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인근 미술관, 사람들 모이는 사랑방 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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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경 기자]
▲ 화순 동암미술관&카페 |
ⓒ 박미경 |
무등산이 한눈에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데다 오랜 시간 머물러도 눈치 주는 이도 없다. 몇 번 밥을 얻어먹다 터줏대감으로 눌러앉은 고양이 '냥이'의 애교에 반한 반려인들의 발길도 이어진다. 성치풍 관장을 인터뷰했다.
사진관에서 놀던 소년이 미술관 열기까지
성치풍 관장의 고향은 전남 영광이다. 성 관장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젊은 사진사가 운영하던 사진관을 하루가 멀다하고 드나들었다. 그에게 사진관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엿볼 수 있는 놀이터였다. 그런 그에게 사진사는 사진 찍는 법과 필름 인화를 가르쳤단다.
사진기가 제법 손에 익고 사진 인화에 자신이 붙으면서부터는 학교와 마을의 전담사진사가 됐다. 젊은 사진사에게 사진기를 빌려 친구들의 모습과 학교 행사, 마을의 크고 작은 일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인화한 사진을 팔아 용돈도 벌었다.
▲ 화순 동암미술관&카페 |
ⓒ 박미경 |
혼자 보기 아까워 내놓은 사진들이 다양한 대회에 입상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으며 16년 만에 전라남도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전남도청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사진 관련 업무의 자문을 도맡았고, 전라남도 관광사진공모전 심사위원으로도 참여했다.
▲ 연중 다양한 전시와 공연, 발표회 등이 열리는 동암미술관 갤러리 |
ⓒ 박미경 |
연고도 없는 곳이었다. 농사를 짓기에도 척박했다. 수풀만 우거진 그냥 산이었다. 무얼 하겠다는 계획도 없었다. 매물로 나온 화순광업소 부지를 무작정 매입했다. 땅을 사고 나니 잠시 접어뒀던 꿈이 생각났다. 그렇게 동암미술관이 지어졌다.
2022년 12월 문을 연 동암미술관은 1층은 갤러리와 사진체험실, 2층은 카페로 이뤄졌다. 갤러리에서는 연중 1~2개월 주기로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사진과 서양화, 서예, 한국화 등 장르도 다양하다. 작가들은 홀로 또는 단체로 동암미술관을 찾아 전시회를 연다.
2층 카페는 또 다른 전시실이다. 카페 벽면에는 성치풍 관장의 대형 사진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화순의 진산 '별산'과 광주전남의 명산 '무등산'도 한눈에 보인다. 테라스에 서면 멀리 무등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온몸을 감싼다.
▲ 동암미술관 카페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는 성치풍 관장의 부인이자 서양화가인 조명숙 여사의 정성이 들어갔다. |
ⓒ 박미경 |
1층 갤러리 옆 사진체험실은 내 손으로 나만의 인생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3만원의 체험료를 내면 성치풍 관장의 손때가 묻은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을 찍고 인화해 액자에 담아갈 수 있다. 성 관장과 함께 했던 카메라와 렌즈들도 전시돼 있다.
동암미술관을 지키는 동물들도 눈길을 끈다. 1층과 2층을 자유로이 오가는 방문객들과 눈을 맞추며 다가와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 '냥이'와 함께 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냥이는 굶주린 채 주변을 떠도는 아기고양이가 안쓰러워 먹을거리를 챙겨줬더니, 슬며시 미술관 안에 자리를 잡았다고. 터줏대감이자 마스코트가 됐다.
미술관 입구에 자리잡은 백구 '행복이'와 황구 '동구'도 우연과 인연으로 만난 미술관의 식구다. 도살 직전에 구조된 행복이는 유기견 보호시설에서 2년 동안 주인을 기다렸지만 만나지 못하고 안락사 직전 성치풍 관장과 만났다. 동구는 화순 동구리에 사는 지인의 뜬금없는 선물이었단다.
▲ 성치풍 관장과 부인 조명숙 여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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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앞 광장과 주변을 온갖 나무와 화초가 가득한 정원으로 가꿔 작은 음악회와 공연 등의 문화행사와 작은 결혼식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도 있다.
▲ 동암미술관의 마스코트 행복이와 동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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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 동암미술관&카페 |
ⓒ 박미경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순우리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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