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추종 집회의 희한한 시작 의식... 그들은 대체 왜?

김지영 2025. 1. 8.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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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택시 운전사] 추한 권력에 집착하는 총 든 수구, 결국 밀려나게 되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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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영 기자]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한남대로에서 민주노총 노동자와 시민들이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을 촉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지난 4일 토요일 저녁 서울 종로에서 손님을 태우고 강남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다. 낙원상가에서 을지로를 지나 남산터널에 들어가려는데 전 차선에 빨간 콘이 놓였고 경찰은 우회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터널을 지나 대통령 관저로 향하는 한남대로의 모든 차선이 엄청난 수의 시위대에 차단되어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윤석열 체포를 가로막은 대통령 경호처에 분노한 시위대였다.

다른 한쪽으로는 대통령 체포가 불법이라고 억지 주장하는 일군의 성난 사람들이 대통령 경호처를 응원하며 밤샘 시위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해 12월 3일 모든 국민이 방송으로 직관했던 윤석열이 토해 낸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와 무장한 군인들의 국회 장악 시도, 위헌적인 포고령 전문을 목도하고도 윤석열을 비호하는 세력이었다.

태극기는 알겠는데 뜬금없는 성조기에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흔들어대는 그들의 터무니없는 대통령님 만세삼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난감해지는 요즘이다.

아스팔트 극우 세력의 중심에는 과거 독재정권에 부역했던 대형 교회 중심의 개신교 단체들이 똘똘 뭉쳐 서 있는 형국이다. 실제 목격한바 지난 주말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는 사도신경 암송과 찬송가로 그 시작을 알렸다. 성지로서의 이스라엘이 대한민국 보수단체의 신념 체계 안에 들어와 생긴 현상일까?

유물로 남았어야 할 냉전 세대와 극우 기독교 세력의 결합은 편향적이고 왜곡된 신념 체계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라 전체의 지배적 이념으로 강제하려는 퇴행적 결과물이었다.

2007년 단위농협 선거의 기억

손님을 내려주고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옛일이 떠올랐다. 귀농하고 일 년 정도 지난 2007년 겨울이었다. 시골 생활에 많은 도움을 주던 토박이 형님이 저녁에 회의가 있다며 나를 불렀다. 가서 보니 단위농협(지역농협) 조합장 선거를 준비하는 대책회의였고 후보를 포함한 네댓 명이 승리를 위한 필살기를 궁리하고 있었다.

그들은 내게 선거에 도움 될 만한 비책을 은근하게 요구했으나 단위농협은 내게 너무 생소한 영역이었다. 외부인인 나는 조용히 그들의 말을 듣기만 했다. 현 조합장의 경력과 추문, 조합원 여론 동향, 직전 선거에서의 사건 사고 등 선거 관련 정보들이 쏟아졌다.

조합원이 2000명 정도 되는 지역농협이었는데 대화의 핵심은 상대측 선거운동원이 돈봉투를 조합원에게 비밀리에 전달하는 현장을 어떻게 포착할 것인가였다. 그러니까 돈봉투가 횡행하는 건 기정사실이라는 전제가 깔린 논의였다.

조합원 1명 당 10만 원, 2000명 조합원이니 2억 원은 기본이고 그보다 더 준비한 현금이 넉넉한 승리를 보장한다는 식이었다. 그렇다고 조합원에게 무조건 10만 원을 주는 게 아니었다. 관계나 서로의 사정이 불 보듯 뻔한 좁은 지역이라 개별 조합원의 성향에 따라 돈의 액수와 전달 방식이 달라졌다.

내가 받은 충격은 박정희가 3선 개헌을 위해 막걸리판을 벌이고 고무신을 나눠주던 그 유명한 1969년 판 '고무신 선거'가 38년이 지난 2007년 단위농협 선거에서 고무신만 현금으로 바뀐 채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단위농협은 1971년 설립되었다. 조합장 선거 방식은 대의원 투표에 의한 간선제였다가 2000년에 직선제로 변경되었다. 간선제는 직선제에 비해 유권자 파악이 쉽고 피아구분이 뚜렷하므로 각종 불법 선거가 판을 친다. 내가 목격한 2007년 상황이 전국적 현상이라면 '고무신 선거'는 단절되지 않고 조합 설립과 함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오고 있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합리적으로 유추하면 그렇게 당선된 조합장은 임기 4년 동안 최소 2억 이상의 사적 이익을 취해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 그보다 몇 배 혹은 몇십 배 많은 사적 이익의 가능성에 직을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돈을 받은 조합원도 그런저런 사정을 다 알고 표를 주었음에 틀림없었다.

좁은 지역사회, 가시권 안에 있는 일정 수의 조합원에게 혈연 지연이 선거의 절대 변수지만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성장 배경을 가진 후보자들에게 이는 차별성 없는 매개변수로 전락하고 결국은 새로운 변수가 떠오른다. 그게 바로 돈이었다.

나는 다시 질문을 해야 했다. 이 '아사리 선거판'을 만든 주범은 돈을 받고 표를 주는 조합원인가, 아니면 돈을 주고 표를 사는 후보자인가? 형식적 민주주의가 그나마 완성된 사회라는 우리나라에서 왜 아직도 이런 구태의연한 '고무신 선거'가 사라지지 않는가?

돈이 통하는 선거는 유권자의 정서가 그걸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후보자들은 예외 없이 선거에 이길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는다. 그리고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걸 찾아낸다. 18년 전 시골 단위농협 선거의 필살기는 돈이었다. 부인할 수 없이 유권자들은 은근히 그걸 원했고 후보자는 그걸 줬다.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얼마를 주느냐가 승패를 가르는 요인이었다. 그들은 대체 왜 그런가?

태극기와 성조기 흔들며 서 있는 사람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주사파 척결, 자유민주주의 수호' 국민혁명대회를 열고 있다.
ⓒ 연합뉴스
인간은 주관적인 존재이며 경험과 학습을 통한 자기 논리의 세계관으로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한다.

2007년 당시 단위농협 조합원 연령은 50대 이상이 대부분이었다. 1940년대 혹은 1950년대 태어난 사람들이다. 40년대생은 교육 적령기가 이미 지났고 50년대생이 적령기 안에 들어가 있던 1965년에야 비로소 우리나라 교육통계가 시작되었다. 그해 중학교 취학률은 39.4%, 고등학교 취학률은 27%였다. 4년제 대학 진학률은 겨우 3.3%에 불과했다.

2023년 1인당 국민총소득은 4405만 원, 이를 달러로 환산하면 3만 3745달러였다. 1965년 1인당 국민총소득은 105달러, 당시 환율인 255.76원으로 환산하면 1인당 연간 총소득이 2만 6854원, 4인 가족 기준 10만 7416원이었다.

시절이 그러했다. 그들은 극심하게 가난한 시대를 살아내야 했고 먹고사는 일조차 버거운데 교육씩이나 받는 사치를 누릴 수 없었다. 그들 세대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는 박정희가 철권통치로 나라를 짓누르던 시대였다. 술자리에서 대통령 욕을 하면 국가원수모독죄로 잡혀가고 감옥에도 끌려가던 시대였다.

문맹과 가난과 공포가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야 했던 그들 세대에게 시민적 교양은 사치였다. 그들은 오로지 먹고 사는 일이 인생 최대의 화두였다. 민주주의는 그다음이었다. 그들이 세상을 알아가는 방식은 통제된 방송과 왜곡된 언론을 통해서였다.

사람이 사람다워질 수 있는 처음은 배고픔을 해결하고부터다. 가난으로부터의 구원은 절대적 신앙이다. 박정희 대통령 통치하에서 벌어졌던 고문과 의문사, 언론과 방송 통제, 집회 및 시위의 자유 박탈 등 민주주의 가치를 유린하는 행위는 그 신앙 속에서 용서되고 사면되었다.

우리나라를 빨갱이로부터 구원해 준 미국과 이승만이 있었고 굶주린 백성을 가난으로부터 구원해 준 박정희 대통령이 있었다. 그들의 신념 체계에 태극기와 성조기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애국적 가치를 품게 되었다. 그들은 미국과 한국이 축구 경기를 하면 어디를 응원해야 할지 헷갈릴 정도로 무지하고 순진했다.

그런 시대를 살아야 했던 사람들이었다. 태극기와 성조기와 이스라엘기를 흔들며 동화면세점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안에 그들 세대가 지금도 이념과 실체로 살아있다.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법칙

2007년 당시에도 나는 세대교체가 아니면 단위조합 선거에서 돈봉투가 사라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기까지 우리는 지리한 시간을 견뎌야 하지만 부단하게 현재의 부당함을 드러내고 정의를 찾아나가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였다. 때론 제도가 의식의 변화를 불러오기도 하니까.

내가 처음 돈으로 치러지는 조합장 선거의 전말을 듣게 된 2007년 이후 16년이 지난 2023년 10월 9일 <조선일보>는 다음과 같은 소식을 전했다.

"지난 3월 제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당선된 농협 조합장 1106명 가운데 81명(7.3%)이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특히 기소된 농협 조합장 가운데 5명은 구속까지 면치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협은 당선자 90명 가운데 13명(14.4%)이 기소됐고, 산림조합에서는 142명 가운데 4명(2.8%)이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세 조합은 조합장 당선을 위해 금품을 살포하고, 불법적인 선거운동을 자행하는 등 문제가 반복되자 지난 2015년 선거관리위원회에 조합장 선거를 위탁했다. 같은 해 제1회 동시 조합장 선거를 시작으로 올해 3회에 이르렀지만, 불법 선거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는 모습이다.

제1회 선거부터 누적된 조합장 당선자 3320명을 기준으로 하면, 총 312명이 기소돼 전체의 9.4%를 기록했다. 구속된 조합장도 28명에 달했다. 농협에서만 지금까지 재판으로 자리를 비운 조합장들을 대체하고자 124번의 재·보궐선거를 치르기도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불법 선거는 여전히 일부에서 자행되었고 발각되지 않은 불법 선거는 더 많을 거라 짐작한다. 도시와 달리 시골은 이미 고령화가 완성되었고 조합원들 역시 세대교체보다는 고령화가 대세라는 게 언론에서도 확인된다. 미안하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단위조합 선거는 당분간 썩 아름답지 못한 모습일 것으로 예상한다.

다른 한편 윤석열의 위헌적인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탄핵 국면에서 세대간 의식 차이는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20~30대 응원봉 세대를 주축으로 윤석열의 탄핵과 체포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세대는 1950년대생인 70대 이하와 비교할 때 압도적으로 높다.

나는 그 이유가 87년 민주화 이후 세대의 시민적 교양이 이젠 더 이상 독재자 박정희와 냉전 시대의 신념 체계를 이해하지도 용인하지도 않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라고 본다. 그들은 가난하지 않았고 덕분에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할 수 있었으며 일찍부터 민주 시민의 교양에 적절한 교육을 받고 자라온 세대이다.

(반드시 독재장기집권으로 향하게 되어 있는) 불법 쿠데타를 옹호하는 믿지 못할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경상도와 강남 안으로 쪼그라드는 것도 필연일 듯하다. '장강의 앞물은 뒷물에 밀려난다'(長江後浪推前浪)는 춘추전국시대 격언이 현재에도 통용된다.

과거의 추한 권력에 집착하는 총을 든 수구가 보수라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발호해도 응원봉을 든 미래권력에 결국은 밀려나게 되어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법칙이다. 다만 지금은 잠깐에 그칠 반역의 시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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