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공개 플랫폼 ‘코스모스’...韓스타트업 기술 쓰였다는데

박수호 매경이코노미 기자(suhoz@mk.co.kr), 김연수 매경이코노미 인턴기자(studyabroad4554@naver.com) 2025. 1. 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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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5’에서 기조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진=AFP 연합뉴스)
“우리는 물리적 인공지능(AI)을 민주화하고 모든 개발자가 일반 로봇을 사용할 수 있도록 코스모스를 만들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발표한 내용이다. 코스모스는 일종의 AI 개발 플랫폼이다. 가상환경이지만 물리적 법칙이 적용되는 현실 같은 3D 환경을 조성, 로봇·자율주행 등 누구나 이를 활용해 다양한 제품개발을 할 수 있다. 여기엔 현실 공간과 쌍둥이 같은 가상공간을 만든다는 개념의 ‘디지털 트윈’ 기술이 적용됐다.

여기서 잠깐. 흥미로운 점이 있다. 이런 기술을 찬찬히 뜯어보면 ‘2D 이미지를 3D 데이터로 변환하는 기술’이 적용된다. 그런데 이 기술은 한국 스타트업이 의료 현장에서 이미 쓰고 있었다. 이를 엔비디아가 발굴, 한국 스타트업과 협업해 AI 플랫폼에 적용했다는 후문. 메디컬아이피(Medical IP) 얘기다.

디지털 트윈 (사진=메디컬아이피 제공)
메디컬아이피는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이자 영상의료기기 명품화지원실장을 지낸 박상준 교수가 2015년 설립한 스타트업. 서울대병원에서 공식적으로 스핀오프한 1호 기업이기도 하고, 컴퓨터공학과 의학을 공부한 그는 창업 후 ‘AI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독창적인 의료 AI 솔루션을 개발한다. 이를 통해 환자의 신체를 가상 세계에 구현해 증강현실로 시각화할 수 있다. 이런 획기적인 기술을 갖고 2020년 미국 시카고 북미영상의학회(RSNA)에 참가, 메디컬아이피의 독자 AI 디지털 트윈기술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이때 운명처럼 엔비디아 관계자를 만났다. 엔비디아 측은 “젠슨 황이 찾던 기술”이라고 극찬했다. 이후 협업 요청이 와서 응했던 것이 오늘에 이른다. 더 자세한 얘기는 박상준 대표와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봤다.
박상준 대표 (사진=메디컬아이피 제공)
Q. 엔비디아와 인연이 눈길 끈다.

학회 발표가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그 시기는 코로나19 때문에 원격 근무가 확산하던 시기였다. 엔비디아는 여러 사용자가 각자 다른 공간에 있더라도 하나의 가상공간에 접속해 3D 영상과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옴니버스’라는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었다. 마침 우리 기술을 보고 2020년부터 3년간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플랫폼과 메디컬아이피 기술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솔루션은 전 세계에 배포됐으며 국내외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CES에서 젠슨 황은 기존 디지털 트윈 플랫폼인 옴니버스와 새로운 동작 생성 플랫폼인 코스모스(CWFM)를 연동,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의 동작이나 주행을 생성하고 테스트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우리 원천 기술이 이런 세계적인 AI플랫폼 발전에 기여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Q. 구체적으로 두 회사가 협력해서 어떤 성과가 있었나.

엔비디아 옴니버스 웹사이트에 탑재된 유일한 의료 AI디지털트윈 솔루션 MEDIP (사진=메디컬아이피 제공)
엔비디아 옴니버스 플랫폼의 경우 산업 분야에서 사용할 때는 쉽게 데이터를 연결할 수 있지만 의료 분야에서는 인체 구조를 표현하기 어려워 의료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이를 해결하고자 하던 엔비디아가 디지털 트윈 기술을 가진 우리와 협력하게 된 것이다. 이런 협력을 바탕으로 핵심 제품인 메딥(MEDIP)과 딥캐치(DeepCatch)를 개발할 수 있었다. 메딥은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에 연결돼 시공간 제약 없이 인체 내부 정보를 디지털 트윈으로 확장, 실시간 3D 그래픽으로 시뮬레이션 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런 시각화 과정을 통해 웨어러블 제품 디자인 단계에서 인체 공학적 설계와 사용자 중심 디자인 혁신을 돕는다.

딥캐치는 AI 기반 전신 체성분 분석 솔루션으로 2D 의료영상인 CT데이터와 X-ray를 3D 디지털 트윈으로 변환해 정밀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 기술은 이미 촬영한 기존 영상을 활용하기 때문에 별도의 촬영 없이 분석 가능하다. 이처럼 협력을 통해 단순히 흑백 이미지로만 보던 의료 영상을 애니메이션 수준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은 WHO와 손잡고 CT나 MRI가 부족한 저개발 국가 지원사업에 쓰이고 있기도 하다.

Q. 이런 정도 기술력이면 다양한 분야로 확장도 가능할 듯 싶다.

그렇다. 교육, 제조, 산업디자인 분야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가상현실 해부학 교육 솔루션이 대표적이다. 흔히 각 대학병원에 시신 기증을 한다는 얘기를 들어봤을 테다. 의료진의 해부실습을 위한 고귀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기증 사례가 꾸준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만든 것이 ‘메딥박스(MEDIP BOX)’다. 기존 실제 사체(카데바)를 활용한 해부 실습 문제를 3D 디지털 전환으로 해결해주는 교육 솔루션이다. 이미 교육 분야에서는 미국 네바다주에 위치한 로즈먼 보건과학대학교(Roseman University of Health Sciences)에 메디컬아이피의 다양한 AI 디지털트윈 기술 적용을 시작했다. 3D 프린팅 제조 기술과 결합해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를 3D로 시각화해 쉽게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유로팬텀(Urophantom)’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환자들의 수술 이해도를 높이고 의료진이 최적의 수술 계획을 수립하는데 도움을 준다.

메딥박스 가상현실 해부학 테이블 (사진=메디컬아이피 제공)
Q. 기술 개발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관련 데이터를 축적해야 하는 만큼 시간과 비용, 기술적 측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AI 디지털 트윈 기술에는 고품질 대규모 3차원 데이터가 필요하다. 워낙 방대한 양의 AI 학습이기에 학습에 몇 달이 소요된다. 오류가 있거나 부족한 데이터의 경우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또한 이를 기존 의료 시스템에 통합하려면 복잡한 프로세스와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성능 컴퓨팅 자원이 필요한데, 이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고성능 GPU가 AI 기반의 디지털트윈 기술을 실시간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많은 도움을 줬다.

Q.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프로젝트도 있는지 궁금하다.

디지털트윈 기술을 신약 개발, 임상 시험 시뮬레이션에 적용해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시킬 계획이다. 의료 분야에서는 영상의료기기 회사 또는 제약사들과 AI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

Q. 엔비디아 외 다른 기업과 협력 사례도 있나.

그렇다. 최근에는 동아제약과 국내 대표적 영상의료기기 회사인 디케이메디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고 공급계약까지 체결했다. 이를 통해 국내는 물론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까지 함께 진출하고자 한다. 올해 1분기 중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사업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외에도 미국, 인도 중심의 파트너사들과 사업 논의를 구체화시켜나가고 있다.

Q. 한때 상장을 추진했는데.

그렇다. 2022년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상장 자진 철회를 했다. 물론 이때 얻는 성과도 있다. 당시 기술 평가에서 상장요건을 뛰어넘는 좋은 등급을 받았다. 기술력 만큼은 대내외 인정받은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올해 다시 예심 청구를 진행해 상장도 추진하고자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메디컬아이피는 환자의 일상 데이터를 결합 분석해 골든타임에 놓치지 말아야 할 수많은 정보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결 선상에서 개발하고 있는 것이 간암 발생, 재발 예측 솔루션이다. 간암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다. 올해 상반기 내로 출시하고 국내외 관계 당국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더불어 메디컬아이피는 향상된 빅데이터를 활용해 AI 디지털트윈 기술을 정밀화하고, 이를 실시간 데이터와 결합, 동적 예측 시스템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이를 신약 개발, 임상 시험에 적용해 개발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며 스포츠, 재활, 교육,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분야로 융합과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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