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속 신경 구조서 '담배 금단증상' 극복 실마리 찾았다 [세상을 깨우는 발견]

유창재 2025. 1. 8.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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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뇌 콜린성 중간뉴런이 금단증상에 미치는 영향 규명

[유창재 기자]

 담뱃갑 포장에 '폐암으로 가는 길', '남을 병들게 하는 길' 등 새로운 경고 문구와 그림이 표기된다. 지난해 12월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고시 개정을 통해 최종 확정된 제5기 담뱃갑 건강경고 그림·문구가 유예 기간을 거쳐 23일부터 새롭게 적용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편의점의 담배 판매대 모습
ⓒ 연합뉴스
금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흡연자들을 위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금연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금연의 본질인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nicotine)으로 인한 금단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치료법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국내 연구진이 담배 금단증상을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뇌 속 신경 구조(메커니즘)에서 찾아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22% 이상이 담배를 피우며, 매년 900만 명이 넘는 흡연 관련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발견이라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오상록)은 8일 "뇌질환연구단 임혜인 박사 연구팀이 담배 금단증상을 조절하는 새로운 뇌 부위와 신경 기전을 발견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기존에 파킨슨병 치료제로 사용되던 약물(프로싸이클리딘)에서 담배 금단증상을 완화하는 효능을 발굴해 치료 가능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니코틴 금단 치료제로 허가된 약물은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린으로, 금연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요구되고 있다.

KIST는 "담배를 끊으면 뇌 특정 부위가 활발히 움직이면서 손 떨림 및 활동저하와 같은 신체적 금단증상이 나타난다"며 "이는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고 흡연자가 다시 담배를 찾게 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므로 금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니코틴 금단증상 발생 시 인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무스카린성 신호전달 억제는 니코틴 금단 행동 증상을 감소시킴 니코틴 금단은 손 떨림 및 몸 떨림과 같은 행동 증상을 유발함. 선조체 콜린성 중간뉴런을 억제시키거나 무스카린성 억제제 프로싸이클리딘을 투여할 경우, 니코틴 금단에 의한 손 떨림 증상을 감소시킴.
ⓒ KIST 제공
이에 임혜인 박사 연구팀이 뇌의 선조체 영역 내 콜린성 중간뉴런(cholinergic interneurons)이 금단증상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해 낸 것이다. 콜린성 중간뉴런이란 뇌 국소부위에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을 분비하는 신경세포를 말한다.
우선, 연구팀은 생쥐 실험을 통해 선조체 콜린성 중간뉴런의 나트륨 통로 발현을 선택적으로 억제해 신경세포 활성을 감소시켰다. 그 결과, 니코틴 금단으로 인한 손 떨림 증상이 현저히 감소했다. 나아가 최신 다중전극어레이(multi-electrode array)를 통해 콜린성 중간뉴런 억제가 비정상적인 신경 활동 변화를 완전히 차단하는 것을 확인했다.
▲ 무스카린성 신호전달 억제는 니코틴 금단에 의한 도파민 분비 감소를 완화시킴 니코틴 금단은 선조체 도파민 분비를 감소시킴. 선조체 콜린성 중간뉴런을 억제시키거나 무스카린성 억제제 프로싸이클리딘을 투여할 경우, 니코틴 금단에 도파민 분비 감소가 일어나지 않음.
ⓒ KIST 제공
또한, 연구팀은 미세투석(microdialysis) 실험에서 콜린성 중간뉴런 억제를 통해 니코틴 금단으로 20% 이상 감소됐던 선조체 도파민 분비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FDA(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이미 승인된 파킨슨병 치료제인 프로싸이클리딘(procyclidine)을 니코틴 금단 치료제로 활용할 가능성을 검토했다"며 "프로싸이클리딘은 콜린성 중간뉴런 억제 효과를 모방할 수 있어 니코틴 금단으로 인한 신체적 증상을 완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니코틴 금단과 아세틸콜린 신호전달 균형 가설 (왼쪽) 니코틴 금단은 니코틴성 수용체의 활성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짐. 이는 즉, 무스카린성 수용체의 활성이 상대적으로 강해져서, 아세틸콜린 신호 전달에 불균형이 일어난다는 것을 시사함(오른쪽) 선조체 콜린성 중간뉴런을 억제시키거나 무스카린성 억제제 프로싸이클리딘을 투여할 경우, 아세틸콜린 분비 감소 또는 무스카린성 수용체 억제가 일어남. 이는 무스카린성 수용체의 활성을 감소시켜서, 아세틸콜린 신호전달의 불균형을 복구시킬 수 있음.
ⓒ KIST 제공
특히 연구팀은 니코틴 금단을 유도하기 전 생쥐에 프로싸이클리딘을 저용량으로 1회 투약한 결과, 금단증상인 손 떨림이 50% 이상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을 활용해 니코틴 금단 치료를 제시함으로써 임상시험 기간을 크게 단축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이를 통해 금연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흡연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백선 KIST 박사후연구원(사진왼쪽)와 임혜인 KIST 책임연구원
ⓒ KIST 제공
임혜인 KIST 박사는 "금연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며 금단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저해를 줄이고 부프로피온과 바레니클린 외에 추가적인 치료제를 제공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니코틴을 포함한 다양한 중독 문제를 이해하고 효과적인 치료제 개발에 앞장설 것"이라고 전했다.

임 박사는 연구 결과의 실용화 시 활용에 대해 "현재 FDA 승인 약물 프로싸이클리딘을 금연 치료제로 재창출하여 사용하기 위한 해외특허가 등록 직전에 있다"면서 "향후 본 기술이 실용화될 경우, 임상에서 프로싸이클리딘을 금연 보조약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프로싸이클리딘은 이미 FDA 승인을 얻었으므로, 임상시험에서 안전성 평가를 바로 뛰어넘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상임)의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및 식품의약품안전처 출연금 연구사업 등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Advanced Science>(IF 14.3, JCR 분야 6.5%)에 지난해 11월 3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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