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저성장 쇼크’에도 금리 동결 고육책…추경 준비 불가피

2025. 1. 17. 00: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 경제 상황 변화, 환율 불안에 기준금리 못 내려


민생 법안 통과시키고 추경 시기·규모 로드맵 짜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기준금리를 3%로 동결한 것은 고육지책이다. 경제의 양 날개인 내수와 수출 모두 어려워진 한국 경제가 1%대 ‘저성장 쇼크’에 직면한 만큼 지금은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오는 20일 취임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과 계엄·탄핵 쇼크가 겹치면서 최근 환율 불안이 극심해지자 예상을 깨고 금리를 동결했다.

환율 불안은 발등의 불이다. 미국 달러당 원화 환율은 최근 외환위기급에 이르는 1450원을 웃돈다. 여차하면 1500원을 뚫을 기세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 물가 상승은 투자와 고용에도 악재라는 점에서 환율 불안은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다.

고용 상황도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5만2000명 감소해 3년10개월 만에 감소 전환했다. 지난해 연간 일자리 증가 규모는 전년 대비 반 토막인 16만 명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도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미 경제 상황 변화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일반 관세 10%를 비롯한 전방위적 관세 장벽과 함께 법인세 인하 등의 감세 정책을 예고했다. 이 여파로 미국에선 수입물가가 오르고 미 정부의 재정 부담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중금리가 다시 뛰고 있다.

지난해 9월 3.6%대로 내려갔던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트럼프 당선 이후 방향을 틀더니 최근 4.8%까지 치솟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올해 금리 인하가 최소 2회로 예고됐지만, 뱅크오프아메리카(BoA)는 “트럼프 등장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Fed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끝나고 오히려 인상으로 기울고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어느 때보다 재정의 역할이 절실해졌다. 올해 정부 예산은 여야의 정쟁 끝에 감액예산으로 출발한 만큼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보강이 불가피해졌다. 다만 전체 예산 75%의 상반기 조기 집행에 나섰기 때문에 추경의 효율성을 따져봐야 한다. 추경을 피할 수 없다면 시기와 규모 등 로드맵이 필요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추경은 빠를수록 좋고 15조~20조원 정도가 적절하다”며 “전 국민 지원보다는 자영업자 타깃 지원이 맞다”고 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석좌는 어제 CSIS 게시글에 “한국 정부가 경제의 회복력에 자신감을 표하고 있지만, 지속하는 정치적 위기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이 경고에 여·야·정 협의체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살얼음판의 한국 경제를 구출하려면 반도체특별법 같은 기업투자 촉진, 민생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더는 미뤄선 안 된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