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 사다리 타는 '입시 낭인'…의대 신입생 80%가 재수·삼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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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를 안 했으면 지금 다니는 대학에 오지 못했을 거예요. 주변에도 재수하는 친구가 많아서 1년 정도 늦어지는 건 손해라는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서울 주요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고교 졸업 후 1년을 서울 대치동에서 생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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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 신경쓰는 현역보다 유리
“재수를 안 했으면 지금 다니는 대학에 오지 못했을 거예요. 주변에도 재수하는 친구가 많아서 1년 정도 늦어지는 건 손해라는 생각도 안 들었습니다.”
서울 주요 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고교 졸업 후 1년을 서울 대치동에서 생활했다. 아침 일찍부터 재수학원에서 수업을 듣고 관리형 독서실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했다. 후회는 없다고 했다. 현역 때 가지 못한 대학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에서 ‘재수 필수, 삼수 선택’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사실상 고교는 4년제’라는 말도 나온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사교육비로 학부모의 부담이 가중되고,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명문대 신입은 n수생이 대세
26일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각 대학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서울 주요 8개 대학(경희대 서강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한양대)의 정시모집 신입생 중 n수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67.32%로 한 해 전(64.54%)과 비교해 2.78%포인트 증가했다.
의과대학도 비슷했다. 2024학년도 정시모집 의대 신입생 선발 결과 33개 의대 정시 합격자 1171명 중 n수생 비율은 79.3%에 달했다. 전년(72.6%)보다 6.7%포인트 증가해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n수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이 좋기 때문에 정시전형으로 주요 대학에 다수 진학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24학년도 수능 분석을 살펴보면 국어 과목은 n수생의 6.9%가 1등급을 받았다. 2등급(11.9%)까지 합치면 18.8%에 달한다. 현역은 1등급 2.7%, 2등급 5.2%에 불과했다. 수학도 비슷했다. n수생은 1등급 8.3%, 2등급 12.8%인 데 비해 현역은 1등급, 2등급이 각각 2.3%, 5.2%였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수능 문제는 문제풀이를 많이 할수록 유리한데, n수생은 내신 준비 없이 수능만 공부하다 보니 절대적인 공부시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서울 주요 16개 대학에 정시비율을 40% 이상으로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정시 선발에서 수능 반영 비중이 커 n수생이 강점을 지닌다. 수능을 보는 n수생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2020학년도 15만4710명이던 n수생은 2025학년도 18만1893명으로 늘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6학년도 수능에서는 n수생이 2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사회적 비용 갈수록 커져
n수생의 목표는 한 단계 더 높은 대학, 학과로 진학하는 것이다. 지방 학생은 인서울, 인서울 합격생은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연·고대 학생은 서울대로 향한다. 의대도 다르지 않다. 서울대 의대를 제외하고 모든 의대의 수시, 정시모집에서 이탈자가 발생한다. 2025학년도 수능 1등(표준점수 기준)이 한양대 의대생인 것은 이 같은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n수가 늘어나는 것은 사회적으로는 낭비다. 대학 입장에서는 자퇴생이 늘고, 편입으로 인원을 채울 때까지 등록금을 못 받으니 손해가 크다. 학부모는 사교육비 부담이 늘어난다. 재수 종합반은 한 달 학원비가 300만~400만원이다. 1년 대학 등록금 수준이다. 고교를 4년 이상 다니는 셈이 돼 청년층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전문가들은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 대학 총장은 “수능을 통해 들어온 학생보다 진로 탐색을 오래 한 수시 입학생의 학교 생활만족도, 성취도 등이 모두 높다”며 “대학의 학생 선발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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