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 인상, 장관 말만으로 막기 어렵다

김홍규 2025. 1. 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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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사립대 공공성 강화를 위한 근본 대책 필요

[김홍규 기자]

최근 서울에 있는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올해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라는 뉴스가 이어진다(연합뉴스, 1월 7일, <서울 주요 사립대들, 올해 줄줄이 등록금 인상 검토>. 40여 개 대학이 등록금을 올릴 것이라는 구체적인 보도까지 나왔다(KBS, 2025년 1월 8일, <40여 개 사립대학, 등록금 인상 계획…"재정난 심각">).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4년 대학 연평균 등록금은 682만 원이다(2025년 1월 8일 검색). 국립대학은 427만 원, 사립대학은 763만 원이다. 수도권 대학의 등록금 평균은 765만 원이다. 1000만 원이 넘기도 한다. 여기에 방값, 교재비, 생활비 등을 더하면, 비수도권 학생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일은 가정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는 일이다.

10년 넘게 이어져 온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에도 등록금이 가계에 미치는 타격은 여전하다. 지금까지 사립대학은 국가장학금 지원 비율이나 각종 국고보조금과 연계한 정부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정부의 오랜 방관이 부른 시한폭탄이 터질 때가 됐다. 이번에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등록금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데 그쳤다.
▲ 사립대학 비율 우리나라는 사립대학이 약 80%를 차지한다.
ⓒ 김홍규
4년제 대학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립대 비중은 약 80%에 이른다(대학알리미, 2025년 1월 8일 검색). 사립대학은 사립학교법과 고등교육법의 영향 아래 있다. 사립학교법 제1조는 사학의 자주성 확보와 공공성 확대를 통해 건전한 발달을 도모하는 것이 목표라고 규정한다. 고등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사립대의 건전한 재정운영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사립대학의 재정 구조는 법인회계, 학교회계, 산학협력단 회계로 나눈다(<사립학교법> 제29조, <산학협력법>). 법인회계는 일반 업무 회계와 수익 사업 회계로 구분되며, 학교회계는 교비회계와 부속병원회계로 나뉜다. 교비회계는 다시 등록금회계와 비등록금회계로 분리된다.

일반적으로 실제 학교 경영과 직접 관련 있는 것은 학교회계, 특히 학교회계 가운데 하나인 교비회계이다. 교비회계가 사립대학의 일반적인 수입구조라고 할 수 있다.교비회계 수입은 등록금, 국고보조금, 차입금, 자산 및 부채 수입, 미사용 전기이월 자금 등으로 나눌 수 있다.
▲ 사립대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 2011년과 2024년 사이에 사립대 수입에서 등록금과 수업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조금 줄었다. 여전히 사립대 재정의 절반 이상을 학생 등록금이 차지한다.
ⓒ 김홍규
사립대학 수입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조금씩 줄고 있지만, 여전히 가장 높다. 50%를 넘는다. 등록금은 2011년 수입 전체의 62.6%이던 것이 2024년 기준으로 52.3%가 됐다(한국사학진흥재단 사학재정알리미, 2025년 1월 8일 검색, 문태열·차성현, 2022, '반값등록금 정책에 따른 사립대학 재정 구조 변화 추이: 대학 규모별·지역별 계정과목의 구성비 변화', <지방교육재정> 29(3), 204쪽).

국고보조금 비중은 지속해서 증가했다. 2011년 기준 국고보조금은 3.7%에 불과했으나, 2024년 기준으로 19.0%에 달한다. 등록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등록금 동결과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사립학교의 자금 규모는 감소 추세이다. 국고보조금 비중의 증가로 국가 의존도는 커지고 있다. 최근 산학협력단 회계 규모 증가도 두드러진다.

사립대학 수입구조를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지나치게 등록금에 의존한다. 둘째, 사립대학은 비영리 학교 법인인데도 수익사업을 할 수 있으며, 회계도 별도로 운영할 수 있다. 큰 대학에 스타벅스 매장이 몇 개씩 들어설 수 있는 이유다. 셋째 회계 구조가 복잡하고 통일돼 있지 않다. 사학의 불투명한 운영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대목이다.

이제 등록금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확하게는 정부가 막기 어렵게 됐다. '장기간의 등록금 동결과 물가상승으로 정상적인 재정운영을 하지 못했다', '제대로 된 실험을 하기도 어렵다',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등의 주장이 이미 강하게 등장했다.

등록금 인상은 학생 수 감소 현상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너무 많은 사립대학의 자연 감소를 동반할 것이다. 수험생들이 서울로 몰리는 상황에서 비수도권 대학은 매우 곤란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복잡한 회계단위의 통일, 등록금 책정 과정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다양화, 등록금 책정의 합리성 강화 등 사립대학 재정운영의 변화가 시급하다. 건전하고 투명한 재정 운영과 평가가 가능하게 관련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의 안정적인 교육권 보장을 위한 재정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등록금 동결, 국가장학금, 각종 사업과 정원 연계, 특정 사업을 통한 국고보조금 지원 등으로 사립대학을 사실상 통제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직접 지원 없이 평가 잣대만 들이대는 것은 부실 운영과 그에 따른 학생 피해로 이어진다. 자율성은 확대하되 최소한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보완과 지원이 필요하다.

사학에 대한 정부 지원이 일정 수준 필요하지만, 국민의 세금이 사용된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부실 사학과 운영 불투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아울러, 학생에 대한 지원과 대학에 대한 지원은 분리해야 한다. 특히 국가장학금을 받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B 학점 이상을 요구하거나 대학 부실에 따른 피해가 신입생들에게 전가되어 어려운 학생들이 더 어려움을 겪는 일이 악순환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사립대학의 등록금 인상은 사학 비중이 압도적인 우리나라의 경우 학생의 피해로 이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 국립대학과 지역에 남을 학생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인 서울' 대학에 들어갈 학생들, 특히 SKY나 의대 진학 학생들에게 지방자치단체와 고등학교가 장학금을 포함한 재정을 상당수 투입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자기 지역을 스스로 소멸시키는 행태이다.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우수한 학업성취를 거두는 학생들이 지역 국립대학을 다니고 지역에 정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교육부와 교육청이 중고등학교 때부터 장기간 머물 학생에게 경제적, 정서적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개입 시기는 이를수록 좋다. 개인이나 지역 사이의 불평등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대학등록금 인상 논란을 통해 미국 방식인 듯 아닌 듯한 우리나라 대학 시스템 운영 전반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필요하다. 학생과 보호자들의 과도한 부담을 줄이는 공공성 확보와 교육 불평등 완화를 중심으로 논의가 전개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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