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노동자, 상시직 전환 약속해놓고 왜 이행 않나?

윤성효 2025. 1. 22. 18: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학교비정규직노조 경남지부, 22일 오후 경남교육청 앞 집회

[윤성효 기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 22일 오후 경남교육청 앞 집회.
ⓒ 윤성효
학교비정규직 급식 노동자들이 '상시직 전환'을 요구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지부장 박쌍순)는 22일 늦은 오후 경남도교육청 앞 도로에서 조합원 13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급식직종 상시직 전환 단체협약 이행 촉구 총력결의대회"를 열었다.

현재 학교 급식실 조리사, 조리실무사는 방학중 비근무자로 분류되고 있다. 이에 이들은 여름·겨울 방학 때 급여를 받지 못하는 형태다.

경남도교육청과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2022년 3월 단체협약을 통해 돌봄전담사, 특수교육실무원을 포함해 '방중 비근무자'에 대해 단계적으로 상시전일제 전환을 하기로 했다.

돌봄전담사는 이미 '8시간 전일제'로 전환이 되었고, 특수교육실무원은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10일 추가'의 단계를 거쳐 2024년에 상시직 전환 완료했다.

학교비정규직노조는 "당초 합의사항은 '2022년부터 매년 10일씩 방학 중 근무일수를 확대하여 2025년에 상시직 전환을 완료하는 것'이었으나, 2022년 근무일수 10일 확대 이후 2023년과 2024년 모두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2025년이 상시직전환 완료 단체협약에 대한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변과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오는 3월 개학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단체협약의 성실한 이행에 대한 명확한 답변 없이 "여건이 되지 않으면 상시직전환을 미룰 수도 있다"는 태도로 시간을 지연하는 경남교육청의 태도에 분노한다며 단체협약 이행을 촉구하는 투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쌍순 지부장은 지난 16일부터 경남교육청 복도에서 농성을 벌였고, 매일 출근선전전을 벌여오고 있다.

참가자들은 "교육감은 상시직 전환 약속을 지켜라", "급식직종 상시직 전환 2025년에 완료하라", "교육감은 단체협약 똑바로 이행하라", "비정규직 차별의 상징 방중비근무 철폐하라", "비정규직 설움의 상징 방중비근무 철폐하라"라고 외쳤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 22일 오후 경남교육청 앞 집회.
ⓒ 윤성효
"박종훈 교육감시대에 단협이행 투쟁이라니"

집회에서 발언이 이어졌다. 박쌍순 지부장은 "학비노조에 가입하고 지부장이 된 지금까지 13년 동안 많은 투쟁을 해왔지만, 단협 이행투쟁이라는 투쟁은 처음이다. 더구나 박종훈 교육감시대에 우리가 단협이행 투쟁을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게 말이 되느냐"라고 일갈했다.

박 지부장은 "상시직 전환으로 가야 한다. 답조차 확실하지 않아서 저는 지난 16일부터 교육청 복도 농성에 돌입했다"라며 "우리 끝까지 단결하고 끝까지 투쟁해서 상시직 전환을 반드시 이루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숙 조합원(조리사분과)은 "4년 전 처음 상시직 투쟁을 시작할 때, 우리는 4개 직군 상시전일제 전환에 모두 함께 가기로 합의하였다. 그런데 돌봄 국가정책이라며 먼저 전일제로 전환 시켜주고 다음 해에 특수교육실무원 상시직 보내주었다. 지금 와서 급식 직군은 원점으로 돌아가자고 한다"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그동안 통 크게 양보하라 해서 밥하고 상시직 가겠다 했고, 2년이라는 시간 아무 말 하지 않고 기다렸다. 그런데도 아직도 문제만 늘어놓고 있으니, 도대체 우리가 어디까지 양보해야 하느냐"라며 "이제는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15년째 학교급식을 맡고 있다고 한 하정순 조리실무사분과장은 "우리는 제시간에 밥이 안 나가면 죽는 줄 안다. 몸이 상하고 다치는 줄도 모르고 뛰어다니며 밥시간을 맞춘다. 그만큼 학기 중에 아이들을 위해서 몸이 부서져라 고강도 집중노동을 하는 급식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많게는 10년, 20년 동안 학교에서 급식일을 하고 있다. 방학 중 비근무자라는 멍에를 둘러쓰고 학교급식실에서 몸을 갈아 넣으면서 일하고 나면 남는 것은 폐암과 골병든 몸뚱아리 뿐이다"라며 "방학은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급식노동자에게도 똑같이 필요하다. 방학 중에 밥을 안 한다고 월급을 안 주는 게 정상적인 노동 형태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상에 없는 방학 중 비근무자라는 근무형태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차별의 상징이자 설움의 상징이 되었다"라며 "우리는 방학 중에 연수, 청소, 개학 준비를 한다. 이런 날은 근무일인데도 병가도 안되고 조퇴도 안된다. 복무를 낼 수가 없어 연차도 못쓰고 초상이 나도 특별휴가 적용도 안 된다"라고 했다.

이어 "방학 중 근무일 계획을 세워 행정실에 내면 다시 하라고 돌아온다. 방학 때마다 주차수당 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면서, 도대체 우리에게 되는 것은 무엇이냐. 우리가 사람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냐. 정말 자괴감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집회에는 박봉열 진보당 경남도당 위원장, 김은형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등이 함께 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 22일 오후 경남교육청 앞 집회.
ⓒ 윤성효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 22일 오후 경남교육청 앞 집회.
ⓒ 윤성효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