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0글쓰기] 60대 중반, 아들만 둘인 시어머니가 명절 나는 법
은퇴 전후의 6070 시니어들에게는 세상이 어떻게 보일까요?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말>
[유영숙 기자]
올 설날 연휴는 유난히 길다. 1월 27일이 임시공휴일로 정해지면서 휴일이 6일이 되었다. 1월 31일을 연차로 사용하면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다. 정부에서 국내 내수 경기 진작과 관광 활성화로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했는데 뉴스를 보면 올해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공항은 붐빌 듯하다.
연휴가 길기에 며느리들이 스트레스가 많다는 기사를 읽었다. 연휴가 기니 일찍 내려오라는 시어머니 말씀에 명절 음식을 장만하기도 전에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명절 음식에 힘 쓰지 않는다
나는 인천에 사는 60대 중반 시니어다. 아들만 둘이라 며느리도 둘이다. 둘 다 직장에 다니고 손자가 있다. 직장 다니느라, 손자 돌보느라 힘들었을 며느리가 명절에 우리 집에 와서 대접 받고 쉬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딸이 없기에 며느리가 귀하고 예쁘다.
며느리에게 명절에 집에 올 때 늘 빈손으로 와도 된다고, 손자만 잘 데리고 오라고 한다. 큰아들네는 두 살 손자가 있고, 작은아들네는 일곱 살 쌍둥이 손자가 있다. 작은아들이 결혼을 먼저 했다.
며느리가 손자 데리고 집에 오는 것 자체로 기쁨이 된다. 늘 며느리가 명절에 오기 전에 음식을 다 만들어 둔다. 혼자 힘들지 않냐고? 다행히도 몇 년 전부터 우리 집은 명절에 제사를 지내지 않기에 명절 음식을 거창하게 차리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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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날에 먹을 떡국 재료 떡국떡과 만두, 사골 육수는 미리 사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
| ⓒ 유영숙 |
설날에 따로 차례를 지내지 않기에 설날에는 며느리들에게 친정에 먼저 다녀오라고 한다. 친정에 갔다가 보통 설날 저녁에 모여서 함께 식사하고 덕담을 나눈다.
두 아들이 따로 와도 괜찮다
올해는 연휴가 길어서 큰아들과 며느리는 사돈댁이 지방이라 친정 가기 전에 1월 26일(일요일)에 미리 집에 와서 자고 월요일에 내려갈 예정이다. 작은아들과 며느리는 친정도 가깝고 우리 집과도 가까워서 설날 저녁에 오기로 했다.
큰아들네와 작은아들네가 따로 오더라도 마음이 행복하기에 하나도 힘들지 않다. 가족이 한 번에 다 모이는 것도 좋긴 하겠지만, 형편에 따라 모이면 된다는 생각이다.
설날에는 주로 갈비찜이나 LA갈비를 먹었는데 이번 설에는 큰며느리가 친정에서 설음식을 계속 먹을 것 같아 매콤한 돼지고기 묵은지찜을 해 주려고 준비해 두었다. 재작년(2023년 12월)에 담근 김장 김치가 아직 한 통 남아있어서 묵은지 부자다.
묵은지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많으니 볼 때마다 든든하다. 돼지고기 묵은지 찜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요리라서 하는데 특별히 힘들지 않다. 설 연휴 전에 정육점에서 돼지고기 목살을 준비해 두었다. 다른 재료는 집에 다 있어서 크게 준비할 것도 없고 복잡하지 않다.
가끔 매콤한 음식이 먹고 싶을 때 만들어 먹는 음식이고, 아들 며느리도 좋아하는 음식이라 설 전에 오는 아들 며느리를 위해 떡국 대신 만들어 주려고 한다. 친정에 가면 떡국을 먹을 거라서 매콤한 음식도 좋아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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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돼지고기 묵은지찜 재료 설날 전 주말에 올 큰아들과 며느리를 위해 만들어줄 돼지고기 묵은지찜 재료 |
| ⓒ 유영숙 |
"어머니, 센스 만점이십니다. 어떻게 명절에 돼지고기 묵은지찜 만들 생각을 하셨어요. 정말 맛있어요. 최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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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성된 돼지고기 묵은지찜 큰 접시에 담아 잘라서 각자 앞 접시에 덜어 먹는다. |
| ⓒ 유영숙 |
명절에 받은 용돈은 손자들에게 돌려준다
우리 집에는 설날에 하는 오래된 풍습 한 가지가 있다. 친정엄마가 살아 계실 때도 세배를 드리고 용돈을 드렸었다. 지금도 설날에는 우리는 손자 세뱃돈을 챙겨주고, 아들 며느리는 우리에게 용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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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번 설날에 손자들에게 줄 세뱃돈 봉투 세뱃돈을 짧은 편지와 이번 설날에 주려고 미리 준비했다. |
| ⓒ 유영숙 |
자식이 주는 용돈은 더 보태서 손자들에게 돌아간다. 요즘 우리는 퇴직 뒤 지출은 줄이고, 연금으로 살기에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지출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도 손자와 아들 며느리에게 해 주는 것은 아깝지 않다. 그게 사는 보람이 되었다.
쌍둥이라서 받은 용돈보다 많이 들지만, 기쁜 마음으로 사준다. 손자에게는 자꾸 뭐라도 해주고 싶다. 올해 쌍둥이 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에 책가방이라도 사주라고 입학 축하금도 줄 예정이다.
요즘 명절 풍습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명절 전에 자식들과 만나서 외식하고 명절에는 여행을 가거나 조용히 지내는 분들도 많아졌다. 이런 시어머니들이 더 많아지면 어떨까. 며느리들이 명절에 시댁 갈 때 스트레스나 부담 갖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편한 발걸음으로 올 수 있길 늘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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