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로 돈 번 밀수꾼, 그를 3년 간 지켜본 '나비 요원' 이야기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이상헌 기자]
2007년 미국 검찰청 캘리포니아 지구에는 한 건의 보도 자료가 올라왔다. 악명 높은 나비 밀수꾼 코지마 히사요시(Hisayoshi Kojima)가 죄를 인정했다는 소식이었다.
당시 57세의 일본인 용의자는 희귀한 나비 표본을 많이 다루고 있었기에 밀수꾼으로 강한 의심이 드는 인물이었다. 그동안 코지마는 미국 LA와 일본 교토를 오가면서 용의주도하게 검거를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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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명높은 밀수꾼 코지마 히사요시가 죄를 인정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검찰청에 올라온 보도자료. |
ⓒ U.S. Attorney's Offi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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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산드라비단제비나비 ♂ 표본. 세상에서 가장 큰 나비 Queen Alexandra's Birdwings. 2장의 나비 사진은 제한 없이 쓸 수 있도록 NHM박물관에서 공개한 자료. |
ⓒ Natural History Museum |
밀수꾼을 잡기 위한 잠입 수사
용의자에 대한 수사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의 에드 뉴커머(Ed Newcomer)는 밀수꾼을 잡기 위한 조사를 시작한다. 그는 히사요시가 LA 자연사 박물관에서 매년 열리는 버그 페어(Bug Fair)에 참석할 것이라는 정보를 얻었다. 미국에서 열리는 가장 규모가 큰 곤충 전시장이자 박람회다.
행사장 안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였다. 주변 복도까지 나비 애호가들로 붐볐으며 수집가들 사이로 곤충학자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혐의자의 부스에는 많은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가장 많은 표본을 최고급 상태로 판매했기 때문이다.
뉴커머는 나비 수집가로 위장을 하고 코지마에게 다가가 여러 질문을 쏟아냈다. 의기양양해진 밀수꾼은 수사관에게 나비 표본이 담긴 상자를 선물로 준다. "당신의 컬렉션을 시작하세요" 라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이메일 주소도 남겼다.
당시 히사요시는 교토에서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구매자를 물색했다. 디지털 시대로의 진입이 더딘 일본에서는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화상 통신을 이용해 나비 표본을 수집가들에게 보여주며 환심을 샀다. 그는 고유종의 가치를 잘 모르는 원주민에게서 헐값에 사들인 곤충을 몇 백배의 비싼 값으로 팔았다.
뉴커머는 용의자가 특히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대접하며 급속도로 친해진다. 개인 정보를 공유할 정도로 관계가 깊어지자 코지마는 에드를 파트너로 삼았다. 히사요시가 밀수 표본을 제공하고 뉴커머는 인터넷 판매를 담당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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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퀸 알렉산드라 버드윙 ♀ 표본. CITES(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에 의해 보호받는 나비. |
ⓒ Natural History Museum |
2006년 7월에 용의자는 경계심을 풀고 교토에서 LA로 날아온다. 넬슨으로 위장한 수사관에게 비단제비나비 한 쌍을 팔기 위해서다. 흔해 빠진 나비 표본 속에 버드윙을 숨긴 우편물이 뉴커머에게 도착했다. 코지마는 공항에서 체포되었고 에드는 기소에 필요한 모든 증거를 갖고 있었다.
유치장에서 뉴커머를 만난 히사요시는 그가 테드 넬슨임을 깨달았다. 말을 잊은 채 밀수범은 고개를 떨구었고 증거물인 퀸 알렉산드라 버드윙은 박물관에 모셔진다. 동료 수사관들은 애정을 듬뿍 담아 에드 뉴커머에게 '나비 요원(Butterfly Agent)'라는 별명을 지어주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달 후 운영중인 홈(www.daankal.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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