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직전까지 윤석열이 한 일... 국민 분노와 우울 걱정된다
"우리에게는 Planet B(제2의 지구)가 없기에, Plan B(플랜 B)또한 없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유명한 표어 중 하나입니다. 끊임없이 생산하고 끊임없이 성장할 것을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어떤 플랜 A를 선택해야 할까요? 유일하고 유한한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행성으로 만들기 위한 지구를 위한 플랜 A를 제안합니다. <기자말>
[그린피스 신민주 캠페이너]
▲ 7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영업 중단한 상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
ⓒ 연합뉴스 |
우울한 소식의 정점을 경제가 찍었다. 지난 3일, 기획재정부에서 2025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발표했다. 이는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1.9%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1%대였던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나 글로벌 경제위기, 혹은 코로나 시기뿐이었다.
원인은 다양하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반도체 경쟁 심화 등 국제적인 상황에 영향을 받기도 했고, 내수 침체와 실패한 경제 정책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 최근의 정치적 혼란도 한몫했다. 계엄으로 인한 외국인 투자 철수와 환율 급등, 국가 신용도 추락, 소비 심리의 급격한 위축이 경제 침체를 가속했다. 그동안 폐업을 선택한 자영업자들이 받는 폐업 공제금 지급 규모가 올해 1조 3000억 원을 넘었다. 이는 2022년보다 4배 높은 수치이다.
정치적 혼란과 경제의 위기를 단번에 해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훼손한 대통령을 적법하게 처벌하는 일이 늦어진다면, 경제 침체는 보다 심각해지고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자연스럽게 새롭게 들어설 정권의 가장 큰 과제는 경제 문제 해결이 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 성공을 이루었을까?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국민 여러분께 분명하게 말씀을 드립니다." - 2024년 8월 29일 윤석열 대통령 국정 브리핑
"새해 우리 경제는 더 좋아질 것입니다. 수출이 늘면서 경제 회복과 성장을 이끌 것입니다." - 2024년 1월 2일 윤석열 대통령 경제계 신년 인사회 격려사
경제 상황을 더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직무 정지 이전 우리나라의 경제 정책 기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4년 윤석열 대통령은 "체감하는 민생경제" 및 "지속 성장 구조개혁"을 경제 목표로 삼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꺼낸 카드는 '규제 혁신'이었다. 윤 정부는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를 '규제 혁신'으로 두고, 민간 투자와 자유로운 기업 중심의 경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한편으로, 상속세 및 종부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세금 완화 혹은 폐지안을 추진했다. 세금 완화 정책 또한 민간의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시장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와 연관이 있었다. 그럼에도, 광범위한 세금 완화 정책은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마주하기도 했다.
복지 예산과 기후 대응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나라살림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기후변화 대응 프로그램의 예산이 2024년에 비해 한 차례 더 하락했고, 이 중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항목은 2022년 대비 57% 감소했다. 공공임대주택 예산과 고교 무상교육 예산, 긴급복지 예산 등 복지 분야의 예산이 삭감되었다.
윤 정부는 2024년 내내 경제 성장률이라는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투자 진흥, 규제 완화 및 세금 감면, 작은 정부 실현 등은 전형적인 시장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흥책이다. 그러나 윤 정부가 대통령 직무 정지 이전에도 과연 불평등 완화와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 중 하나라도 달성하였는지 불명확하다.
물가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올랐고, 자영업자 폐업이 늘었으며, 이유 없이 쉬는 청년들이 사회 문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덩달아 실질 경제성장률도 2분기 마이너스 수치(-0.2)를 달성했다. 오히려 경제 성장률 지표 개선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면서 역효과가 난 것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다.
윤 정부의 실책은 경제의 목표 자체가 불명확했다는 지점이기도 했다. 과연 경제 성장률을 높이는 것이 경제의 최우선 목표가 되어야 할까? 우리는 이를 위해 멈추지 않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고 그 '지속 성장'이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지 판단해 볼 필요가 있다. 지속 성장이 민생경제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거나, 애초에 지속 성장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꼭 경제 성장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 2023년 3월, 브라질 아마존 카야포와 문두루쿠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이루어진 불법 금 채굴 문제. 금 채굴은 수은과 같은 독성 화학물질을 이용하여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금 채굴은 원주민의 땅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지역 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다. |
ⓒ Marizilda Cruppe / GP |
최대한의 수단을 쓴다고 해도 머지않아 우리는 경제 성장률의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의 욕망과 경제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지구는 지구 바깥에서 자원을 끌어올 수 없는 닫힌 세상이고, 닫힌 세상의 자원은 언젠가 고갈된다. 이미 인류는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을 대다수 소모해 버리기도 했다. 그 자원은 자연환경일 수도 있고, 화석 연료일 수도 있고, 인류가 멸종하지 않고 배출할 수 있는 탄소의 총량일 수도 있다.
자원을 모두 쓴 이후 어떤 세상이 올 것인지는 아직 아무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기에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높은 확률로 경제와 욕망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것이다. 인간의 생존 자체가 어려운 세상이 펼쳐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경제 성장이 삶의 질을 견인할 수 있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 성장률이 언제나 사회 구성원들의 행복을 담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누가 높은 경제 성장률로 이득을 많이 보았는지, 불평등 지수와 사회적 차별과 관련된 데이터, 사회적 연대감의 증감 등의 수치가 오히려 중요할 수도 있다.
예컨대, 경제 성장률이 4% 이상이었던 2021년에는 부동산 가격 상승 문제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었고, 6%가 넘는 경제 성장을 이룬 2010년에는 급격한 물가 상승(2.9%)과 신선식품 지수 상승(21.3%)으로 인해 시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경제 성장은 모든 문제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는 경제 정책이 고갈과 소진, 기후 위기와 국제 분쟁, 복지의 축소 문제를 만들기도 했다. 경제를 숫자의 상승으로만 사고하지 않아야 제대로 된 경제의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어차피 끝없는 경제 성장은 조만간 가능하지 않은 일이 될 것이며, 가능하지 않은 일에 투자하는 것은 더 큰 손실을 내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제는 어떤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가? 성숙한 경제는 무엇인가?
새로운 경제를 위한 제안
2024년 8월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은 국민 절반가량이 장기적 울분 상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연말을 경유하며 장기적 울분 상태는 더 심화하였을 것이다. 반복되는 대규모 참사, 민생과 거리가 먼 정치, 민주주의의 심각한 훼손은 분노와 우울을 가중했다.
지금 이 시기, 상생과 안전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증오와 모욕을 넘는 상생의 정치와 모든 사람의 안전이 보장되는 사회가 과제로 등장했다. 2025년 새로운 경제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계엄, 탄핵, 대선 이후에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경제는 상생과 안전의 경제일 것이 틀림없다.
그리고 그 새로운 경제는 성장이 아닌 다른 목표를 추구할 때 달성할 수 있다. 나는 경제의 목표 중 하나가 더 많은, 그리고 더 좋은 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더 많은, 그리고 더 좋은 민주주의는 다양한 집단의 이야기가 공론장에 등장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모두가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발언권을 얻을 수 있고, 충분한 여가시간을 통해 정치에 관심을 쏟을 수 있으며,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이 존재해야 한다.
이 최소한의 기준들을 만족할 수 있는 경제적 기초가 모두에게 보장되지 않는 한 민주주의도 불가하다. 사회적 참사나 기후 재난 대응 등 모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소홀히 하는 경제도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모두에게 적대와 경쟁, 적자생존이 아니라 불평등의 완화와 대안적인 가치에 투자하는 경제 시스템이 필요한 이유이다.
조금 더 바랄 수 있다면, 새로운 경제가 더 많은 존재의 권익에 열려 있기를 바란다. 민주주의의 확장도, 더 좋은 경제도 더 많은 존재의 권익에 관해 이야기할 때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가 논의해야 할 경제의 고려 범주에 우리 이후의 시대를 살아갈 모든 존재와, 인간 이외의 것들을 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자유롭게 사용해도 되는 것처럼 여겼던 동물과 식물의 권익도 경제에 포함될 수 있다면 기후 위기와 더 좋은 삶을 만족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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