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수사로 김신혜의 25년 앗아간 검찰... 왜 침묵하나
[박성우 기자]
▲ 6일 오후 재심 사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친부 살해' 혐의를 벗은 김신혜(48)씨가 전남 장흥교도소에서 석방된 직후 취재진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
ⓒ 김형호 |
재판부는 "증거물이 위법하게 압수됐고,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진술도 허위 자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노트 등 압수물도 경찰이 영장 없이 압수해 위법수집증거"라며 증거 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의 친부는 사망 이후 국림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수면유도제인 독시라민의 혈중농도가 13.02㎍/㎖로 나왔는데, 이는 검찰 측 주장인 30알보다 세 배는 더 많은 100알가량을 복용해야 나오는 수치라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검찰이 범행동기로 지목한 친부의 성추행에 대해서도 법원은 "사실로 인정하기 힘들다"고 봤다. 친부의 사망보험금을 노리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검찰의 주장 또한 법원은 "보험설계사였던 김씨가 '고지의무'를 위반하면 보험사에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을 터여서 보험금을 노린 범행이라는 점에 의심이 간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재심서 무기징역 구형한 검찰 주장... 법원, 받아들이지 않아
이처럼 검찰의 주장은 법원에서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2024년 10월 21일 열린 재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씨가 친부를 살해했다며 김씨에게 파기된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당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아버지가 성적 학대를 했다는 이야기를 여동생 등 가족으로부터 듣고 격분한 김씨에게 아버지를 살해할 분명한 동기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김씨는 아버지 명의로 보험 7개에 가입했고, 수령 가능한 보험금은 당시 3억 5천만 원, 교통사고 사망 시 9억 원 상당이었다"며 "술에 수면유도제를 탔다는 범인만 알 수 있는 범행 방법을 김씨는 아버지의 부검 전 알고 있었는데, 이를 종합하면 살해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또한 검찰은 사망 뒤 약물이 혈액에 전파돼 혈중농도가 변하는 현상인 사후재분배로 독시라민의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6일 법원은 "부검이 사망 후 35시간 만에 이뤄져 사후재분배 현상이 발생할지 의문"이라며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 박준영 변호사가 지난 2023년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
ⓒ 박준영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
김웅 전 의원은 2015년 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광주지검 해남지청장으로 근무했다. 2015년 1월 김씨가 재심을 청구하고 같은 해 11월 법원이 재심 개시를 결정하자 해남지청은 곧바로 재심 결정에 대해 법원에 항고했다. 이때 김 전 의원은 검찰의 첫 항고 때까지 김씨 사건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항고는 2017년 2월 기각되었다. 그러자 해남지청은 대법원에 재항고했고 이마저도 2018년 기각되었다. 검찰의 항고가 모조리 기각돼 재심 개시가 확정됐다. 그런데 김 전 의원은 2018년 출간한 자신의 저서 <검사내전>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었다. "극악한 패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야심가인 변호사와 탐욕스러운 프로듀서를 만나 마치 무고한 죄를 뒤집어쓴 것처럼 세상을 호도하는 사람도 봤다".
극악한 패륜 범죄를 저지른 이는 김신혜씨, 야심가인 변호사는 박준영 변호사, 탐욕스러운 프로듀서는 2014년 8월, 김씨 사건에 의문을 제기한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PD를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2023년 5월 박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표현에 대해 "직접적이지 않았지만 저는 바로 알아챘다"고 언급했다.
김 전 의원은 재심이 시작된 이후인 2023년 5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김씨 주장은 이미 과거 법정에서 모두 검토됐고, 재판 단계에서 거의 수사를 새로 한 수준"이라며 "유죄 증거가 많아 압수조서 문제 등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김씨가 유죄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김 전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서나 여러 시사 라디오 등에 출연하며 정치비평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검찰의 부실 수사와 항고에 한 사람이 25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검찰과 김 전 의원 모두 침묵으로 일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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