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대결서 이재명 앞지른 김문수, 국힘도 민주당도 "생큐" 왜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여권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 우리로선 좋죠.”
23일 가상 양자대결에서 김 장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자 민주당 의원이 한 말이다. 시사저널·조원씨앤아이가 지난 18~1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조기 대선을 가정하고 양자대결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김 장관은 46.4%, 이 대표는 41.8%를 기록했다.
비록 오차범위 내지만 이 대표가 김 장관보다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민주당은 무겁게 받아들이면서도, 그 상대가 김 장관이라는 데 안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김 장관이 여권 지지율 1위를 유지하는 상황이 오래 갈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면서도 “강성 지지층에게만 각광받는 김 장관이 상대 후보라면 대선을 쉽게 치르지 않겠나”라고 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지난 21일 라디오에서 “(김 장관은) 이 대표에 상대가 안 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건 여당도 같은 시선으로 야당을 보고 있다는 점이다. 여당엔 이 대표가 야권 대선 주자로 굳어져가는 상황을 오히려 반기는 기류가 적지 않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만약 이 대표가 후보가 안 되면 우리는 싸우기 힘들 것”이라며 “국민은 윤석열 대통령도 아니지만, 이 대표도 아니라고 하는 것 아닌가. ‘반(反) 이재명’ 정서가 상당하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22일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최약체이기에 국민의힘이 깨끗하고 능력 있는 후보만 낼 수 있으면 상대하기 쉽다”고 했다.
무당층 77% ‘의견 유보’가 의미하는 것
양당이 이 대표와 김 장관의 대선 후보 경쟁력을 낮게 보는 건 중도 확장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선은 보통 75% 이상의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어, 승리하기 위해선 중도층과 무당층을 잡아야 한다는 게 통설이다.
여론조사에서 두 인물의 중도 확장 한계는 확인된다. 이번 시사저널·조원씨앤아이 양자대결 조사에서 이 대표는 상대가 누구든 40%대 초반(41.8~43.0%)을 못 벗어났다. 예컨대 양자대결에서 여권 후보 중 가장 낮은 지지율을 기록한 인물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였는데, 이 대표 지지율은 비슷했다. 한 전 대표를 지지하지 않더라도 이 대표를 찍진 않겠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 14~16일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차기 대통령감을 물은 결과 이 대표는 31%로 압도적 1위였지만, 무당층에선 10%에 불과했다. 김 장관은 전체 7%로 이 대표에 이어 2위였지만 무당층에선 0%였다. 무당층의 77%는 ‘의견 유보’를 선택했다. 주요 후보 중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는 무당층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비상계엄 사태 등을 거치며 확고해지고 있는 정치 양극화의 단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현재 상황은 지난 대선 막바지 때 나타난 양 진영의 결집과 같은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현 상황이 그대로 전개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대선 국면이 본격화하면 중도층의 여론조사 응답율도 높아지는 등 중도층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탄핵 등 난국 상황이어서 양극단의 감성적 지지가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조정을 거칠 것”이라며 “여론조사에서 김 장관도, 이 대표도 싫다는 중도층이 확인된 이상 주요 후보의 지지율 변화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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