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연기된 ‘매운맛’ 금융지주 검사 발표…2월 초로

정진용 2025. 1. 10.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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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주요 금융지주 검사결과 발표 2월로
경제 불확실성 여전…이복현 원장 증인 채택까지
“세부 내용 조율 중”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금융감독원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중간 검사결과 발표 시점을 연기했다. 이번이 2번째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괜히 발표에 나섰다 맞을 역풍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8일 출입기자들에 문자를 보내 “1월 중 발표 예정이었던 ‘2024년 주요 금융지주 및 은행의 검사 결과’의 발표 시점이 국회 내란 국정조사, 정부 업무보고 일정, 임시 공휴일 지정 등 이유로 2월 초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또 “일정이 확정되는대로 재공지할 것”이라고 알렸다.

당초 금감원은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검사 결과를 지난달 중 언론에 발표하기로 했지만 이달 중순으로 한 차례 연기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취재진과 만나 검사 결과 발표를 미룬 이유에 대해 “원칙대로 매운맛을 시장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1월 중에 발표하는 게 적정하다는 판단에 미뤘다”며 “경미하게 추궁하려했다면 이달에 발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시장이 잠잠해진 뒤 조사 결과를 발표해 파급력을 높이려 했으나, 탄핵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또 한 차례 연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내란 국조특위)는 지난 7일 내란 혐의 진상규명에 총 173명의 증인을 채택했는데 이 원장도 이름을 올렸다. 내란 국조특위는 지난달 31일 시작해 내달 13일까지 45일간 열릴 예정이다. 내란 국조특위는 향후 관련 기관 보고와 현장 조사, 증인·참고인 등에 대한 청문회 등을 통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이 오는 20일이고 앞으로 변동성이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 당국 입장에서도 환율 변동 대응 등 시장 안정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안정부터 챙겨야 할 시점에 괜히 발표에 나섰다가 화살을 맞을 수 있다는 점들도 고려해 시기 조율을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발표 대상인 금융지주는 NH농협금융, KB금융, 우리금융 3곳이다. 금감원은 지난 4월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100억원대 배임사고를 계기로 수시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증권 경험이 없는 농협중앙회 인사가 NH증권 사장 후보로 올라오는 등 농협금융의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기관인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사에 무분별하게 경영 개입하는 점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에 금감원은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정기검사로 전환, 농협중앙회의 경영개입을 비롯한 지배구조 전반을 들여다봤다. 

또 금감원은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에 대해 지난해 8월 정기검사에 착수했다. KB금융은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 부실,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논란 등에 휩싸였다. 이 원장은 지난해 10월 임원회의에서 “해외 현지법인 투자결정 및 전산시스템 개발 과정의 문제, 콜센터 업무위탁 관리 등 KB금융과 관련한 반복적인 지적은 평판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운영리스크 관리에 안일함이 없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우리금융, 은행에 대해서 금감원은 지난해 10월부터 고강도 정기검사에 착수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을 집중 점검했다. 이번 경영실태평가에서 금융사고 등에 따른 내부통제 미비로 3등급 이하를 받을 경우 우리금융이 추진하는 동양, ABL생명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 내부통제에 대해 “우리금융의 내부통제와 건전성 관리 수준이 현 경영진이 추진 중인 외형 확장 중심의 경영이 초래할 수 있는 잠재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진행한 정기검사 내용을 종합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면서 “우리금융의 보험사 M&A 등 검사 내용 중 전반적인 중요 사항들을 일단 언급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발표의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계속 조율 중”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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