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인근 미술관, 사람들 모이는 사랑방 된 사연

박미경 2025. 1. 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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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암미술관, 연중 전시·행사...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는 구심점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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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화순 동암미술관&카페
ⓒ 박미경
전남 화순군의 마지막 탄광인 화순광업소 인근에 들어선 동암미술관(관장 성치풍)이 지역의 문화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동암미술관에서는 연중 다양한 전시와 함께 크고 작은 문화예술 단체와 동아리 등의 모임이 열린다.

무등산이 한눈에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데다 오랜 시간 머물러도 눈치 주는 이도 없다. 몇 번 밥을 얻어먹다 터줏대감으로 눌러앉은 고양이 '냥이'의 애교에 반한 반려인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성치풍 관장을 인터뷰했다.

사진관에서 놀던 소년이 미술관 열기까지

성치풍 관장의 고향은 전남 영광이다. 성 관장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젊은 사진사가 운영하던 사진관을 하루가 멀다하고 드나들었다. 그에게 사진관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는 놀이터였다. 그런 그에게 사진사는 사진 찍는 법과 필름 인화를 가르쳤단다.

사진기가 제법 손에 익고 사진 인화에 자신이 붙으면서부터는 학교와 마을의 전담사진사가 됐다. 젊은 사진사에게 사진기를 빌려 친구들의 모습과 학교 행사,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인화한 사진을 팔아 용돈도 벌었다.

고등학교를 다니기 위해 광주에 머물면서도 행사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고향으로 달려가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다. 고등학교 졸업 후 터를 잡고 공직생활을 시작한 화순군은 고향보다 더 정겨운 고향이며 삶의 터전이 됐다.
 화순 동암미술관&카페
ⓒ 박미경
화순에서의 사진관 운영은 성치풍 관장을 사진작가의 길로 이끌었다. 어쩌다 사진관을 인수한 아내가 더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곁에서 돕다 보니, 사진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공부하게 됐다고.

혼자 보기 아까워 내놓은 사진들이 다양한 대회에 입상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16년 만에 전라남도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전남도청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사진 관련 업무의 자문을 도맡았고, 전라남도 관광사진공모전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한편, 미술관은 성치풍 과장의 오랜 꿈이었다. 성치풍 관장은 정년퇴직을 앞둔 어느 날, '퇴직하면 무엇을 할 것이냐'는 도지사의 질문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작은 미술관을 운영하고 싶다'고 답했다. 폐광을 앞두고 매물로 나온 화순광업소 부지의 우연한 발견은 그의 꿈을 이루게 했다.
 연중 다양한 전시와 공연, 발표회 등이 열리는 동암미술관 갤러리
ⓒ 박미경
열린 문화공간

연고도 없는 곳이었다. 농사를 짓기에도 척박했다. 수풀만 우거진 그냥 산이었다. 무얼 하겠다는 계획도 없었다. 매물로 나온 화순광업소 부지를 무작정 매입했다. 땅을 사고 나니 잠시 접어뒀던 꿈이 생각났다. 그렇게 동암미술관이 지어졌다.

2022년 12월 문을 연 동암미술관은 1층은 갤러리와 사진체험실, 2층은 카페로 이뤄졌다. 갤러리에서는 연중 1~2개월 주기로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사진과 서양화, 서예, 한국화 등 장르도 다양하다. 작가들은 홀로 또는 단체로 동암미술관을 찾아 전시회를 연다.

2층 카페는 또 다른 전시실이다. 카페 벽면에는 성치풍 관장의 대형 사진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화순의 진산 '별산'과 광주전남의 명산 '무등산'도 한눈에 보인다. 테라스에 서면 멀리 무등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누구나 필요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기도 하다. 카페에서는 크고 작은 모임뿐 아니라 문화예술동아리들의 발표회와 연주회가 열린다. 카페지기가 1층에 있어 마음이 통하는 이들끼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몇 시간 자리를 축내도 부담이 없다. 미안하면 차 한잔 마시면 그만이다.
 동암미술관 카페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는 성치풍 관장의 부인이자 서양화가인 조명숙 여사의 정성이 들어갔다.
ⓒ 박미경
카페는 성치풍 관장의 가족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다. 카페에서 판매하는 자몽, 레몬, 유자, 생강, 대추 등의 차에는 성치풍 관장의 부인이자 서양화가인 조명숙 선생의 정성이 담겼다. 일부러 찾아온 손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려 직접 재료를 고르고 손질해 진하고 깊은 맛의 차를 만든다. 진한 커피향은 갤러리까지 퍼진다. 카페지기는 성치풍 관장의 아들이다.

1층 갤러리 옆 사진체험실은 내 손으로 나만의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3만원의 체험료를 내면 성치풍 관장의 손때가 묻은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고 인화해 액자에 담아갈 수 있다. 성 관장과 함께 했던 카메라와 렌즈들도 전시돼 있다.

동암미술관을 지키는 동물들도 눈길을 끈다. 1층과 2층을 자유로이 오가는 방문객들과 눈을 맞추며 다가와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 '냥이'와 함께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냥이는 굶주린 채 주변을 떠도는 아기고양이가 안쓰러워 먹을거리를 챙겨줬더니, 슬며시 미술관 안에 자리를 잡았다고. 터줏대감이자 마스코트가 됐다.

미술관 입구에 자리잡은 백구 '행복이'와 황구 '동구'도 우연과 인연으로 만난 미술관의 식구다. 도살 직전에 구조된 행복이는 유기견 보호시설에서 2년 동안 주인을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하고 안락사 직전 성치풍 관장과 만났다. 동구는 화순 동구리에 사는 지인의 뜬금없는 선물이었단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성치풍 관장과 부인 조명숙 여사
ⓒ 박미경
성치풍 관장은 동암미술관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적 휴식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 오고 싶을 때 오고, 머물고 싶은 만큼 있다가 가고 싶을 때 가는 곳, 1층 전시실에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하고, 2층 카페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며 지인들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얘기다.

미술관 앞 광장과 주변을 온갖 나무와 화초가 가득한 정원으로 가꿔 작은 음악회와 공연 등의 문화행사와 작은 결혼식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도 있다.

성치풍 관장은 "갈수록 생활 속 문화예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동암미술관을 연중 다양한 공연과 전시,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지역문화의 구심점으로 만들고 싶다"라고 말했다.
 동암미술관의 마스코트 행복이와 동구
ⓒ 박미경
화순 동암미술관&카페
ⓒ 박미경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우리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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