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어느 땐데 계엄을..." 70대 노인들도 윤석열에게 등 돌렸다

정덕수 2025. 1. 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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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에서 속초를 다녀올 일이 있어 읍내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중이다.

일흔을 갓 넘겼을 아주머니 두 분이 나누는 대화가 현 시국에 대한 내용이었다.

"저도 여기 토박이입니다. 전 지난번에도 그렇고 그 이전에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민주당이나 진보당을 선택했습니다. 지역이야 잘 할 사람을 선택해도 되지만 국회의원 정도는 정말 그들이 표를 달라고 할 때처럼 머슴처럼 일을 할 사람이 되게 해야 되잖아요. 여기에선 아주머니들처럼 대통령을 빨리 안 잡아 가두냐고 하는 분들 만나기 힘들어 물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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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윤석열을 뽑았던 사람들, 그리고 '한남동돌부처'...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

[정덕수 기자]

양양에서 속초를 다녀올 일이 있어 읍내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중이다. 일흔을 갓 넘겼을 아주머니 두 분이 나누는 대화가 현 시국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고장에서는 듣기 쉽지 않은 주제였기에, 귀가 솔깃했다.

일흔은 고사하고 쉰만 넘어도, 아니 그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도 이상스러울 만큼 민주당이나 진보정당들에 대해서 아주 혹독한 평가를 내려놓고 그 뒤에 얼마쯤 보수정당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곤 한다. 그런데, 대놓고 "시끄러워 죽겠어. 저딴 걸 도대체 왜 빨리 안 잡아 가두는지 몰라. 저딴 걸 대통령이라고 지켜준다니 그게 말이돼"라고 말하니 놀라웠다. 그래서 말을 걸었다.

"혹시 지난 선거 때 이재명에게 투표를 하셨나요?"

"아니요. 아저씨 그땐 우린 윤석열이 찍었는데, 검찰총장인가를 하면서 추미애한테 엄청 당했잖아요. 불쌍하기도 하고 국민의힘에서 대통령후보로 나온다기에 윤석열이 찍었어요."

시내버스가 오는 방향을 잠시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다가서서 물었다.

"그런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윤석열을 체포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마음을 바꾸셨어요? 이쪽 지역에서는 그러기 쉽지 않잖아요?"

"지 마누라가 유명 상표(디올)인 뭐라더라, 그 핸드백을 받았잖아요. 그걸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얼버무리고 넘어가더니 수사를 해야 된다면 막고. 지난번엔 일찍 자느라 몰랐는데 아침에 보니 뭔 말도 안 되는 비상계엄인가를 내렸다고 해서 애들한테 물어보니 국회에서 풀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그 뒤로 마음을 바꾸신 거군요? 체포해서 재판을 받게 하면 찬성이신가요?"

"그게 미친놈이지 지금이 어느 땐데 비상계엄을 해요. 옛날에나 그러면 뭔 일이 있는가보다 했지 지금은 뭔 일이 생기면 바로 알잖아요. 아저씨는 근데 어디 살아요? 서울에서 왔우?"

"저도 여기 토박이입니다. 전 지난번에도 그렇고 그 이전에도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민주당이나 진보당을 선택했습니다. 지역이야 잘 할 사람을 선택해도 되지만 국회의원 정도는 정말 그들이 표를 달라고 할 때처럼 머슴처럼 일을 할 사람이 되게 해야 되잖아요. 여기에선 아주머니들처럼 대통령을 빨리 안 잡아 가두냐고 하는 분들 만나기 힘들어 물어보았습니다."

마침 시내버스가 도착해 버스에 올랐는데 두 분 아주머니는 뭔가 속엣 말을 더 풀어놓고 싶은 눈치였지만 서로 목적지가 다르기에 도중에서 하차하며 헤어졌다. 아주머니들의 말을 듣고 끼어든 남자에 대해 그분들도 궁금하긴 마찬가지겠지만 같은 지역에 산다니 언젠가는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만나게 되리라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하니 참으로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세상을 살아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끝을 기약할 수 없는 기나긴 터널 속에 여전히 달리기만 하는 건 아닐까 싶다. 내가 사소한 잘못 하나라도 저지른다면, 그들은 거침없이 쇠고랑을 손목에 채우며 '당신은 변호사를'부터 시작해 미란다 원칙이란 걸 떠들어대며 그것만으로 적법절차를 다 거쳤다고 당당하게 짐짝처럼 끌고 가지 않겠는가?

그런데 국민을 대상으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자는 어떻게 저렇게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으로부터 거둬들인 피 같은 돈으로 호의호식하며 여전히 '세비'란 명목으로 녹을 받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힘써야 할 군과 경찰에 의해 보호를 받으며 버틸 수 있는지 정말 모르겠다. 도리어 그런 자를 위해 그를 영입해 권력을 쥐어준 정당은 발 벗고 나서서 괴상한 주장들을 펼친다.

2009년 1월 20일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2가 남일당 건물에 끔찍한 짓을 벌인 것에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은 "일본 자민당 정부는 한국 정권 교체를 바란다"고 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간첩 도움으로 대통령 당선"되었다고 떠들어도 괜찮은 세상이라 그런 모양이다.

경찰 고위직으로 종사했던, 또다른 의원은 국가수사본부를 항의 방문해 "훗날을 생각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협박으로 받아들일 발언을 하고도 뻔뻔할 수 있으니 이해하기 어렵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듣기 거북하다"고 할 정도로 적절하지 못한 말 아닌가.

이제 이곳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대통령에 대한 마음을 거두는 모습을 만나니 반갑다. 더구나 이곳과는 다르게 많은 눈이 내린 밤을 꼬박 한남도 도로에 앉아 한마음으로 새날을 염원한 이들이 있다니…

마음은 한남동으로

하늘도 미안했던 모양이다
강추위 마다않고 등신불처럼
스스로 등신불처럼 맨바닥에 앉은 그들에게
저리도 보드랍게 튼 솜뭉치
솜뭉치 하염없이 덮는 걸 보면

사형선고가 아니라
사형언도가 아니라
사형집행도 아까운 자(者)들아 보았느냐
보고도 믿기지 않을 이 콧날 시큰한 염원
하늘도 움직인 조용한 염원을

겨울 갈대도 서로 의지하여 겨울을 넘기는데
서로 몸 부비며 이겨내는데
그리하여 새봄 초록의 싹을 틔우는데
그런 한 마음으로 겨울밤을 이겨냈으니
저들, 저 사형집행도 아까운 자(者)들
한몫에 지워버릴 조용한 파도 아니랴

이렇게 그들의 모습에 대한 시로 마음을 함께 하는데, 같은 마음이었지 싶다. 여태명 서예가도 '한남동돌부처'란 제목으로 두 점의 작품을 그리고, 공개했다. 많은 이들이 함께 만나면 좋겠기에 허락을 받고 소개한다.
▲ 한남동돌부처 148x34.5cm 화선지에 먹/이천이십오년일월칠일 새밝여태명그리고쓰다
ⓒ 여태명
작품엔 위의 설명 외에 다음의 글이 담겼다.
폭설이 내리는 날 밤
한남동 대통령관저 앞
도로의 수많은 돌부처
이렇게 춥고 차가운
아스팔트 위
눈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몸
그들의 마음에 깃든
정의와 상식은
오늘 새벽을 여는
횃불이어라
▲ 한남동돌부처 여태명 서예가께서 한남동에서 눈내리는 밤을 지킨 이들의 모습을 담으신 작품
ⓒ 여태명
이 작품엔 다음의 내용이 담겼다.

<'공수처(公搜處)인가? 공수처(空手處)인가?' 102x34.5cm 화선지에 먹/이천이십오년일월칠일 한남동돌부처 새밝여태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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