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변수, 허정무 나이... 혼돈에 빠진 축구협회장 선거

이준목 2025. 1. 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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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처분 인용으로 연기된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앞으로의 과제는?

[이준목 기자]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이날 치러질 예정이던 대한축구협회 제55대 회장 선거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잠정 연기되면서 축구협회가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거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8일로 예정된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를 하루 앞두고, 7일 오후 법원에서 협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번 축구협회장 선거에는 정몽규 현 회장이 4선 도전에 나선 가운데, 신문선 명지대 초빙교수와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대항마로 뛰어들어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정몽규 현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았음에도 현실적으로는 4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부분의 전망이었다.

그런데 허정무 후보 측에서 지난해 12월 30일 축구협회장 선거가 불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법원에 선거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 변수로 떠올랐다. 허 후보는 이번 선거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하며 "4선에 도전하는 정몽규 협회장의 집행부가 선거를 주관하는데,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일이 속출하고 있다. 선거 과정이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 다른 후보 측에서 정상적인 선거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허 후보는 대부분의 K리그 구단들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 가운데 선거가 열리는 만큼 투표권 보장을 위한 온라인 투표 등 각종 대책 마련을 요구했는데도 협회가 아무런 노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신문선 후보 역시 "이번 선거처럼 깜깜이 선거가 없다"며 허 후보의 주장에 동의했다.

반면 축구협회 측은 공정성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무근이며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정몽규 회장은 다른 후보들의 비판 공세에 침묵을 지키면서 선거 하루 전 '50억 원 기부' 공약 등을 내세우며 대세론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선거일 잠정 연기하지만... 단기간에 문제 개선 될까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심리 끝에 허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선거의 공정을 현저히 침해하고 그로 인해 선거 절차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될 만한 중대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법원은 현재 선거인단 대다수는 투명성과 공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추첨 절차를 통해 구성됐으며, 선거 관리·운영회 위원으로 위촉된 이들의 신상명세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아 위원회가 정관 및 선거관리 규정에 부합하게 구성된 것인지도 확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초 194명에서 173명으로 선거인단이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법원은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는 경우 결선투표에 올라갈 후보자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대로 선거가 실시될 경우 그 효력에 관해 후속 분쟁이 촉발될 가능성도 높다"는 해석을 내렸다. 결국 허 후보가 이의를 제기한 부분들에 타당성이 있다고 사법부에서 인정한 것이다.

이로써 축구협회장 선거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축구협회 측은 "선거일을 잠정 연기한다"면서 "추후 일정이 수립되는 대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이 지적했던 현안들을 단기간에 대폭 개선하거나 보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예정대로라면 55대 회장의 새로운 임기가 오는 22일부터 시작되는데, 불과 보름도 남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한축구협회는 또다시 국제망신을 자초했다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미 축구협회는 정몽규 회장 체제에서 지난 십여 년간 끊임없는 사건·사고와 행정 난맥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이번 선거 파행 사태 역시 정몽규 체제의 축구협회가 얼마나 허술하고 안일하게 운영돼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차라리 대한체육회장 선거처럼 외부조직인 중앙선관위 의무 위탁 형식으로 치르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선거 중단 이끌어낸 허정무, 나이 때문에 못 나오나

정몽규 회장은 현재 내부적으로 축구협회장 4선 가능성이 유력하지만, 외부적으로는 계속 압박을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11월 특정감사를 통해 ▲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 징계 축구인들에 대한 부적절한 사면 조치 ▲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 총 27건에 걸친 부당사항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며 정몽규 회장의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를 요구한 바 있다. 여기에 축구협회장 선거의 공정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정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다고 해도 축구계와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으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선거 중단을 이끌어낸 허정무 후보 역시 '나이 리스크'라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다. 허 후보는 본래 1953년생이지만 주민등록상의 생년월일은 1955년 1월 13일생이었다. 축구협회 규정에 따르면 회장 선거 출마자격은 선거일 당일까지 만 70세 미만이어야 한다. 허 후보는 회장 선거가 연기되면서 주민등록상의 나이로 쳐도 70세를 넘기게 돼 출마자격을 상실할수 있다.

허 후보 측은 축구협회 측의 귀책사유로 선거가 연기된 것인만큼 후보 자격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설사 자격을 상실하더라도 "축구협회의 불공정을 알린 데 의미를 두겠다"며 초연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만일 허 후보의 출마가 끝내 무산될 경우, 신문선 후보와의 단일화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혼돈에 빠진 축구협회장 선거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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