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는, 윤석열의 변호사들
[박소희 기자]
친구, 또는 검찰, 아니면 극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대리인단에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태블릿PC 조작 의혹'을 제기했던 차기환 변호사가 합류했다. 검찰 출신에, 국정농단 당시 박근혜씨 탄핵심판 또는 형사재판에 참여했던 이들에 더해 '극우' 행보를 보여온 인물까지 들어가면서 윤 대통령 대리인단의 색깔은 더욱 확실해졌다.
최근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변호사의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10일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이 국가수사본부에 출석하자 "경호차장이 직무를 대행하게 된다"고 마치 대통령실같은 공지를 띄웠고, 11일에는 "민주당의 '카톡 검열'이 헌정질서를 문란케 하는 내란"이라는 정당의 논평과 같은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윤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내란정국의 최전선에 서있다. 이들은 누구일까? 한 명 한 명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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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유족 모욕, 5.18 북한군 개입설 주장 등 꾸준한 '극우' 행보를 보여온 차기환 변호사.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태블릿 PC' 조작설을 제기하며 국정농단의 실체를 부정했던 그는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이 됐다. |
ⓒ 연합뉴스 |
차 변호사는 국정농단 당시 최서원씨의 비선활동이 담겨있던 태블릿PC 조작설을 적극 주장하기도했다. 그는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을 변호하는 과정에서 태블릿 PC의 감정을 신청하기도 했고, 변희재 미디어워치 고문이 태블릿PC 조작설을 유포해 JTBC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맡았다가 2023년 8월 방문진 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만뒀다. 국정농단의 실체를 부정했던 인물이,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편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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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출신 윤갑근 변호사는 '윤석열의 입'으로 종횡무진하고 있다. 그는 대검찰청 강력부장 시절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수사에서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몰고가고자 증거를 조작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간첩이라고 믿었으면 날조가 아니다'란 논리를 적용, 부실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
ⓒ 연합뉴스 |
대구에 가기 전, 대검찰청 강력부장이던 윤 변호사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유우성씨의 간첩죄 증거를 위조한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유씨가 북한에 들어갔다고 믿고 위조했다면, 날조가 아니다'라는 논리로 이들에게 국가보안법 12조 날조죄를 적용하지 않았다.
윤 변호사는 이후 정치인으로 변신을 꾀했다. 충북 출신인 그는 청주 상당구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를 노렸으나 현역 정우택 의원에게 밀렸다. <중앙일보>는 이 과정에서 불거진 정 의원의 돈 봉투 논란에 윤 변호사가 관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윤 대통령에게 '미운 털'이 박혔지만, 두 사람 모두와 가까운 정점식 의원의 추천으로 변호인단에 참여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검찰 재직 당시 공보 경험이 많기 때문인지, 현재 '윤석열의 입'으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 "굳게 믿고 위조하면 국보법상 날조 아니다"는 검찰 https://omn.kr/7sio
- 정우택 "정치공작"... 윤갑근 "내가 CCTV 찍으라고 시켰나" https://omn.kr/27h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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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법재판소 공보관이었던 배보윤 변호사는 퇴직 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탄핵소추의결서는 부실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회 탄핵소추인단이 '내란행위의 형법 위반이 아닌 헌법 위반만 판단받겠다'고 하자 "국회의 새로운 의결을 받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
ⓒ 연합뉴스 |
배 변호사는 3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 쪽 법률대리인단이 '내란행위의 형법 위반이 아니라 헌법 위반을 판단받겠다'고 밝히자 "형법 위반을 철회한다면 국회의 새로운 의결을 받아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 행위에 관한 사실 등을 설명하는 답변서를 제출하라'는 헌재 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 정형식 재판관으로부터 "(국회에) 군경을 투입한 경위라든지 그런 것들은 답을 해야하는데 답이 없다"는 질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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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자 정치 입문을 권유하고, 대선 과정에도 깊숙이 관여했던 배진한 변호사는 지난 3일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에서 "언론이 워낙 저희를 적대적으로 대한다"며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라는 논리를 펼쳤다. |
ⓒ 연합뉴스 |
배 변호사는 탄핵심판 준비절차가 두 차례로 끝나자 취재진에게 "국민이 다 투표해갖고 한 대통령을 요 짧은 기간 동안 파면시키려는 것"이라며 헌재를 향해 불만을 터뜨렸다. 또 "아시다시피 세 시간 만에 (비상계엄은) 해제됐다. 국회는 전혀 방해받지 않은 상태에서 해제했다"며 경고성 계엄이었을 뿐이며 내란이 아니라는 윤 대통령의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그는 심판정에서 "언론이 워낙 저희를 적대적으로 대한다",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라고도 말했다.
- 이번엔 언론 탓..."윤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 https://omn.kr/2bq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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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이었던 서성건 변호사는 국정농단 수사를 총괄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법률대리인이 됐다. 그는 2020년 1월 20일 우리공화당 '영입인재 3호'였다. |
ⓒ 연합뉴스 |
서 변호사가 법조윤리협의회 사무총장이던 2015년, 황교안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가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변호사로 재직했을 때 수임 내역 일부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뒤늦게 수임내역이 공개되면서 '사면 로비' 의혹이 불거지자 그는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변호사법) 89조 9항은 수임사건만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19건의 자문사건은 수임사건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며 황 후보자를 방어했다. 황교안 전 총리는 현재 지속적으로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등 누구보다 오른쪽으로 가 있다.
- '너꼼수' 등장..."나꼼수 헛발질 다룰 것" http://bit.ly/ZDRTeV
- 웃음짓는 황교안... 막내린 '부실' 청문회 https://omn.kr/e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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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씨 형사재판을 변호하고, 독일까지 날아가 탄핵반대집회에 참가하는 등 열렬한 '태극기 부대' 도태우 변호사는 2024년 총선에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뻔했지만 '5.18 망언'으로 공천을 취소당했다. |
ⓒ 조정훈 |
그는 유튜브 등에서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며 5.18민주화운동 폄훼에도 앞장섰다. 22대 총선 당시 국민의힘 대구 중·남구 공천을 받은 뒤 이 일이 문제가 되자 "오보"라며 "5.18 당시 북한의 왜곡 방송, 조총련의 활동 등 북한의 개입 시도에 대해 위원회가 철저히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또 다른 '막말'이 계속 드러났고, 결국 국민의힘은 도 변호사의 공천을 취소했다. 그는 "거침없는 보수의 일꾼"을 자처하며 무소속 출마를 강행했지만, 낙선했다.
- 태극기세력 모으는 극우 개신교 "문재인은 간첩, 퇴진 운동 나선다" https://omn.kr/1chxn
- '5.18 북한 개입 망언' 도태우, 사과했지만 언론에 책임 돌려 https://omn.kr/27q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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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거훈 변호사는 2009년 '미디어법' 논란 당시 국회의장 비서실장으로선 이례적으로 야당을 공개 비난했던 인물이다. 그는 지난 3일 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헌법재판'이 아닌 "투쟁의 장"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쪽이야말로 헌법재판을 정쟁화하던 순간이었다. |
ⓒ 연합뉴스 |
최 변호사는 지난 3일 재판관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10분 간 장황하게 국회 탄핵소추 의견을 반박하는 한편 "이 사건 계엄 배경에는 (더불어민주당의) 무차별 탄핵이 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는) 헌정 질서를 진정한 내란 상태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또 "탄핵심판의 실질상 구도는 야당과 대통령 및 여당 구도, 진보세력과 보수세력의 다툼이고 탄핵심판은 집단과 집단의 대결의 장이고 이념 투쟁의 장, 결전의 장"이라며 헌법재판 자체를 정쟁으로 치부했다.
- 김형오 측 "국회의장에게 미디어법 시정의무 없다" https://omn.kr/4nwe
- "진보와 보수세력의 다툼" 탄핵심판 '대결의 장'으로 만든 윤석열 측 https://omn.kr/2bt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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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계리 변호사(왼쪽 두번째)는 윤 대통령이 탄핵 직전 임명한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의 2022년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 캠프에 대변인으로 참여했다. 박 위원장은 정형식 재판관의 처형이기 때문에 야당은 윤 대통령이 정 재판관을 '회유'하려고 한 것 아니냐며 반발했다. |
ⓒ 연합뉴스 |
김 변호사는 2023년 한덕수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진상조사보고서작성기획단원으로 위촉됐다. 여순사건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역사학자 주철희씨는 그해 12월 <여수넷통뉴스> 기고문에서 김 변호사가 여순사건은 물론 민간인 학살사건 등 과거사 및 국가범죄 관련 사건의 전문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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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은 '김홍일 선배'에게 국민권익위원장에 이어 방송통신위원장을 맡기는 등 각별한 신임을 보냈다. 그는 2007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이명박씨의 BBK 주가조작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2018년 윤석열 중앙지검장과 한동훈 3차장이 지휘한 검찰 수사팀이 이씨를 기소했던 바로 그 사건이다. |
ⓒ 연합뉴스 |
- 윤 대통령 '검사 선배' 방통위원장 지명...방송·통신 경력은 '전무' https://omn.kr/26nl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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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의 '40년 지기' 석동현 변호사는 탄핵 반대 집회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지금은 전쟁이다.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이 전쟁에 여러분이 전사"라고 말하는 등 이들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장외전'을 주도하고 있다. |
ⓒ 권우성 |
2024년 서울 송파갑 출마를 희망했으나 기회를 얻지 못하자 자유통일당에 입당, 비례대표 2번으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석 변호사는 12. 3 사태를 "소란"이라거나 "내전"을 운운하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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