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결집 몰두한 한달여 ‘관저 정치’, 분열만 남겼다

이경원 2025. 1. 1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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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체포된 직후 영상 메시지와 자필 입장문을 각각 공개하며 마지막까지 지지층 결집에 몰두했다.

탄핵소추 이후 서울 한남동 관저에만 칩거했던 1개월여 시간 동안 윤 대통령은 거듭 '반국가세력'을 언급하며 내편 네편으로 국민을 갈랐고 국회와 사법부, 수사기관을 싸잡아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에도 한남동 관저 앞 탄핵 반대 집회 측에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서신을 전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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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출석 전후 영상·자필입장문
“野, 헌정질서 붕괴 밀어붙여” 주장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 끝까지 강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15일 윤석열 대통령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초소로 들어가던 중 대통령경호처 직원들과 대치하고 있다. 윤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체포된 직후 영상 메시지와 자필 입장문을 각각 공개하며 마지막까지 지지층 결집에 몰두했다. 탄핵소추 이후 서울 한남동 관저에만 칩거했던 1개월여 시간 동안 윤 대통령은 거듭 ‘반국가세력’을 언급하며 내편 네편으로 국민을 갈랐고 국회와 사법부, 수사기관을 싸잡아 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을 강조하지만 현재 바로 그 두 가치를 저버렸는지를 심판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는 이날 오후 2시 윤 대통령이 자필로 작성한 A4용지 4쪽 분량의 ‘국민께 드리는 글’이 사진과 함께 게시됐다. 윤 대통령은 야당에 대해 “반국가적인 국익 포기 강요와 국정 마비, 헌정질서 붕괴를 밀어붙인다”고 비난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에 대해서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향해서는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고 거듭 주장했다.

야당과 국가기관의 ‘패악’을 강조한 것과 달리 윤 대통령은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는 국민에게는 고마움을 표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많은 국민과 청년들이 우리나라의 위기 상황을 인식하고 주권자로서 권리와 책임의식을 가지게 된 것을 보고 있으면 깊은 감사를 느끼게 된다”고 적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에도 한남동 관저 앞 탄핵 반대 집회 측에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서신을 전달했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관저 정치’는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동시에 ‘보수의 결집’ 결과로도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틈틈이 유튜브를 통해 서울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 연설을 시청했고,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도가 높아진 여론조사 결과들을 반가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들어 여야의 지지율이 엇비슷해지자, 윤 대통령은 주변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국민들이 함께 고민해 주기 시작했다”는 반응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협치가 아닌 비상조치, 대화가 아닌 싸움, 기성 언론이 아닌 유튜브를 택한 결과는 결국 더욱 큰 국론의 분열을 초래했다. 윤 대통령이 고무적 반응을 보인 지지율은 한편으로는 한국 정치 특유의 당파성이 극단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정치평론가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관저 정치’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의미 부여는 여권에 독이 된다고 했다. 강성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여전히 12·3 비상계엄 자체를 납득하지 못하는데, 대통령은 민심과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자필 입장문에서도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 “계엄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 등으로 계엄 선포를 정당화했다.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거듭 응하지 않았다. 공수처의 수사 자체를 불법으로 보고 있는 결과지만,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것이 우리 법치주의 사회에서의 모든 국민들의 의무”라고 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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