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단 부활에 경악한 야권 "국힘, 김민전 제명하라"

곽우신 2025. 1. 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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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서 일제히 비판 목소리... 김민전 "내가 뭐라 할 문제 아니다"

[곽우신, 남소연 기자]

▲ "백골단? '반공청년단'으로 불러달라" 최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한남동 관저 앞 집회에 참여해 '백골단'으로 회자된 반공청년단 단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을 연 뒤 흰색 안전모를 챙겨 나서고 있다. "최근 민주노총의 윤 대통령 불법 체포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시위를 벌인 청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들은 "일부 언론은 저희를 백골단으로 소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김정현 반공청년단 단장은 "우리 조직의 공식 명칭을 '반공청년단'으로 하기로 결정했다"며 "'백골단'은 반공청년단의 예하 조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위협하고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 있는 (윤 대통령) 탄핵 절차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윤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체포 시도를 중단할 것을 엄중한 경고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강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백골단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 반공청년단

국회의사당에 자칭 '백골단'이 등장하자 야권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김민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9일 낮,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을 함께했다.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은 원내 인사만 빌릴 수 있는 공간이다. 전직 여당 최고위원이 적법한 체포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막아서고 있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공식적으로 기자들 앞에 설 수 있도록 확성기가 되어 준 것이다(관련 기사: 국회에 등장한 '백골단', 판 깔아준 건 국힘 김민전).

반공청년단 "지금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조직은 강력한 수단 동원해야"

하얀 헬멧에 마스크까지 쓴 이들은 이 자리에서 "저희 지도부는 조직의 공식 명칭을 반공청년단으로 부르기로 결정했으며, 백골단은 반공청년단의 예하 조직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공권력이라는 미명 아래 민주화 운동에 나선 이들을 가혹하게 구타하며, 위법 폭력으로 무고한 시민의 생명을 빼앗았던 이들의 이름이 공론장에 다시 호명됐다.

심지어 역사적 사실 관계와 맥락을 거세한 채 이를 다른 의미로 탈바꿈하려 시도했다. 기자회견문 낭독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들은 "대한민국 법치가 무너지고 헌법 가치를 근거로 민주주의 절차를 따라 대한민국이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입법 폭거, 힘의 논리, 힘 센 사람,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약육강식이 되었으니, 지금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시민 조직이나 또는 정치세력은 반드시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야만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골단이라는 이름에 "긍정적, 부정적 이미지를 둘 다 가지고 있다"라며 "예컨대 백골단이 전쟁에 투입이 되면, 같은 편으로서는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라고 평했다. "백골단과 같은 전투력이 있는 부대가 적절할 것이다"라며 "무장하지 않은 국민을 대상으로 백골단을 투입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기 때문에, 백골단이라고 하는 것은 부정적인 요소와 긍정적 요소를 둘 다 갖고 있다"라고도 부연했다. '공과가 모두 있다' '빛과 그림자가 다 있다'라는 식의 프레임으로 문제의식을 희석한 셈이다.

이준석 "분뇨차 이전에 분변을 못 가리는 정치"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이준석 개혁신당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국민이 지금 윤석열 대통령의 몽니로 경찰과 경호처 등 공권력 간의 충돌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고, 무엇보다 한남동 관저 앞에서 탄핵 찬성과 반대하는 국민들 사이의 대립이 격화할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 상황에서 김민전 의원은 여당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공권력 집행을 방해하겠다는 의도로 활동하는 단체를 국회 기자회견장에 데리고 와서 그들을 홍보해준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백골단'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의미의 용어인지 정말 모르는가? 이건 분뇨차 이전에 분변을 못 가리는 정치"라며 "국민의힘은 자신의 소신에 따라 의정활동 하는 김상욱 의원은 나가라고 등 떠밀면서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김민전 의원은 옹호할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자신의 SNS에 "오늘, 백골단 부활 국회 기자회견 소개 의원"이라며 "김. 민. 전."이라고 그의 이름을 강조했다.

민주당 "국민의힘, 김민전 제명하고 입장 밝혀라" "무자격 국회의원 양산"
 김민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2024년 11월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국회 소통관에서 마이크를 잡고 "김민전 의원의 정치깡패 동원 시도 의혹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며 "'백골단'은 과거 이승만 정권에서 존재하던 정치깡패 집단이다. 김민전 의원은 '백골단'이라고 하는 정치깡패의 부활을 알린 것이다"라고 날을 세웠다.

전 의원은 "정치깡패를 부활시켜 결국 윤석열을 방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폭력을 통한 공권력의 무력화를 획책하는 행위"라며 "김민전 의원의 행동은 우리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극우 세력을 선동해 과거 독재정권 시절 악명 높았던 정치깡패 조직, 이른바 '백골단'의 부활을 시도한다는 의혹이 있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정당한 절차와 논리로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할 공당의 국회의원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폭력을 동원하려 한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도 꼬집었다.

그는 "김민전 의원은 정치깡패를 동원한 반헌법적 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사퇴하시라"라며 "국민의힘은 김민전 의원을 즉시 제명하고, 이러한 의혹에 대해 당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국민의힘의 입장을 밝히시라"라고 요구했다. 또한 "정부와 사법당국은 정치깡패 조직화에 대해 신속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시라"라고도 덧붙였다.

민주당은 박창진 부대변인을 통해서도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날 논평을 통해 "백골단은 이승만 정권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빌미를 만들어준 정치 깡패 집단이었고, (19)80~90년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사복 경찰이었다"라며 "이런 백골단의 이름을 자랑스럽게 내걸고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는 미치광이, 바보 같은 사람들을 누가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웠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말을 한다고 다 말이 아니다"라며 "헌정 질서를 유린한 내란 수괴를 지키는 것이 헌정 질서 수호라니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라고 힐난했다. "내란 수괴를 앞장서 옹호하더니 끝내 백골단을 자처하는 해괴한 이들을 국회 기자회견장에 세운 김민전 의원은 마찬가지이다"라며 "윤석열의 공천 개입이 이런 무자격 국회의원을 양산한 것 같아 비통하기 그지없다"라고도 비꼬았다. 그는 "김민전 의원은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훼손하려는 내란 부화수행을 당장 멈추기 바란다"라고도 덧붙였다.

김민전 "처음 받은 이름은 반공청년단...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 아냐"

논란이 커지자 김민전 의원은 본인의 페이스북에 "어제 오후 한남초 앞의 청년들이라며, 의원실로 기자회견을 주선해달라고 연락이 왔다고 한다"라며 "그들을 위한 조그만 수고를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 오늘 당장 하자고 교육위 공청회와 본회의 사이 시간에 짬을 냈다"라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을 대여해 준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오늘 기자회견 직전 보좌진으로부터 받은 그 청년들의 조직 이름은 '반공청년단'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소개를 했다"라며 "그러나 기자회견 이후 사달이 났다"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들이라며 '자신들은 시위가 조직화 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반공청년단이라는 이름도 동의하지 않는다' '백골단이라는 이름도 좌파들에게 명분을 주는 이름이며 본인들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문자가 쏟아졌다"라는 것.
▲ "백골단? '반공청년단'으로 불러달라" 최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한남동 관저 앞 집회에 참여해 '백골단'으로 회자된 반공청년단 단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반공청년단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남소연
그는 "그들을 조금이라도 돕겠다는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주선한 것이 오히려 적지 않은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들을 불편하게 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겁다"라면서도 "이 다양한 생각이, 조직화되지 않은 자발적 참여가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년들의 정당성의 근원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라고 이야기했다.

결국 "반공청년단이나 백골단이라는 이름도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는 아니고 청년들이 스스로 토론을 통해 교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거리를 뒀다. 본인이 국회의원으로서의 권한을 사용해 이들에게 마이크를 쥐어준 것인데, 문제가 되자 정작 발을 빼는 모양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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