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지만 200쪽 이상… 공수처, 尹 계엄 모의부터 실행까지 집중 조사

박준우 기자 2025. 1. 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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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48시간 내 ‘내란수괴’ 입증 총력…구속영장 기반 다지기
정치인 체포, 국회·선관위 봉쇄 지시 혐의…계엄 당일 행적 추궁
‘불법계엄’ 모의 정황 집중…계엄요건 위반·위헌 포고령 혐의도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후 43일 만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박윤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15일 체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 조사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내란의 정점’이라고 판단해 지난달 16일 출석요구 이후부터 대면조사를 준비해왔다. 질문지만 200쪽 이상으로, 책 한 권 수준이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전 모의부터 세부 실행까지 전 과정을 캐물으며 내란수괴 혐의 입증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을 체포 상태로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48시간이다. 이날 오전 10시33분 체포영장이 집행됐기에 17일 오전 10시33분까지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구속 수사 의지를 밝혀온 공수처는 이번 조사를 발판 삼아 구속영장 청구까지 준비할 방침이다.

핵심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실제로 지시했는지, 나아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여부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표결을 막기 위해 의사당 봉쇄를 군과 경찰에 지시하고, 군 지휘관들에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와 국회 표결 방해를 지시했다는 군 수뇌부 진술 등을 토대로 계엄 당일 시간대별 행적과 지시 사항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하고, 특전사령관에겐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이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는지도 핵심 조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계엄군의 선관위 전산서버 탈취 및 선관위 직원 구금 계획, 부정선거 전담 수사단 설치 계획 등도 윤 대통령이 지시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국회를 대신할 비상입법기구를 신설하려 했다는 의혹,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도 추가 계엄을 검토했다는 의혹 등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장관 등 극소수의 최측근 인사들과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정황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수사 결과, 윤 대통령은 지난해 초부터 계엄 선포 직전까지 관저, 안가 등지에서 이른바 ‘충암파’(윤 대통령 모교인 충암고 출신)로 불리는 김 전 장관과 여 사령관 등을 최소 6차례 이상 만났고,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등 계엄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국회·정당 정치 활동 금지’ 등 위헌·위법적 내용이 담긴 포고령 발표 경위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 포고령은 김 전 장관이 과거 계엄 포고령 등을 참고해 초안을 작성하고, 윤 대통령 검토를 거쳐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로 공표됐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전시나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계엄 선포 요건에 맞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했고, 국무회의 등 법적 절차도 위반했다는 혐의도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그 이유로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의 특검·탄핵 압박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리자 요건에 맞지 않는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비상 계엄 선포와 관련 국무회의 심의와 출석 국무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 등 절차를 위반한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

계엄선포에 앞서 국무회의를 소집하면서 국무위원들에게 안건을 알려주지 않았고, 정족수를 채우자 일방적으로 계엄 선포를 통보했을 뿐 실질적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을 만류했지만, 윤 대통령이 ‘대통령의 결단’이라며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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