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씻으면 불어난다는 샘물에 가보니
도쿄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입니다. 그만큼 각종 정보가 넘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유명한 관광지를 이미 방문했다면 이번엔 '도쿄 말고, 근교'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이 연재에서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도쿄 도내와 도쿄 근교 여행지를 소개합니다. 색다른 일본 여행지를 찾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기자말>
[정효정 기자]
"가마쿠라는 신기한 곳이야. 몇 천 년 전부터 유령도, 요괴도 사람들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곳이지."
- 영화 <운명, 가마쿠라 이야기> 중
가마쿠라는 가나가와현 미우라반도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도쿄역에서 기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도착할 수 있어 당일치기 여행지로 인기가 높다. 역사·쇼핑·미식·풍경·아웃도어 액티비티 등 모든 면에서 여행자를 만족시키는 곳이다. 국내에서는 만화 〈슬램덩크〉, 영화 〈바다 마을 다이어리〉 등의 배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영화 〈운명, 가마쿠라 이야기〉, 소설 〈츠바키 문구점〉 또한 이곳을 무대로 삼았다.
▲ 영화 <운명, 가마쿠라 이야기> 포스터 가마쿠라에 신혼살림을 차린 아내와 남편에게 벌어지는 신기한 일을 다룬 판타지 영화다. |
ⓒ 네이버영화 |
가마쿠라에 절이 많은 이유
지금은 소도시지만, 가마쿠라는 한때 약 150년간 일본의 실질적인 수도였다. 1192년,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賴朝)가 이곳에 최초의 무사정권인 가마쿠라 막부(1185~1333년)를 세웠기 때문이다. 가마쿠라는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이고, 남쪽은 바다로 열려 있어 막부가 요새로 삼기에 좋은 입지였다. 이때 세워진 막부체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에도 막부로 완성되어 19세기 대정봉환(大政奉還)이 이루어질 때까지 이어졌다.
▲ 가마쿠라 대불 가마쿠라 막부 시절에 주조를 시작한 높이 13.35m, 무게 121톤의 거대 청동 좌상이다. |
ⓒ 정효정 |
그 결과 탄생한 아미타여래 청동 대불은 높이 약 13.35m, 무게 121톤에 이른다. 나라의 도다이지 대불이 장엄하고 위엄 있다면, 이곳의 청동 대불은 인자하고 평화로운 인상을 준다. 청동 대불이 있는 고도쿠인(高德院)은 에노덴을 타고 하세역에서 내려 10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할 수 있는데, 세계 각지에서 온 방문객들이 인증샷을 찍느라 분주하다.
가마쿠라 대불을 만나기 전에, 8세기 무렵부터 이 자리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하세데라(長谷寺)를 들러볼 수도 있다. 높이 약 9m에 이르는 목조 십일면관음상을 봉안한 곳으로, 초여름(6~7월경)에 절을 가득 메우는 수국으로 유명하다.
▲ 하세데라(長谷寺)의 벤텐구츠(弁天窟)내부 변재천(弁才天)을 모시는 암굴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
ⓒ 정효정 |
▲ 호코쿠지(報?寺) 에 있는 무사가문의 석굴묘 가마쿠라는 산이 많고 평지가 적어 야구라(やぐら)라는 독특한 매장 풍습이 생겨났다. |
ⓒ 정효정 |
▲ 대나무 숲에서 말차를 마시는 체험 호코쿠지에서는 대나무숲에서 말차를 마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입장료 400엔, 다도체험포함 1,000엔) |
ⓒ 정효정 |
▲ 오후나 관음상 오후나역에서는 높이 약 25m의 거대한 흰색 관음상을 만날 수 있다. |
ⓒ 정효정 |
가마쿠라 막부가 세워졌을 때, 이들은 '쓰루가오카 하치만궁(鶴岡八幡宮)'을 세우고, 이곳을 기점으로 바다까지 직선으로 이어지는 대로를 만들었다. 하치만(八幡)은 일본 신도에서 섬기는 군신(軍神)으로, 하치만궁은 무사(武士) 정권의 상징성을 보여준다.
▲ 쓰루가오카 하치만궁(鶴岡八幡宮) 가마쿠라 막부가 세운 신사로, 무사의 신인 하치만을 모시고 있다. |
ⓒ 정효정 |
그 외에도 가마쿠라에는 수많은 신사가 있다. 비종교인이지만 어느 지역을 여행하든 그 곳의 종교 시설을 즐겨 찾는다. 그곳에 모이는 사람들의 마음이 보고 싶기 때문이다. 모두 다른 신이지만 신의 형태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신 앞에 두 손을 모으며 잠시나마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의 모든 신은 인간에게 감사받아 마땅한 존재라는 생각이 들곤한다.
▲ 수국이 피어 있는 쿠즈하라오카 신사(葛原岡神社) 쿠즈하라오카 신사(葛原岡神社)는 인연을 이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
ⓒ 정효정 |
▲ 엔무스비 바위 남성 바위와 여성 바위가 실로 이어져 있고, 사람들은 이곳에서 좋은 인연이 이어지기를 기도한다. |
ⓒ 정효정 |
▲ 액운을 깨부수는 바위 100엔을 내고 접시를 사서 바위에 던져 액운을 물리치는 의식이다 |
ⓒ 정효정 |
▲ 신비한 샘물이 흐르는 오쿠노미야(奧宮) 재니아라이벤텐신사의 내부에 있는 동굴에는 돈을 씻으면 불어난다는 신기한 샘물이 흐른다 |
ⓒ 정효정 |
▲ 돈이 불어나는 샘물에서 돈을 씻는 방법 바구니에 동전을 담고 준비된 바가지로 흐르는 샘물을 떠서 세 번 붓는다. |
ⓒ 정효정 |
가마쿠라에는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볼거리가 가득하다. 골목 사이사이에 오래된 카페나 SNS로 유명해진 맛집이 숨어 있고, 여행자들은 멸치같이 작은 생선을 가득 얹은 시라스덮밥을 먹고, 마치 정해진 코스처럼 가마쿠라의 노면전차인 에노덴을 탄다. 주택가에는 아기자기한 꽃들이 심어져 있고, 야트막한 집 사이로 달리는 노면전차가 오후의 풍경을 한층 느긋하게 만든다.
▲ 가마쿠라를 달리는 에노덴 가마쿠라 시내를 달리는 노면전차로 주택가와 바닷가를 달린다 |
ⓒ 정효정 |
어찌 됐든 좋은 기분을 간직하면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운'이라 부르는 것들이 사실은 '기분 좋음'의 또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찾아도 좋은 기분을 선물해주는 곳, 그래서 가마쿠라는 늘 운이 좋은 곳이다.
▶여행 정보
1. 도쿄에서 가마쿠라 가는 법
도쿄역에서 출발한다면 가마쿠라역까지 직통으로 갈 수 있는 JR 요코스카선을 타고 간다(약 55분 소요. 요금 편도 945엔). 신주쿠·시부야 등 도쿄 서북쪽에서 출발하면 JR 쇼난신주쿠 라인이 더 편하다(약 55분 소요. 요금 편도 945엔).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은 걸리지만 신주쿠에서 오다큐선을 탄 다음 후지사와에서 에노덴으로 갈아타는 방법이 있다(약 1시간 50분 소요). 이 경우 오다큐에서 발매하는 에노시마가마쿠라프리패스를 이용할 수 있다(패스 1,520엔, 오다큐선 왕복 + 에노덴 무제한 탑승). 가마쿠라 시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로는 에노덴을 무제한으로 탑승 할 수 있는 JR 노리오리쿤이 있다(요금 800엔).
2. 재니아라이벤텐 신사(銭洗弁財天宇賀福神社)
12세기 가마쿠라 막부의 탄생과 함께 생겨난 오래된 신사로 동굴 안 샘물에서 동전을 씻으면 재물이 늘어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주소】 神奈川県鎌倉市佐助2丁目25−16
【개관시간】 8:00 ~ 16:30
【가는 법】 가마쿠라역에서 51번 버스를 타고 간다. 이 경우, 걸어서 15분 정도의 언덕길을 올라야한다. 가마쿠라역에서 택시를 타면 10분 정도 걸린다. 근처에 있는 쿠즈하라오카(葛原岡神社)신사와 연계하여 방문하기 좋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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