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긴 태안기름유출 배분금 소송, 향후 재판 전망은?
[김동이 기자]
▲ ‘배분금반환 청구의 소’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과 서해안연합회에 삼성지역발전기금을 배분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배분사업계약을 맺은 가운데 배분금을 수탁했던 두 기관이 잇다른 파행운영으로 배분사업계약을 위반하자 모금회가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다툼이 시작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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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지역발전기금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아래 모금회)가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과 서해안연합회와의 배분사업계약을 맺고, 기금을 배분했다. 그러나 배분금을 수탁했던 두 기관이 잇따른 파행운영으로 배분사업계약을 위반하면서 분쟁이 불거졌다.
지난 2023년 12월 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이래 제31민사부로 사건이 배당됐다. 지난 2024년 7월 18일 모금회 직원과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인들, 허베이조합 및 서해안연합회 직원과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동인 및 태평양 변호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첫 공판이 진행됐다. 그리고 9월 26일과 12월 12일 준비서면과 증거신청 의견 확인, 그리고 증인채택 여부를 두고 두 차례 더 재판을 속행했다.
재판부가 다시 올해 3월 13일 제4차 공판에서 모금회 측 증인으로 김아무개 허베이조합 대의원을 채택함으로써 이 '배분금반환 청구의 소' 재판은 해를 넘기게 됐다.
특히, 재판부가 오는 3월과 그 이후 제5차 공판에서도 증인신문을 예고한 가운데 '배분금반환 청구의 소' 재판이 향후 얼마나 속행될지, 그리고 증인들은 법정에서 어느 측에 유리하고 불리한 어떠한 증언을 내놓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기자는 올해 치열하게 펼쳐질 '배분금반환 청구의 소'가 그동안 어떻게 진행됐고, 향후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전망해봤다.
▲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허베이조합 간 ‘배분금반환 청구의 소’가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 3차에 걸쳐 속행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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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재판은 모금회가 지난 2023년 8월 31일 허베이조합 등을 상대로 배분금 잔액 전액 환수와 함께 배분사업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부터 불거졌다. 이에 허베이조합 등은 모금회 측의 배분금 환수 조치에 반발해 기금 잔액을 반환하지 않았고, 모금회는 결국 2023년 12월 28일 서울중앙지법에 배분금반환을 목적으로 하는 소를 제기하기에 이른다.
모금회 측이 소를 제기하게 된 이유는 지난 7월 18일 열린 제1차 공판에서 원고 소송대리인 측이 밝힌 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고측 소송대리인은 "배분금 환수 조치는 피고들이 최초 사업계획대로 배분금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는 경우, 관리감독권한을 가진 원고가 피고들로부터 배분금을 환수하여 배분금이 피해주민들을 위해 정상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면서 미진한 집행률과 운영비 과다 지출로 인한 집단 민원, 대의원총회 구성 불가능, 본부와 지부의 내부갈등 심화 등을 지적했다. 또한 "원고와 해양수산부는 사업추진능력 및 사업추진의지가 없는 피고들에게 배분금 집행을 계속 맡기는 경우 사업지연으로 인한 불이익이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임이 명약관화해진 상황에서 비로소 배분금 환수 조치를 하게 된 것"이라고 소 제기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배분사업계약서 상 환수 가능 여부를 가리는 것으로 기금이 피해민의 땀인데도 피해민에게 돌아가지 않고 있어 소를 제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허베이조합 국응복 이사장은 최근 '조합원과 피해민께 드리는 글'에서 모금회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맞받았다.
국 이사장은 먼저 모금회가 기금의 전달 통로였을 뿐 기금의 소유자나 권리자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는 "삼성중공업에서 기금을 지원 및 출연하는 과정에서 피해민 단체에 직접 지원 시 막대한 증여세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로 인한 기금손실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모금회와의 배분계약서를 작성하여 배분금의 형태로 지급받은 것"이라면서 "모금회는 삼성중공업에 대한 피해보상 투쟁 과정에서 그 어떠한 역할도 한 적이 없으며, 해당 기금에 대한 권리가 없다"고 못을 박았다.
모금회가 배분사업계약을 해지한 것과 관련해서도 국 이사장은 "모금회는 10년여에 걸친 기금 수령을 위한 노력과 4년여에 걸친 조합 운영을 4개월 만에 백지로 만드는 결정을 하면서 단 한번의 실사와 단 한 번의 토론회만을 진행하였을 뿐, 배분금 환수 후의 대책이 무엇인지 여러 차례 질의했음에도 추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기금의 사용방안을 논의하겠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했고,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기약 없이 기금의 사용을 중단시켰다"고 비난하며 맞서고 있다.
▲ 지난해 7월 열린 ‘배분금반환 청구의 소’ 첫 공판에는 원고, 피고측 관계자와 소송대리인이 총출동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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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열린 첫 공판에는 원고인 모금회 측 관계자와 소송대리인, 피고인 허베이조합 국응복 이사장과 소송대리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준비서면과 증거자료를 내세우며 서로 반박하는 치열한 논거 싸움이 펼쳐졌다.
원고인 모금회는 소송대리인으로 법무법인(유한) 대륙아주를 선임해 배분사업계약서 위반에 따른 배분금 반환조치가 정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허베이조합은 대형로펌 중 한 곳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소속 7명의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삼성지역발전기금'은 '피해민의 기금'으로 모금회가 환수 가능한 성격의 기금이 아니라는 주장으로 맞섰다.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등 협약서'도 판결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모금회와 허베이조합간 입장차가 크기 때문이다. 모금회는 준비서면에 삼성중공업 측이 보낸 공문서를 근거로 "협약서의 효력이 상실됐다"는 입장인 반면 허베이조합은 "협약서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자가 입수한 모금회 측 준비서면에는 "당사(삼성중공업)는 2016년 2월 체결된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등 협약서에 따라 2018년 11월 지정기탁을 완료함으로써 협약서에서 정한 지정기탁 관련 의무 이행은 종료되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더 이상 협약서를 근거로 피해자단체가 정하는 기관으로 재지정기탁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판단됩니다"라고 적혀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등 협약서'가 여전히 유효함을 주장하고 있는 허베이조합은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등 협약서'에 따라 기부자인 삼성중공업에 재지정을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향후 진실공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국회, 11개 유류피해 지자체간 맺은 '삼성중공업 지역발전기금 등 협약서'는 그동안 삼성지역발전기금을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이나 서해안연합회 등의 피해민단체가 수탁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특히, 태안지역사회에서도 지역발전기금의 태안군 수탁을 주장해 왔지만 이 협약서가 발목을 잡으면서 허베이조합만이 기금을 수탁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해왔기 때문에 이번 재판에서 협약서의 유효 여부가 판결을 하는데 중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12월 열린 제3차 공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돼 오는 3월 13일 열리는 제4차 공판에 증인석에 앉을 김아무개 허베이조합 대의원의 입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일단은 김 대의원이 허베이조합에 불리한 원고측 증인이어서 어떠한 증언을 내놓을 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현재 허베이사회적협동조합에는 두명의 직원과 국응복 이사장이 근무하며 소송에 대응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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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회를 겨냥해 졸속 행정, 진정성 의심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비난 수위를 높인 국 이사장은 "기금이 당초 목적대로 신속히 피해민들에게 집행될 수 있도록 조합과 이사장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조합은 10년이 넘는 기간의 피해보상을 위해 처절한 투쟁을 함께 한 피해민들의 합의를 통해 세워진 조직으로 그 목적만을 위하여 존재하는 기관"이라면서 "사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의 조합이 지금까지 겪었던 어려움은 지역 내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성장통이라 생각한다. 조합은 이를 극복하고 기금이 목적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여 "모금회와의 소송을 조속히 끝내고 기금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고도 했다.
한편, 모금회와 허베이조합 간 소송이 지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삼성지역발전기금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왔지만 개점휴업 상태에 있던 민간조직이 올해는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서겠다고 전해, 이들의 행동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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