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내려라" 트럼프, 파월 압박 시작…EU 빅테크 규제도 맹비난(종합)

뉴욕(미국)=권해영 2025. 1. 24.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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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시기 파월 Fed 의장 만나 요구"
다보스 화상 연설 뒤 밝혀
우려됐던 통화 개입 시도 공식화
EU 빅테크 규제엔 "일종의 과세"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고금리 정책을 비판하며 제롬 파월 Fed 의장 해임을 언급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개입 시도를 공식화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빅테크를 상대로 한 유럽연합(EU) 규제당국의 제재를 "일종의 과세"라고 비난하며, 2기 행정부 실세로 떠오른 실리콘밸리의 '해결사'로 본격 등판했다.

트럼프 "금리 즉시 인하해야…파월에 요구할 것"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 연설에서 "즉각적인 금리 하락을 요구할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내려야 한다. 우리 금리를 따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보스포럼 연설 당시엔 Fed를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과 만나서는 파월 의장과 만나 "적절한 시기에 그렇게 (대화를) 하겠다"고 말했다. Fed가 이 같은 요구에 응할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강력한 입장을 낼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금리가 "많이(a lot)" 낮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번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한 지 사흘 만에 발신한 첫 금리 관련 메시지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Fed의 고금리 정책을 비판해 온 만큼 우려했던 대로 집권하자마자 통화당국을 상대로 빠르게 금리 인하 압박에 착수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 참모진은 취임 전 차기 Fed 의장을 조기 지명해 파월 의장의 힘을 빼는 '그림자 Fed 의장'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통화 개입 시도는 그동안 여러 차례 통화완화 속도조절을 시사한 Fed에 큰 부담을 줄 전망이다. Fed는 지난해 9월 30개월간의 통화긴축을 끝내고 금리 인하에 착수, 기준금리를 최고 5.25~5.5%에서 현재 4.25~4.5%로 1%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최근 견조한 경제와 인플레이션 반등 우려로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불법이민 제한, 감세 정책 등이 물가를 끌어 올릴 우려가 커서다. 시장에서는 Fed가 오는 29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즉각적인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나서면서 Fed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EU, 빅테크 규제는 일종의 과세"…관세 보복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미국 빅테크에 대한 유럽 규제당국의 고강도 제재를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포럼에 참석한 EU 당국자들을 겨냥해 "당신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미국 기업들"이라며 "그렇게 (제재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우려하는 건 그것(제재)이 일종의 과세란 점"이라며 "우리는 EU에 매우 큰 불만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의 과잉 규제 사례 중 하나로 애플의 아일랜드 세금 체납 과징금 사건을 거론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2016년 아일랜드 정부가 수십 년 간 애플에 제공한 법인세 혜택이 불법이라며, 애플로부터 무려 143억 유로 규모의 체납 세금과 이자를 징수하라고 명령했다. 아일랜드 정부와 애플이 이에 불복해 EU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법원은 최종적으로 EU 집행위의 손을 들어줬다.

EU는 대형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 수위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빅테크가 단골 타깃이다. 지난해 EU는 애플에 18억 유로, 메타에 7억9800만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구글을 상대로는 4번째 EU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EU가 애플, 구글, 메타 등 빅테크를 상대로 진행 중인 조사만 수십 건에 이른다. 여기에 EU는 기존 반독점법에 더해 '빅테크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까지 시행해 빅테크의 숨통을 죄고 있다. 빅테크들이 독과점, 개인정보 침해로 EU 내 자유로운 경쟁을 막고 있다는 게 EU의 논리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해결사로 나서며 미국 빅테크를 정조준한 EU의 고강도 규제를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빅테크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부터 그와 접촉을 확대하면서 EU 규제의 과도함을 토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향후 빅테크 규제를 둘러싼 미국과 EU 정부 간 갈등도 심화될 전망이다. 앞서 애플,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의 CEO와 창업자는 지난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총출동해 '상석'에서 행사를 지켜보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달라질 실리콘밸리의 위상과 영향력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EU 당국자들 면전에서 "미국에서 제품을 만들지 않겠다면 그건 여러분의 특권"이라며 "그렇다면 아주 간단히 말해 여러분은 관세를 내야 한다. 금액은 다르지만 수천억 달러 심지어 수조 달러가 (관세 세입으로) 우리 재정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해 무역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가 애플, 구글, 메타를 표적으로 삼은 EU 규제당국을 맹비난했다"며 "트럼프의 발언은 그간 오랫동안 예상됐던 대로 빅테크 단속을 둘러싼 트럼프와 EU 간 충돌의 시작을 알린다"고 전했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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