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이 높다하되'의 바로 그 태산에 다녀왔다
2024년 12월 21일부터 24일까지 중국 산동성의 문화유산을 답사했다. 그중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태산과 곡부의 공자유적 답사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태산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결합된 복합유산이고 공자유적은 문화유산이다. 이번 태산은 중국의 오악 중 으뜸 가는 산이다. 태산을 오르며 인문지리적 관점을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오악지형지도를 통해 풍수지리와 음양오행 사상을 살펴보았다. <기자말>
[이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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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산 개념도 |
| ⓒ 이상기 |
원군묘는 벽하원군을 모신 도교 사당으로 명나라 만력제 때 처음 만들어졌다고 한다. 벽하원군은 도교 신앙에서 중시하는 여신으로 동악태산천선옥녀(東嶽泰山天仙玉女)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벽하원군 사당은 태산 정상에서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벽하묘를 지나면 채석계를 따라 길이 이어진다. 채석계는 색깔 있는 바위 사이로 흐르는 시내를 말한다. 겨울이라 물이 얼어붙어 있고, 산기슭에는 눈이 보인다. 15분 정도 산길을 오르면 도화원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남천문까지 올라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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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태산의 서쪽 |
| ⓒ 이상기 |
고개를 들어 산 정상 쪽을 올려다보면, 바위로 이루어진 암벽 너머로 높은 산들이 겹겹이 펼쳐진다. 중간에 골짜기에 얼어붙은 얼음폭포도 보이고, 그늘 사이로는 쌓인 눈도 보인다. 남천문 인근 천가참(天街站)에 이르는데 12분 정도 걸린다.
천가는 하늘길이라는 뜻으로 남천문을 거쳐 태산 정상인 옥황정(玉皇頂)까지 1㎞ 정도 이어진다. 천가참에서 남천문까지를 운소(雲巢)라고 하는데 구름이 머무는 집이라는 뜻이다. 그래선지 이곳에는 '운소빈관'이라는 이름의 숙박시설도 보인다.
이곳 남천문 주변에는 열 개도 넘는 여관과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정상인 옥황정 서쪽과 남쪽에는 옥황정빈관과 신게(新憩)빈관 같은 대형 호텔도 영업을 하고 있다. 일관봉 아래에도 호텔이 세 개나 있다. 일출을 잘 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숙박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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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천문 아래로 수천 개의 계단과 태안시가 보인다. |
| ⓒ 이상기 |
그것은 남천문과 천가에서 태산과 태안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태산을 올려다보는 풍경도 좋지만, 천가에서 태안시를 내려다보는 풍경은 정말 일품이다. 500만 명이 넘게 사는 태안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천문은 4.7m 높이의 문과 5.3m 높이의 누각(摩天閣)으로 이루어져 있다. 남천문 아치의 상단 양쪽에는 이곳에서 올려다보고 내려다보는 풍경을 주련 형식으로 새겨놓았다.
"문을 통해 높은 하늘 열리고, 걸어 오르며 천상의 승경을 본다(門闢九霄 仰步三天勝蹟). 계단은 높아 만 개나 되고, 내려다보니 천 개의 봉우리가 장관이다(階崇萬級 俯臨千嶂奇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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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가에서 바라본 태산과 태안시 풍경 |
| ⓒ 이상기 |
시내 밖으로는 황하의 지류인 대문하(大汶河)가 휘돌아 흐른다. 사람들은 신선세계를 찾아 산을 오르지만, 태산에서 내려다보니 인간세계가 더 멋있어 보인다.
백운정을 지나며 왼쪽으로 암벽이 이어지는데 곳곳에 붉은 암각자가 보인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오악지존(五嶽之尊)이다. 오악 중 존귀하다는 뜻으로 1896년(光緖 丙申) 새겨졌다. 산이 높으면 멀리 볼 수 있다는 산고망원(山高望遠)은 1985년 팽진(彭眞)이 썼다.
팽진은 중국 공산당의 원로로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지냈다. 그리고 봉원(蓬元) 석패방을 지나면 주은래의 부인 등영초(鄧穎超)가 팔순에 태산에 올라 쓴 글씨도 보인다. '태산에 오르니 조국산하의 장려함을 보겠구나(登泰山看祖國山河之壯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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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악진형지도 |
| ⓒ 이상기 |
이들 상형문자는 일종의 부적으로, 재해를 물리치고 복을 부르는 효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최근에 와서 일본 학자는 이 상형문자가 일종의 지형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중국 학자는 산을 내려다 본 평면도라고 주장한다.
오악 지도는 고대 산신 숭배, 음양오행 사상, 황제의 봉선의식이 결합되어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도교와 결합하면서 오행을 대표하는 산으로 오악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이들 오악의 특성을 태산의 웅장함(雄), 화산의 험악함(險), 형산의 빼어남(秀), 항산의 깊음(幽), 숭산의 준엄함(峻)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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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악 태산을 상징하는 상형문자와 한문 설명 |
| ⓒ 이상기 |
"동쪽 봉우리인 태산은 천제의 손자이며 모든 신령이 거주하는 곳이다. 연주 봉부현에 위치하며 성흥공(成興公) 진인(眞人)이 득도한 곳이다. 장백과 양부 두 산은 부차적인 산이다. 산신의 성은 세(歲)고 이름은 상(桑)이며 봉호는 천제인성제(天齊仁聖帝)다. 태산신은 세상 사람들의 관직과 생사의 때를 정하고, 귀천을 분별하고 일의 길이를 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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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신문에서 내려다 본 천가 |
| ⓒ 이상기 |
벽하사는 앞에 영관전(靈官展)이 있고, 가운데 향정(香亭)이 있고, 뒤에 본전인 대전이 있다. 영관전에는 하늘나라를 규찰(糾察)하는 신령스런 왕이 지키고 있다. 검은색 얼굴에 큰 칼을 차고 있다. 향정은 관광객이 향을 피워 벽하원군에게 복을 비는 장소다. 향정 좌우에는 배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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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벽하사 대전 |
| ⓒ 이상기 |
그러므로 벽하신군이 내리는 복락이 온 세상에 가득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고 있다. 대전 안에는 벽하원군 조소상과 태산성모벽하원군이라는 위패가 모셔져 있다.
벽하원군은 태산여신으로 태산랑랑(娘娘)과 함께 복을 짓고 공덕을 쌓는 일 뿐 아니라 자식을 낳고 키우는 일까지 주관한다. 벽하사는 송나라 진종 때인 1008년 옥녀상을 설치하면서 시작되었다. 원나라 때 옥녀사라는 사당이 완성되었고, 명나라 태조 때 사당이 중수되면서 옥녀가 벽하원군으로 승격되었다.
청나라 강희, 건륭, 도광제를 거치며 중수되었고, 1985년부터 도교의 종교활동 장소로 개방되기에 이르렀다. 벽하사를 나오면서 보니 동천복지라는 편액과 태산도교협회 간판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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