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민주당·부정선거'...음모론으로 뒤덮인 '윤석열 변론'
대한민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는 선서를 한다. 그러나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을 무시하고 공화국을 공격했다. <오마이뉴스>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드러나는 그의 '배신'을 기록으로 남긴다. <편집자말>
[박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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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 |
| ⓒ 연합뉴스 |
12.3 내란 사태로 "헌법을 준수하고"라는 취임 선서를 어긴 일로도 모자라 "계엄 선포와 관련하여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던 약속도 산산이 부서졌다. 처참한 잔해들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도 여지없이 목격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은 ① 비상계엄 선포 행위 ② 국회 봉쇄 및 침입 행위 ③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침입 행위 ④ 포고령 제1호 ⑤ 사법부 주요 인사에 대한 체포·구금 지시 행위 등 총 다섯 가지 쟁점의 위헌·위법성을 다투고 있다. 국회 측은 비상계엄 자체가 절차와 요건 모두를 어겼고, 국회와 선관위 침입은 헌법기관의 기능을 마비시킬 목적이었으며 포고령은 국민의 기본권을 전면 침해하고 사법부 인사들의 체포 등을 시도한 일 역시 사법의 독립을 침해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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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인 16일 국회 측 탄핵소추대리인단 공동대표인 송두환 전 인권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
| ⓒ 유성호 |
"피청구인의 헌정 파괴 행위를 받아들이고, 그리하여 파면하지 않는다면 이를 본보기로 삼은 미래의 독재자를 키워내는 결과가 될 것이다. 피청구인은 우리 국민이 가까스로 이룩해놓은 대의민주주의 헌정질서를 50년 이전으로 후퇴시켜 민주공화국을 배신했다. 그래서 피청구인을 대통령에서 파면해야 한다. 상처 입은 헌정질서를 정상으로 회복하는 가장 중요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 쪽은 비상계엄이 절차 요건을 갖췄는지조차 입증 못하고 있다. 헌법 89조는 계엄 선포와 해제 모두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정하고 있는데, 한덕수 국무총리 등 계엄 선포 직전 소집됐던 국무위원들은 '5분 만에 끝났다', '제대로 된 국무회의가 아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법률대리인단은 '국무회의 심의 여부를 행정안전부 사실조회로 입증하겠다'고 말해왔지만, 정작 사실조회를 신청하진 않았다. 주심 정형식 재판관이 "바로 해달라"고 못박을 정도였다.
포고령 역시 마찬가지다. 이 사건 포고령은 1조부터 위헌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군사정권 시절 포고령 어디에도 없는, 오히려 헌법과 계엄법이 보장하고 있는 국회 활동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출판의 자유, 단체행동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파업 중인 전공의들의 본업 복귀를 명령하고 위반 시 '처단'하겠다는 내용 등 다른 항목도 모두 문제다. 또 그래서일까? 윤 대통령 쪽은 '포고령 작성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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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련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이 진행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피청구인 법률대리인단이 착석해 있다. 왼쪽부터 조대현 전 헌법재판관, 배보윤 변호사 ,배진한 변호사, 차기환 변호사. |
| ⓒ 공동취재사진 |
"피청구인 측이 (답변서에) 쓰신 내용이다. '이 사건 포고령은 그 표현과 달리 국회나 지방의회의 정치 활동을 전면 금지한 게 아니라 반국가적 활동을 못하게 막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반국가적 활동'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가. 도대체 막으려고 했던 반국가적 활동이 무엇인지 밝혀달라."
이들의 변론은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경위를 설명할 때에도 엉성했다. 정 재판관은 "답변서3을 제출했는데, 국회에 군·경을 투입하도록 지시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는 것이고 다만 목적이 '국회 해산이나 기능 마비는 아니었다'는 것인가. 또 병력을 국회에 투입한 것은 '야당의 망국적 행태를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인가"라고 확인했다. 이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설명해줘야 할 텐데, 그 부분이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 쪽은 "대통령은 국내외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매우 큰 비상사태라 판단해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그러한 고도의 통치 행위 위헌·위법 여부는 사법부 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는 논리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1997년 전두환·노태우씨의 내란죄 확정판결에서 "비상계엄의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심사할 수 있다"라고 명백하게 선언했다. 이미 30년 가까이 확립된 판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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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란 우두머리' 혐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이 재발부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정문에서 태극기, 성조기, 'STOP THE STEAL' 손피켓을 든 지지자들이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 ⓒ 권우성 |
법률대리인단은 '부정선거로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입법 독재로 국가가 위기에 처했다'는 논지를 이어갔다. 배진한 변호사는 지난 2024년 12월 12일 윤 대통령이 언급한 '거대 야당의 폭주'를 거의 그대로 읊는 것으로 "무안 비행기 추락사건, 이재명 대표가 급히 추진한 사업이란 걸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며 근거도 불분명하고, 탄핵과 무관한 얘기를 꺼냈다. "(민주당이 깎은) 예비비 축소로 인해서 피해자들이 변상을 제대로 못 받고 있다. 이런 걸 딱 예상하고 한 건지"라는 말도 보탰다.
윤 대통령 쪽은 이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강변했다. 배진한 변호사는 "저희는 이 불법선거가 사실 중국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계엄 당시 선관위 연수원에 중국인 해커 90명이 있었다'는 가짜뉴스를 언급했다. 또 "우리 원전을 전 정권이 마비시키고 중국 태양광을 수입했다. 한전은 엄청난 적자를 겪고 중국이 돈 벌게 만드는 이상한 시책", "후쿠시마보다 50배나 많은 삼중수소를 방류하는 중국에 대해선 민주당은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며 민주당과 중국을 엮었다.
중국과 민주당, 그리고 부정선거라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있는 윤 대통령 쪽 변론은 정작 필요한 답변들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판관들의 궁금증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변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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