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민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전모 밝혀야

2025. 1. 15.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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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석곤 소방청장은 13일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당일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에 협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 국회방송 캡처


소방청장, “계엄 선포 직후 전화로 지시” 증언


군사독재 때도 없던 반헌법적 폭거 용납 안 돼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일부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에 협조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허 청장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이 전 장관이) 특정 몇 개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 쪽에서 (단전·단수) 요청이 오면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37분쯤 상황이라고 한다. 허 청장은 소방청 차장과 논의한 뒤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으로 판단,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이 특정한 언론사에는 MBC·한겨레신문·경향신문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후 경찰청의 요청이 없었고 실제로 단전·단수가 이뤄지지 않은 건 다행이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이 언론사에 대해 폭압적 조치를 지시했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계엄의 포고령 1호에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항목이 포함됐다.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포고령을 윤 대통령이 사전 검토했다는 사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주장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는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이 전 장관을 포함한 계엄 관련자들이 한 달 넘게 숨겨오다 허 청장의 국회 증언으로 불거졌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 언론 탄압 시도의 전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허 청장은 이 전 장관이 거론한 언론사 가운데 일부만 기억하고 있다. 계엄 주동자들이 단전·단수 대상으로 지목한 미디어가 어디인지 밝혀야 한다. 이 조치가 이 전 장관의 독단적 판단인지도 조사가 필요하다.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지방에 있다가 연락을 받고 급히 서울로 왔다고 주장해 왔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언론사를 지정해 단전·단수를 요청한 건 자신의 판단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번 계엄과 관련해 단전·단수에 관한 언급은 윤 대통령의 지난달 12일 담화에서 나온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은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허 청장이 증언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수도방위사령부가 여의변전소를 사전 답사했다고 밝히는 등 단전을 실제로 준비한 정황을 폭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해 온 대로 비상계엄이 ‘경고용’이었다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는 설명이 안 된다. 이 전 장관 등을 엄정히 조사해 초유의 언론 탄압 의혹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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