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지만 200쪽 이상… 공수처, 尹 계엄 모의부터 실행까지 집중 조사
정치인 체포, 국회·선관위 봉쇄 지시 혐의…계엄 당일 행적 추궁
‘불법계엄’ 모의 정황 집중…계엄요건 위반·위헌 포고령 혐의도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수괴(우두머리) 혐의로 15일 체포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 조사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대통령을 ‘내란의 정점’이라고 판단해 지난달 16일 출석요구 이후부터 대면조사를 준비해왔다. 질문지만 200쪽 이상으로, 책 한 권 수준이다.
공수처는 비상계엄 사전 모의부터 세부 실행까지 전 과정을 캐물으며 내란수괴 혐의 입증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을 체포 상태로 조사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 48시간이다. 이날 오전 10시33분 체포영장이 집행됐기에 17일 오전 10시33분까지는 구속영장을 청구하거나 석방해야 한다.
구속 수사 의지를 밝혀온 공수처는 이번 조사를 발판 삼아 구속영장 청구까지 준비할 방침이다.
핵심 중 하나는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실제로 지시했는지, 나아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여부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표결을 막기 위해 의사당 봉쇄를 군과 경찰에 지시하고, 군 지휘관들에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와 국회 표결 방해를 지시했다는 군 수뇌부 진술 등을 토대로 계엄 당일 시간대별 행적과 지시 사항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하고, 특전사령관에겐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이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 체포를 지시했는지도 핵심 조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계엄군의 선관위 전산서버 탈취 및 선관위 직원 구금 계획, 부정선거 전담 수사단 설치 계획 등도 윤 대통령이 지시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이외에도 국회를 대신할 비상입법기구를 신설하려 했다는 의혹,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도 추가 계엄을 검토했다는 의혹 등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장관 등 극소수의 최측근 인사들과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사전 모의한 정황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수사 결과, 윤 대통령은 지난해 초부터 계엄 선포 직전까지 관저, 안가 등지에서 이른바 ‘충암파’(윤 대통령 모교인 충암고 출신)로 불리는 김 전 장관과 여 사령관 등을 최소 6차례 이상 만났고,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등 계엄을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수처는 ‘국회·정당 정치 활동 금지’ 등 위헌·위법적 내용이 담긴 포고령 발표 경위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 포고령은 김 전 장관이 과거 계엄 포고령 등을 참고해 초안을 작성하고, 윤 대통령 검토를 거쳐 박안수 계엄사령관 명의로 공표됐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전시나 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계엄 선포 요건에 맞지 않다는 점을 알면서도 비상계엄 선포를 강행했고, 국무회의 등 법적 절차도 위반했다는 혐의도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그 이유로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윤 대통령이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의 특검·탄핵 압박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리자 요건에 맞지 않는 비상계엄을 통해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비상 계엄 선포와 관련 국무회의 심의와 출석 국무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 등 절차를 위반한 혐의도 조사 대상이다.
계엄선포에 앞서 국무회의를 소집하면서 국무위원들에게 안건을 알려주지 않았고, 정족수를 채우자 일방적으로 계엄 선포를 통보했을 뿐 실질적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다.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계엄 선포을 만류했지만, 윤 대통령이 ‘대통령의 결단’이라며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준우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 “소방장비 동원해 침입” 주장에…경찰 “소방장비 없었다”
- 공수처 과천청사 영상조사실 3층서 尹대통령 조사
- 맥없이 길 터준 경호처… 대부분 지휘부 명령거부 대기동 머물러
- 추미애 “김여사, 2023년 여름휴가때 해군 함정서 술파티 의혹”
- [속보]김기현·나경원·윤상현 등 관저 앞 尹 체포저지 ‘인간띠’
- 대통령 신변보호 ‘절대적 임무’… 관저경호 등 700여명 분산 배치[Who, What, Why]
- [속보]김성훈 경호차장 체포 호송 중…尹측 “공수처와 자진출석 협의 중”
- 누가 허위정보 흘렸나… 국방부 “55경비단 관저출입 승인, 공조본 주장 사실과 달라”
- [현장영상]“이게 뭐냐” ‘尹체포·출석협의’ 소식에 지지자들 오열…집회 참가자들 사이 충
- 최상목 “尹 영장 집행 시작…대한민국 법치주의 중요한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