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감리·성결교 “찬송으로 연합” 합동찬송가 출간
1949년 출판된 ‘합동찬송가’는 혼란스러운 시기에 한국교회의 연합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결실이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념 대립으로 분열돼 있던 당시,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가 힘을 모아 하나의 찬송가를 펴냈다. 이는 한국교회가 갈등을 넘어 하나님을 찬양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합동찬송가의 출판 배경에는 1930년대부터 각 교단이 개별 찬송가를 사용하면서 겪은 불편함이 있었다. 1946년 3개 교단은 이런 문제를 공유하고 찬송가합동연구위원회를 조직해 새로운 찬송가 편찬에 착수했다. 1년여 연구 끝에 1948년 각 교단 총회의 승인을 얻어 1949년 586곡으로 구성된 합동찬송가가 출판되었다.
합동찬송가에는 장로교의 ‘신편찬송가’(1935년), 감리교의 ‘신정찬송가’(1931년), 성결교의 ‘부흥성가’(1930년)에서 각각 수록곡의 90% 이상이 망라돼 각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이 그대로 투영된 찬송들이 한데 어우러졌다. 이는 찬송가의 물리적 통합을 넘어 한국교회의 연합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결실이었다.
편찬 과정을 들여다보면 3개 교단은 총회 결의 이후 찬송가합동전권위원회를 조직하고 각 교단에서 5인씩 편집위원을 선발해 편집을 주도했다. 교단별 찬송가 편입 비율은 장로교 40%, 감리교 30%, 성결교 20%로 정해졌고 각 교단이 선호하는 곡을 우선적으로 수용하면서도 교단 간 균형을 꾀했다.
1949년 가사판 출판 당시 586곡과 38편의 교독문이 수록됐고 이듬해에는 악보판이 발행됐다. 편집 체계는 현행 ‘21세기 새찬송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문-제목분류-목록-찬송가-주기도문-사도신경-십계명-성경교독문차례-교독문-영문분류제목 순으로 구성됐다.
제목 분류는 ‘예배-성부-성자-성령-성경-구원-성도의생애-성례전-교회-감사절-신년-혼례-장례-유년과 소년-송영’의 15개 대주제를 32개로 세분화해 제시했는데, 이는 21세기 새찬송가의 분류법과 매우 유사하다. 교독문은 38편으로 시편 28편과 신구약 성경에서 발췌한 10여편으로 구성돼 21세기 새찬송가(137편)에 비해 적은 분량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합동찬송가의 가장 큰 특징은 성결교의 부흥성가가 대거 수용되면서 복음성가풍 찬양이 다수 편입된 것이다. 물론 장로교와 감리교의 찬송가에도 생키의 복음성가집(Gospel Hymns, 1~6)에서 곡들이 채택되기는 했다. 그러나 성결교의 부흥성가가 합동찬송가 편집에 포함되면서 미국 복음주의 찬양이 한국교회에 본격적으로 유입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한편 이 과정에서 편찬된 합동찬송가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첫째 한국인 창작곡이 부족하고 기존 3개의 찬송가집을 단순 나열한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3개 교단의 연합이라는 명분 아래 기존 찬송가를 중심으로 편집하다 보니 한국인 작품은 6곡에 그쳤다.
둘째 80여편의 곡과 가사가 중복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교단별로 선호하는 곡을 그대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동일한 내용의 곡들이 중복 편입되는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셋째 작사, 작곡자 정보가 빠진 곡들이 60곡 이상이라는 점이다. 당시엔 저작권 개념이 희미했던 탓에 출처 조사에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한계에도 불구하고 민족 수난기에 신앙을 간직해온 각 교단 성도들이 합동찬송가로 하나가 되어 하나님께 찬양을 올렸다는 사실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교단 간 심각한 분열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75년 전 격변의 시대를 견뎌내며 복음 안에서 하나 되고자 했던 선배들의 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것이 바로 합동찬송가이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찬송으로 연합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오늘도 전하고 있다. 합동찬송가는 한국교회사에서 화합과 일치의 상징이다. 신학과 교리의 차이를 초월해 찬양으로 하나 되었던 그 마음가짐은 분열을 겪는 한국교회에 시대를 관통하는 값진 교훈을 남기고 있다.
김용남 한국찬송가공회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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