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한 꽃만 그리는 '무궁화 전도사' 된 사연

최미향 2025. 1. 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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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명인의 발자취] 우리꽃 무궁화 분야 김종희 명인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는 우리 조상의 유·무형 전통예술문화를 유지·발전시키고 명인들이 쌓아온 가치를 사회 자산으로 공유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전국에 약 400명의 명인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그중 충청지회 명인은 21인이다. 이 연재는 충청 지역에 흩어져 있는 명인 21인의 인터뷰다.

그들의 지난했던 삶을 조명함으로써 미래를 잇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소개한다. 우리꽃 무궁화 분야 김종희 명인을 지난 7일 만났다. <기자말>

[최미향 기자]

 우리꽃 무궁화 분야 김종희 충청명인
ⓒ 최차열
보통 무궁화는 진딧물이 많고 지저분하다는 인식들이 많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눈이 먼다', '피부가 안 좋아진다'는 등 왜곡된 말도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동의보감에도 나와 있듯이 무궁화는 꽃, 잎, 줄기, 뿌리 등 버릴 게 하나 없는 꽃입니다. 사람에게 유익한 나무인데도 천대시하다 보니 생겨난 말인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화장실 뒤나 구석에 심어져 관리의 손길도 소홀했습니다. 하루빨리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법제화가 되어 무궁화를 아끼고 사랑했으면 합니다.

장황한 설명을 왜 하냐구요? 저는 대한민국의 국화(國花)인 무궁화 그림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무궁화전승아카데미 강좌에서 '무궁화 바로 알기' 교육을 하는 강사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온 힘을 다해 무궁화 선양에 앞장서면서 제자양성에도 힘을 쓰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은 저를 두고 '무궁화 전도사'라고 부릅니다.
 태극기.무궁화 집필교재 표지
ⓒ 김종희
20여 년을 건전가요 무궁화 작사, 무궁화 그리는 기법(저작권등록)을 수록한 중등인증도서 발급, 국내외 통틀어 개인전 65회와 약 200여 회의 그룹·단체전 등 무궁화 전문 화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한국 국민이 사랑한 무궁화, 거기에다 국민이 오래 사랑한 달항아리, 많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준 생활 속 옹기를 접목해 '옹기가 담은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 전공, 한국예술문화명인 제G13-02-01-19호 우리꽃 무궁화 부문 그랜드마스터 인증을 받은 저는 현재 '아트·디자인과' 교수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안중근의사기념관 '안중근을 그리다' 기증전
ⓒ 김종희
한국통신공사 울진 후포 지국장으로 지내셨던 아버지 고 김진업 님의 2남 5녀 중 차녀로 울진 후포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신께선 공무원이 되기 위해 몇 번의 낙방과 학벌의 소중함을 몸소 겪었던지라, 재산은 못 물려줘도 본인이 원하고 합격만 하면 교육은 무조건 시켜주시겠다는 교육관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은근히 딸이 교육자가 되기를 바라시기도 했습니다.

지금의 제가 있기까지는 중학교 1학년 때 김예순 미술선생님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덕분에 울진군항제 등 각종 미술대회에서 입상하며 아버지 뜻대로 사범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아침 피어나 저녁에 지는, 자길 거름으로 내주는 꽃
 대한민국 국가상징 어린이미술대전 무궁화 퍼포먼스, 순천정원박람회장
ⓒ 김종희
과거 군 장교 출신이었던 남편을 따라와 강원도 홍천과 대전에서 살게 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 군사지역에서 살면서 아침 운동을 나갔던 제 눈에 이슬 맺힌 아름다운 무궁화가 햇살을 받아 피어나는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300여 종의 무궁화를 주제로 작품을 하게 됐습니다.
일편단심 꽃말을 가진 무궁화는 겉으로 보기엔 꽃잎이 흩어져 보이지만, 사실은 가운데 모여진 통꽃으로 이뤄진 꽃입니다. 용기, 화평, 통합, 부귀, 희망, 꿈을 내포한 다산습속과 무궁무진 장수 및 성공을 내포하는 지상 최고의 꽃이기도 합니다.
 새조위기증작-통일열차
ⓒ 김종희
밝고 화사하며 명쾌한 색채와 간단명료하면서도 완만한 곡선으로 이뤄진 형태미는 마치 잠재되어 있는 열정과 성품이 만들어낸 산물같습니다.
자연과의 만남에서 인연이 되어 '자연의 힘에서 희망의 빛'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제 작업입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표출할 수 없는 눈부신 청색 원석에서 발견된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빛과 조화로움의 극치. 이렇듯 자연은 우리에게 우주의 진리를 깨닫게 하고, 생활의 근본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울진 황상봉 열사댁 벽화
ⓒ 김종희
무궁화는 아침에 피어나서 저녁에 집니다. 날마다 새로운 꽃을 피우다 시들면 거름이 되어 옥토를 만들어주는,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꽃입니다.

그 어떤 역경과 어려움에도 오뚝이 같이 일어나는 무궁화, 강인한 생명력과 피고 지는 끈기의 투지력은 우리 국민성과 닮았습니다.

이러한 무궁화는 지상 최고의 꽃이라 자부하며, 무궁화와 무지개를 그려가는 가는 것이 저에게는 희망입니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교육자·언론인으로 활동한 한서 남궁억(南宮檍·1863~1939년) 선생의 나라사랑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공로로 '2018년 한서대상'에서 대상을, 국가상징 선양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전국 나라꽃 무궁화축제 참여, 홍천 무궁화 수목원 주변 무궁화 마을 벽화를 조성하여 볼거리 조성과 애국애족에 대한 자긍심을 높여줍니다.
 웅기에 담은 무궁화
ⓒ 김종희
2000년도 초기부터 2010년도 중반에는 품종별로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표현하여 작품에 담았고, 2010년 후반에는 무궁화 이야기와 함께 희망의 상징인 무지개가 펼쳐진 작품을 표현했습니다.

빛의 모든 색을 포함한 무지개는 색채와 형태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희망을 품은 무지개와 전통적 배경의 공존을 위해 역사와 함께 한 우리 고유의 오방색, 달항아리, 조각보가 친근하게 다가와 저의 곁에 공생하고 있습니다.

오방색은 단순한 빛깔로써의 색만이 아닌, 방위와 계절 나아가 종교적이며 우주적인 철학관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오행사상에 따른 오방색을 용도와 신분에 맞게 구분하여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관념과 전통은 현대인들이 시각적인 이미지 색을 사용하며, 보는 것과는 다른 '우리 선조들의 색채관'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다채로운 작품세계
 24대한민국인물대상 수상 당시 사진
ⓒ 김종희
작품형태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지극히 한국적인 전통문양과 색채를 응용한 표현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전에 나타나는 스테인글라스의 색채, 무지개 이미지, 전통적인 문양, 오방색과 우리 민족이 사랑한 무궁화 그리고 옹기가 만나 응용한 작품의 배경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스텐실, 번지기 문지르기, 테이핑기법을 통해 평면적인 질감, 마티에르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스펀지를 이용해 면의 경계를 없애고 다른 색과의 결합도 나타내, 보는 이로 하여금 단조롭지만, 자연의 빛이 주는 힘과 거대한 신비감으로 동양적인 색감을 캔버스 위에 나타내고자 했습니다.

질감, 마티에르를 나타내기 위해 스텐실기법, 테이핑기법, 번지기, 문지르기 방법으로 평면을 표현했습니다.
 김종희 명인의 작품
ⓒ 김종희
저는 색을 조합한 직관적인 작품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무질서한 색 구름이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아울러 색을 층층이 쌓아 올리고 전형적인 구성, 다양성을 표방하면서 사랑과 존중, 결속이란 메시지를 담은 무지개를 표출하였습니다.

작품 속에는 무궁화가 모티브, 바탕에 펼쳐진 것은 무지개색, 색 면 하나하나에 자연을 담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고 호흡하는 깊은 내면세계를 내포하였습니다.

특히 추상의 성격과 색채의 표현을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에까지 끌고 감으로써 추상의 가장 의미 깊은 본질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흔히 보아왔던 무지개의 반달 모양 형태에서 벗어나, 하늘과 인간 세상을 연결하는 무한한 직선과 면의 결정체로 표현했습니다.

저의 작업은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의 빛을 강조하면서 색채에 구체적인 형상과 의미를 담아 품종별로 달리하여 300여 종의 무궁화를 표현해 가고 있습니다.
 김종희 명인 작품
ⓒ 김종희
이 순간에도 제 가슴은 두근거립니다. 예술인의 한사람으로서 나라꽃에 대한 국민의식을 달리할 수 있도록,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에게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도 저에게 주어진 달란트라고 생각합니다.
한가지 소망이 있다면 체험과 놀이 공간이 있는 '김종희 무궁화 테마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는 겁니다.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나라사랑을 일깨움은 물론 무궁화 보존 및 후학들을 양성하는 데 큰 몫을 감당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한서남궁억기념관, 한서교회 기증
ⓒ 김종희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투데이와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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