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과격해진 유튜브 받아들이면 민주주의 위험”

백일현 2025. 1.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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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 인터뷰


1968년생으로 정당과 민주주의, 권위주의 등을 연구해온 정치학자다. 2018년 하버드대 정치학과 동료인 대니얼 지블랫 교수와 함께 쓴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30개 언어로 출판됐다. 지난해엔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를 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민주주의 선임연구원이기도 하다. [사진 레비츠키 교수 인스타그램]
“주류 정치인이 유튜브의 과격화(radicalization)를 수용하고 법적 절차를 거부하면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애국시민’ ‘반국가세력’ 명명은) 민주주의를 죽이는 담론의 완벽한 사례다.”

스티븐 레비츠키(57·정치학)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16일 중앙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가 2018년 낸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때 교보문고에서 민주주의 키워드 관련 도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가 정치인의 급진적 행동을 조장한다”며 “한국뿐 아니라 미국 등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이 과격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Q : 트럼프 대통령 시대가 다시 왔다. 계엄 사태 이후 한국을 바라보는 미국 사회의 시각이 달라졌나.
A : “내 생각엔 트럼프 행정부는 집회에서 성조기를 들고 있던, 보수세력에 더 동정적일 거다. 미국 공화당은 과거보다 해외 민주주의에 훨씬 덜 헌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들어갈 사람들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별로 신경 쓰지 않고, 한국의 민주주의가 죽어도 마음 상하지 않을 것이다.”

박경민 기자

Q : 한국에선 12·3 비상계엄 이후 50일(22일) 가까이 됐지만 좌우 충돌 등 사회 혼란이 여전하다. 한국 정치, 어떻게 평가하나.
A : “나는 한국 정치 전문가는 아니지만 계엄령 선포 후 한국 사회의 초기 대응은 긍정적으로 봤다. 지도자가 권력을 남용할 때 국민과 정치 엘리트가 민주적 제도를 지키려 단결하는 게 중요하다. 정치인이 상대방 접근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쓸 때 민주주의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게 바로 양극화다. 한국 정치는 분명 매우 양극화됐다. 극단적인 양극화는 양 진영이 규칙을 어기도록 부추기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 한국에서 일어난 일은 정치인과 정당이 게임의 규칙을 다시 생각하고, 넘어선 안 되는 선이 있다는 합의를 위해 마주 앉아 협상할 기회였다.”

Q : 한국의 극우 유튜브는 여당의 의사결정과 대통령 지지 집회에 상당한 역할을 한다.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은.
A : “소셜 미디어를 고려할 때 정치인은 타협하지 않고, 실수를 사과하지 않고,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싶어 한다. 온건한 입장은 온라인에서 비판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상과 타협은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라이벌을 정당하게 인정하고 패배를 받아들일 것을 요구한다. 소셜 미디어가 점점 정치인이 기본적인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1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하고 있다. [뉴스1]

Q : 정당이 극단주의 세력과 협력할 때 민주주의 토대가 약화한다고 저서에서 지적했다. 한국에도 적용될까.
A : “주류 정치인이 극단주의적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협조를 거부하느냐, 그러지 않느냐는 큰 차이를 만든다. 주류 정치인이 유튜브 등이 과격해지는 것을 받아들이고 법적 절차를 거부하면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한다.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면 해선 안 될 일이다. 주류 보수주의자들이 반민주적 행동을 한 사람을 묵인하거나 정당화 또는 보호하는 것은 문제다.”

Q :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을 ‘애국시민’과 ‘반국가세력’으로 나눠 부른다. 이런 네이밍(naming, 이름 짓기)을 어떻게 보나.
A : “민주주의를 죽이는 담론의 완벽한 사례다. 당신과 경쟁하는 정치를 하는 상대방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상대방도 정당한 권리를 가진, 나라를 사랑하는 시민임을 인정해야 한다. 좌우 정치세력이 경쟁자를 비애국적인 범죄자나 테러리스트라고 거부하거나 합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위태로워진다.”

김주원 기자

Q : 잠재적 독재자를 감별하는 네 가지 신호를 제시했다. 말과 행동으로 민주주의 규범을 거부하는가, 경쟁자 존재를 부인하는가, 폭력을 용인하거나 조장하는가, 언론의 자유를 포함해 반대자의 기본권을 억압하려 드는가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이러한 특징을 보였다고 주장한다.
A : “상대방을 정당한 라이벌로 인정하지 않고 반애국·반대한민국·친북으로 취급하는 것은 네 가지 경고 신호 중 하나다. 계엄령을 선언한 행동도 민주주의의 기본 규칙을 존중하지 않은 명백한 신호다. 적어도 두 가지에 해당하는 건 분명하다. 그가 민주적 규칙에 전적으로 헌신하는 정치인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는 게 안전하다.”

Q : 보수와 진보 갈등이 극에 달했는데 해결책은.
A : “양극화를 늦추는 유일한 방법은 정치인들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고, 상대방에게 손을 내밀어 대화하고 관행을 바꾸는 정치적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정치인은 민주주의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 추구보다 우선할 용기와 의지를 가져야 한다. 과거에 죽기 살기로 싸워 이룩한 민주주의가 위험에 처했음을 배우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번 일(계엄 사태)은 경고 신호였고, 한국 정치인들은 양극화를 해소할 방법을 찾을 시간이 아직 있다.”

인터뷰 전문은 더중앙플러스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죽이는 완벽 담론" 하버드대 교수, 尹 직격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09087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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