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 전쟁' 장교 필요한데 사병만 쏟아진다…반도체학과의 역설
브레인 경쟁 치열한데 생산직만 대량 육성
반도체 인재 양성, 양→질로 전환해야

지난해 기준 전국 4년제 대학에 설치된 반도체학과는 총 64개다. 2022년까지만 해도 26개였지만 2년 만에 2.5배(146%) 가까이 늘었다. 첨단기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교육부가 정원 규제를 완화해 반도체학과를 신설하고, 일부 대학은 기존 학과명에 ‘반도체’를 넣는 식으로 이름을 바꾼 결과다. 전문대학까지 포함하면 국내 반도체 관련 학과는 총 119개, 재학생만 1만5000명에 달한다. 앞으로 국내에선 매년 약 5700명의 반도체 전공 졸업생이 배출될 전망이다.
이처럼 정부가 ‘반도체 인재 양성’을 목표로 대대적인 정원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반도체 산업계에선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반도체 전쟁’의 핵심은 출중한 ‘장교’인데,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무수히 많은 ‘사병’ 양성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상 학부 과정을 마친 반도체학과 졸업생은 반도체 팹(공장) 생산라인에서 공정 장비의 오염 물질을 점검하고 수율(양품 생산 비율)을 확인하는 등 생산 관리를 담당하는 엔지니어로 일하게 된다.
반도체학과 2년 만에 2.5배…R&D 인력은 부족

전문가들은 반도체 공장이 늘어나는 만큼 반도체 인재도 필요하다는 식의 계산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삼성전자 기술고문(임원)을 지낸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는 “한국이 앞으로 키우려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는 결국 고객으로부터 충분한 주문을 받지 못하면 감산을 하거나 공장을 멈춰야 한다”며 “중국이 무섭게 추격하면서 반도체 생산 물량을 늘리는 상황에서 한국은 ‘초격차’ 기술력으로 우위를 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것은 단순히 팹이 많아서가 아니다. 경쟁사보다 앞서가는 n나노급 최첨단 공정과 패키징(조립)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TSMC의 이종접합 패키징 기술(CoWoS)은 칩의 크기를 줄이면서도 속도와 전력 효율성을 향상시킨 첨단 기술로 손꼽힌다”며 “TSMC가 주요 빅테크의 반도체 주문을 독점하는 비결은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부사장 출신의 심대용 동아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앞으로 반도체 팹도 AI 자동화 영향으로 현장 인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바뀔 것”이라며 “고난도 설계나 창의적인 공정 프로세스 등 고부가가치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고급 연구개발(R&D) 인력을 더 육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TSMC 경쟁력은 팹 규모 아냐…韓도 브레인 키워야”

반면 한국은 여전히 대학원 인재가 부족하다. 국내 최초로 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반도체 전문 고급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만든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만 해도 대학원 진학률은 저조한 상황이다. 채용연계 계약학과의 특성상 학부 과정을 마친 졸업생 대다수가 곧바로 삼성전자 취업을 선택해서다. 해당 학과 졸업생의 대학원 진학률은 2021년 17.6%→2022년 17.5%→2023년 15.8%로 낮아지는 추세다. 이 대학 공학 계열 전 학과의 평균 대학원 진학률(22.2%)보다도 낮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한 교수는 “기업의 장학금 혜택이나 교육 시설 투자가 학부 과정 중심이다보니 학부와 대학원 석·박사 연계 과정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고급 인재를 키우려면 기업과 정부가 대학원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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