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했던 '제주항공 참사' 119 전문 공개

복건우 2025. 1. 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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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상황 담긴 119상황실 신고 녹취... 최상목 권한대행은 국회 현안질의 불참

[복건우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인 전남 무안군 무안공제공항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소중한
"비행기가 지금 터졌거든요."

"지금 빨리... 지금 빨리요."

"검은 연기 뿜어불거든요."

"활주로에 사람이 널려 있고..."

"구급차 많이 좀 보내주쇼."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의 희생자를 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일 119 상황실에 접수된 신고 녹취록 전문이 처음 공개됐다. 참사 당일인 2024년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비행기가 터졌다"라는 첫 신고부터 오전 9시 27분 "사람들이 안 움직인다"라는 일곱 번째 신고까지 파편처럼 조각난 그날의 참상이 시간 순서대로 적혔다.

<오마이뉴스>는 9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남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서 제출받은 녹취록 7건에서 확인되는 신고 내용을 그대로 살려 싣는다. 이것은 참사 직전인 오전 8시 59분 여객기의 메이데이(조난신호) 이후 무안공항 직원과 시민 등 주변 목격자들의 증언이기도 하다. 보충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괄호로 함께 표기했다.

[1차 신고] "비행기가 터졌어요"

참사 직후인 오전 9시 3분 18초 소방이 공개한 참사 관련 첫 119 신고는 무안공항 직원의 전화였다. 이 녹취록엔 "비행기가 터졌다"라는 다급한 상황이 담겼다. "최소 100명 이상"이라는 사상자 규모도 언급됐다. 119 상황실은 통화 종료 즉시 소방 차량 출동 지령을 내렸다.

119: 네.. 119입니다.
신고자: 예.. 지금 무안공항인데요..
119: 어디요?
신고자: 비행기 착륙하다가.. 지금.. 뭐지.. 랜딩기어가 안 내려와서.. 지금 사고 났거든요.. 지금 빨리..무안공항.. 아..무안공항이래.. 잠시만요.. 잠시만요.. 목포소방서, 무안소방서, 영광소방서 지금 당장 무안공항으로 출동시켜 주세요.
119: 무안공항 어디로 가면 돼요?
신고자: 무안공항으로 바로 들어오시면 돼요..
119: 아.. 그래요.. 선생님.. 지금 비행기 착륙 중에 랜딩기어가 안 내려와서..
신고자: 지금 터졌어요..
119: 뭐가 터졌어요?? 선생님..
신고자: 비행기가 지금 터졌거든요.. 지금 착륙하다가 불나고.. 난리가 났으니깐.. 빨리
119: 선생님.. 지금 사고로 타고 있어요?? 그러면은..
신고자: 네..네..네..
119: 아.. 네.. 선생님 바로 출동할께요.. 몇 명 타고 있나요?
신고자: 지금 정확히는 잘 인원을 모르겠어요.. 최소 100명 이상 타고 있을거 같은데.. 빨리 출동해주시기 바랍니다.
119: 아.. 네 알겠습니다.
신고자: 목포소방서, 무안소방서, 영광소방서 출동시켜 주기 바랍니다.
119: 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
- 2024.12.29. 09:03:18 – 09:04:09 (1차 최초 신고, 무안공항 직원)


[2차 신고] "무안공항 빨리요"

11초 뒤 무안공항 소방대에서 일한다는 직원의 두 번째 신고가 접수됐다. "퇴근하다가 비행기가 추락해서 복귀해 불을 끄러 가야 한다"라며 이 직원은 "빨리"라는 말을 여섯 차례 반복했다. 119 상황실은 추가 출동 지령을 내렸다.

119: 네..119입니다.
신고자: 지금 무안공항.. 무안공항 소방대인데요.. 지금 비행기 추락해가지고 터졌거든요..
119: 잠깐만요.. 잠깐만요.. 잠깐만요.. 무안공항 뭐라고요?
신고자: 무안공항.. 무안공항인데요..
119: 지금 무안공항으로 가면 돼요? 비행기가 추락했어요?
신고자: 예.. 지금 터졌어요.. 지금..
119: 터졌어요? 터졌다구요?
신고자: 예..추락해서 터졌어요.. 지금 빨리..
119: 어.. 잠깐만요.. 전화 끊지 마세요..
신고자: 지금 빨리.. 빨리.. 지금..
119: 지금 갈 거예요.. 신고자분 전화 끊지 마세요..
신고자: 저 선생님 제가.. 무안공항 소방대에서 일하는데.. 지금 퇴근하다가 비행기 추락해가지고 다시 복귀해가지고 불을 끄러가야 돼서.. 지금 전화를 계속..
119: 예.. 알았어요.. 무안공항으로 가면 되지요?
신고자: 예.. 지금.. 빨리.. 지금. .지금.. 빨리
119: 알겠습니다. 지금 갈 거예요.. 무안국제공항이죠?
신고자: 예..지금 빨리요..
119: 예.. (통화 종료)
- 2024.12.29. 09:03:29 – 09:04:22 (2차 신고, 무안공항 직원)


[3차 신고] "방콕 비행기 추락"

그로부터 4초 뒤 무안공항 상황실 직원으로부터 세 번째 신고가 접수됐다. '태국 방콕에서 이륙해 무안공항으로 들어오는 제주항공'이라는 참사 여객기 정보가 파편적으로 전달됐다.

119: 네.. 119입니다.
신고자: 예.. 안녕하십니까.. 무안공항입니다.
119: 무안공항이요?
신고자: 네.. 무안공항 상황실인데.. 지금 여기.. 무안공항 비행기 추락했거든요..
119: 비행기가 추락했다고요?
신고자: 네.. 네.. 혹시 지금 출동 좀 가능하실까요? 지금.. 무안공항입니다. 무안공항
119: 상황을 좀 설명해주실래요.. 출동은 바로 할게요..
신고자: 무안공항 제주(항공)에서 들어오는 방콕(출발) 비행기 추락해가지고..
119: 예..
신고자: 지금 화재 발생했는데.. 지금 빨리 좀 출동해주세요..
119: 잠시만요.. 차 먼저 보낼게요.. 잠시만요..
신고자: 네..저희 지금 계류장 쪽입니다. 네..
119: 공항 쪽으로 가면 되는 거죠? (통화 종료)
- 2024.12.29. 09:03:33 – 09:04:10 (3차 신고, 무안공항 직원)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7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을 충돌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은 무안공항 인근에서 촬영된 영상을 캡처한 것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장면.
ⓒ 연합뉴스 = 독자 제공

[4차 신고] "펑 하고 검은 기둥이"

그리고 1초 뒤 네 번째 119 신고가 들어왔다. "펑" 폭발음과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는 공항 인근 한 시민의 증언이었다.

119: 119입니다.
신고자: 여기.. 무안공항 입구 큰 불 났는데요..
119: 뭐가 타고 있어요?
신고자: 어.. 뭐가 펑~ 하던디.. 검은 기둥이..
119: 아.. 그래요.. 혹시 뭐가 탔는진 모르세요?
신고자: 내가 봐서는 뭔 전기 시설 비슷하게 뭐 하나가 있는디.. 펑~ 하드마.. 검은 연기 뿜어불거든요.. 빨리 와야겠는데요..
119: 알겠습니다. 바로 출동할게요.. (통화 종료)
- 2024.12.29. 09:03:34 – 09:04:00 (4차 신고, 일반인)


[5·6차 신고] "펜션 있잖아요" "공항 인근"

검은 연기가 피어나는 위치가 "공항 뒤쪽 카페와 펜션이 있는" 쪽이라고 신고자는 알렸다. 119 상황실은 "무안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비행기" 참사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119: 여보세요..
신고자: 여보세요..
119: 비행기 때문에 그러시죠?
신고자: 아니요.. 무안군 무안공항에 보면은 디(뒤)펜션있는데 불났어요.. 연기 엄청 나고 있어요..
119: 지금 비행기가 추락해가지고..
신고자: 아~ 비행기가 추락한 거예요.. 거기에다가..
119: 어디쯤에서 연기가 난가(났나)요?
신고자: 지금 저기 보면은.. 공항 뒤쪽 길로 쭉 가다 보면은.. 카페 있고.. 그 펜션 하나 있잖아요.. 거기 연기 엄청.. 아.. 소방차 오긴 왔네요..
119: 예.. 가보겠습니다.
신고자: 예.. (통화 종료)
- 2024.12.29. 09:04:49 – 09:05:22 (5차 신고, 일반인)
119: 119입니다..
신고자: 예.. 여기.. 전라도 무안 청계인데요..
119: 네.. 네..
신고자: 여기가.. 여기는..
119: 무안공항 인근 연기가 나서 그러신가요?
신고자: 예.. 예..
119: 예.. 출동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신고자: 아.. 예.. 알겠습니다.
119: 네.. (통화 종료)
- 2024.12.29. 09:08:27 – 09:08:46 (6차 신고, 일반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2024.12.29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연합뉴스 = 기획재정부 제공

[7차 신고] "구급차 많이 보내주쇼"

참사 당시 현장은 참혹했던 것으로 보인다. "활주로에 사람이 널려 있다", "사람이 안 움직이고 누워 있다"라며 소방 인력 증원을 요청하는 신고가 접수됐다. 이미 숨진 희생자들도 발견된 듯했다.

119: 네.. 119입니다..
신고자: 예.. 무안공항인데.. 빨리 좀 와야것소.. 사람 지원이 많이 와야되것소..
119: 선생님.. 저희 이미 현장 도착했고.. 지금 가고도 있는데요..
신고자: 예..
119: 지금.. 어떤 상황이에요?
신고자: 활주로에 사람이 지금 널려 있고.. 아무튼 불 나 있는 상황이라.. 빨리빨리 와야 합니다. 인원이 좀 많이 와야 합니다.
119: 저희는 이미 도착해가지고 화재 진압하고 있고요.. 지금 사람들이 구급차 이송하고 있어요..
신고자: 아.. 그래요
119: 이미 도착해가지고.. 도착했어요..
신고자: 아.. 도착했다고.. 아니.. 구급차가 많이 와야되겠다니깐..
119: 많이 보내고 있는데.. 도착했어요..
신고자: 예.. 계속 좀 많이 보내줘요..
119: 사람은 몇 명처럼 보여요? 선생님..
신고자: 사람은 몇 명인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사람 수가 겁나요.. 요쪽에..인원 수를 세지를 못 하겠는데.. 엄청나거든..
119: 엄청 많아요?
신고자: 예..
119: 네.. 알겠습니다.
신고자: 아무튼 빨리 구급차를 좀 많이 보내줘야 될 거 같애..
119: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상태는 어때 보여요 사람들은..
신고자: 네?
119: 사람들 상태가 어때 보여요?
신고자: 상태는.. 거의.. 요쪽에 활주로 내리기 전에는 돌아가신 거 같고..
119: 몇 명은 돌아가셨어요?
신고자: 예.. 돌아가셨고.. 우리가 들어가지 못하니깐.. 우째 하지를 못하는데..
119: 네..네..
신고자: 거의 다 누워가지고 그대로 있는 상태이거든요..
119: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출동하고 있고요..
신고자: 아무튼 구급차를 좀 많이 보내줘야 할 거 같애.. 사람이.. 안 움직이는 사람이 겁나거든요..
119: 아.. 많아요.. 안 움직이는 사람들이..
신고자: 안 움직이고.. 누워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요..
119: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갈게요..
신고자: 네.. 아무튼.. 구급차 많이 좀 보내주쇼..
119: 네.. (통화 종료)
- 2024.12.29. 09:27:44 – 09:29:36 (7차 신고, 일반인)


희생자 179명에 대한 신원 확인은 마무리됐고 유해는 가족에게 인도됐다. 참사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등 후속 조처와 관련해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정부를 상대로 긴급현안질문을 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불참을 통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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