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상민 전 장관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전모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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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청장, “계엄 선포 직후 전화로 지시” 증언
군사독재 때도 없던 반헌법적 폭거 용납 안 돼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일부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에 협조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1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한 허 청장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이 전 장관이) 특정 몇 개 언론사에 대해 경찰청 쪽에서 (단전·단수) 요청이 오면 협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37분쯤 상황이라고 한다. 허 청장은 소방청 차장과 논의한 뒤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으로 판단,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이 특정한 언론사에는 MBC·한겨레신문·경향신문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이후 경찰청의 요청이 없었고 실제로 단전·단수가 이뤄지지 않은 건 다행이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이 언론사에 대해 폭압적 조치를 지시했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번 계엄의 포고령 1호에는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는 항목이 포함됐다.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포고령을 윤 대통령이 사전 검토했다는 사실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의 주장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는 군사독재 시절에도 없었던 일이다. 이 전 장관을 포함한 계엄 관련자들이 한 달 넘게 숨겨오다 허 청장의 국회 증언으로 불거졌다.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 언론 탄압 시도의 전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허 청장은 이 전 장관이 거론한 언론사 가운데 일부만 기억하고 있다. 계엄 주동자들이 단전·단수 대상으로 지목한 미디어가 어디인지 밝혀야 한다. 이 조치가 이 전 장관의 독단적 판단인지도 조사가 필요하다. 이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지방에 있다가 연락을 받고 급히 서울로 왔다고 주장해 왔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언론사를 지정해 단전·단수를 요청한 건 자신의 판단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이번 계엄과 관련해 단전·단수에 관한 언급은 윤 대통령의 지난달 12일 담화에서 나온 적이 있다. 윤 대통령은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면, 국회 건물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부터 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송 송출도 제한했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허 청장이 증언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수도방위사령부가 여의변전소를 사전 답사했다고 밝히는 등 단전을 실제로 준비한 정황을 폭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주장해 온 대로 비상계엄이 ‘경고용’이었다면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는 설명이 안 된다. 이 전 장관 등을 엄정히 조사해 초유의 언론 탄압 의혹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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