를 설명하기에 앞서 '민주주의란 아는 것이 아닌 실천하는 것'이라는 전제를 재차 강조했다. 안데르스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적 방식으로 당선됐지만 그의 행실은 민주적이지 않다"면서 "민주적인 사람이라면 개인이든 집단이든 누구와도 대화해야 하며, 상대의 발언권을 존중하고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주의 선거 방식으로 당선되더라도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민주주의는 독재 대신에 사용하는 권력자의 도구로 전락할 뿐"이라는 할 코흐의 말을 전했다.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수용하지 않는 건 내 마음대로 하겠다며 총과 칼을 드는 독재의 방식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12.3 내란사태 후 국가 경제가 휘청이고 사회적 갈등과 피로가 계속되는데도 계엄의 정당성을 우기며 탄핵 심판 절차와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윤 대통령의 안하무인적 행동을 겨냥한 지적이다.

그는 "1849년 민주주의가 덴마크에 들어왔는데 1920년 다시 왕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 했다. 그때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문화적으로 강력히 뿌리내렸기 때문에 지금은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았다"며 "한국의 계엄 사태 역시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운 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응원했다.

이 고등학교가 성적 순위 절대 공개 안 하는 이유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 오후 류슨스틴 고등학교에서 '덴마크 교육은 어떻게 민주시민을 양성하는가'라는 주제로 약 1시간 30분 강의를 들었다. 사진은 안데르스 슐츠 교사의 강의를 듣는 참가자들의 모습.
ⓒ 이주영
학생 1200명이 재학 중인 류슨스틴 고등학교는 GPA 점수가 덴마크에서 최상위권인 명문학교로, 세계 시민의식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유명하다. 전세계 17개 학교와 연계해 진행 중이며 한국에선 구리 인창고와 교류하고 있다. 꿈틀비행기 18호 참가자들이 방문했을 당시 인창고 학생들도 2주 교환학생으로 코펜하겐에 머물고 있었다. 안데르스는 "국제 프로그램 취지는 민주시민의식 함양과 동시에 국제적으로 민주시민의 의미나 뜻을 알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본격적으로 강연에 돌입한 그는 먼저 덴마크의 공립학교에서 왜 민주시민 교육을 확대하게 됐는지 소개했다. 안데르스는 "1814년 덴마크에 처음 학교가 생겼을 땐 오로지 어떻게 하면 왕에 충성할 수 있는 시민을 양성할 수 있는지에 교육이 집중됐다"며 "토론이 아닌 쓰기와 읽기를 중심으로 가르쳤다"고 했다. "사진 속 아이들 표정을 보면 얼마나 학교에 있기 싫어했는지 알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덧붙였다.

덴마크 교육에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건 18세기. 현재 덴마크 사회의 기본정신을 구축한 니콜라이 프레데비크 세베린 그룬트비는 새로운 교육철학을 들고 나와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교육운동을 펼쳤다. 교육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게 아니라 사용하고 활용하는 법을 익히는 일이며, 무엇보다 사회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었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을 펼치는 호이스콜레(성인 대상 인생학교)가 이때 처음 생겨났다.

1930년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점령을 계기로 덴마크 공립학교에서도 민주시민 양성 교육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를 외부에서 지켜낼 수 없다면 내부에서라도 지켜내자'는 대중의 요구 때문이었다. 안데르스는 "나치는 덴마크의 영토를 빼앗았지만 덴마크인들의 정신과 생각은 점령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시민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학생들의 '자존감(self-esteem)'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제일 잘나가' 하는 우월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고 아껴주는 마음을 뜻한다. 자신을 건강하게 사랑할 줄 알아야 다른 사람들을 존중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해 지도할 때도 최대한 긍정적 언어를 쓰려 노력한다. '넌 이거 틀렸어, 못해'가 아니라 '넌 지금 이 정도의 위치에 있는데, 더 발전하려면 여기로 가야 해' 하고 안내하는 식이다. 또한 절대로 학생들을 지도할 때 다른 학생과 비교하지 않으려 하고, 성적 순위도 학생들에게 보여주지 않는다고 한다.

"교실은 민주주의의 축소판"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 오후 류슨스틴 고등학교에서 ‘덴마크 교육은 어떻게 민주시민을 양성하는가’라는 주제로 약 1시간 30분 강의를 들었다. 사진은 강의 중인 안데르스 슐츠 교사의 모습.
ⓒ 이주영
두 번째는 공감 능력이다.

"'나와 내가 속한 집단은 사랑해, 하지만 그 바깥은 알 바 아니야'라는 태도는 민주주의 정신과 거리가 멀다. 타인과 다른 집단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하며 공감하는 게 민주주의적 태도와 자세의 핵심이다."

안데르스는 "학교에선 '우리는 같은 배를 탄 한 팀'이라는 개념을 깨우친다"며 "너는 적이 아니라고, 경쟁상대가 아니라고, 우린 도움을 받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일깨워준다"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공감 능력을 키우기 위해 대화를 교육에서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수업과 시험에선 내 생각을 매너 있게 전달하는 법,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는 법, 나와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법, 상대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기분 상하지 않게 전달하는 법 등을 훈련한다.

그는 "작은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걸 수업 곳곳에서 볼 수 있다. 교실은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축소판"이라고 말했다.

안데르스의 발표에 이어 류슨스틴 고등학교 졸업생 안드레아(20)가 나와 자신이 직접 덴마크 학교에서 경험한 민주시민 교육의 내용을 들려줬다. 이 학교 사무실에 취업한 그는 "학교에선 민주주의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사용되고 적용되는지 배웠다"라며 "수업시간뿐만 아니라 학생회 활동을 통해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평가하는 과정에서도 내 생각을 전달하고,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판단하는 법 등을 연습한다"라고 전했다.

안드레아는 "학창시절 동안 자존감을 지키고 존중받으며 공부했다. 선생님들은 학생의 웰빙에 관심이 많았다"면서 "수업 중엔 단순히 교과목을 배우는 과정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하며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하는 시간도 있었다"라고 했다.

이어 "학생들은 선생님의 긍정적 피드백을 통해 자존감을 높인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모두 다른 배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작점도, 도착 지점도 저마다 다른 게 당연하다.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끊임없이 강조한다"며 "실제로도 성적이라는 결과보다 얼마나 발전했는지에 더 주목하는 교육 분위기"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안드레아는 "다양한 토론 형식의 수업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듣기'라는 점을 배운다. 듣는 자세는 경쟁이 과도해지는 걸 막고, 상대 역시 가치 있는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해준다"며 "지난 9년 간의 시간은 조그마한 교실 안에서 개개인의 작은 의견도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달아 간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꿈틀비행기 18호에 참가한 30여 명은 지난 16일 오후 류슨스틴 고등학교에서 '덴마크 교육은 어떻게 민주시민을 양성하는가'라는 주제로 약 1시간 30분 강의를 들었다.
ⓒ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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