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은 일상, 아들 결혼식에도 못 간 은퇴 부부

이안수 2025. 1.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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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일 넘는 길 위의 날들 뒤돌아보니... 매일이 감사한 날들입니다

은퇴한 부부가 10년 동안 나라 밖을 살아보는 삶을 실험 중이다. 이 순례길에서 만나는 인연과 문화를 나눈다. <기자말>

[이안수 기자]

▲ 671일간의 동행, 시에라 마드레 옥시덴탈 멕시코 서부지역을 남북 약 1,500km로 뻗어 있는 장대한 산맥, 시에라 마드레 옥시덴탈(Sierra Madre Occidental)을 무사히 횡단하면서 코퍼 캐니언(Copper Canyon)으로 불리는 '바랑카 델 코브레(Barranca del Cobre)'의 장대한 협곡에 은둔하는 삶을 지속하고 있는 타라후마라(Raramuri) 사람들과의 접촉과 교류가 가능했던 것도 한 대학에서 근무 중인 마음씨 곱고 배려심 많은 현지인, 살몬(Salmon)과 시종 여정을 함께하면서 그의 안내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 이안수
2025년 1월 1일, 이날은 우리 부부가 한국 밖을 10년간 순례하며 다른 문화권의 삶과 지혜를 배우는 학생으로, 그 배움을 성찰하는 수행자로 살기로 작정하고 한국을 떠난 지 671일째 되는 날이다.

우리의 여정은 안전한 호텔에 묵으며 잠자리와 식사를 해결하고 빼어난 풍경과 풍물을 즐기는 휴양이 아닌 이유로, 헤쳐나가야 할 난관과 감수해야 할 불편과 위험이 좀 더 많다. 여행 가이드북 속에서 안내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현지에 도착해서 헝클어진 실타래 속에서 실마리를 찾듯 방편을 찾아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곳에서 누대를 걸쳐 살아온 현지인들과 접점을 만드는 것이다. 그들 곁에 자리를 마련하면 일단 실의 첫머리를 찾은 것이다. 그다음은 그들의 삶 속으로 틈입하는 일이다. 입장과 성격이 천차만별인 그들이 이방인 앞에서 경계를 풀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이것이 두 번째 어려움이다.

다행히 그들이 곁을 내어주어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하더라도 우리의 입장에서는 방범과 안전의 미비에 우리가 노출되는 것과 다름없다. 그들이 우리를 최선으로 지켜준다 하더라도 불쑥 찾아오는 사건과 사고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멕시코 라파스에서이 2024년 새해 멕시코의 최서단이면서 바하칼리포르니아(Baja California) 반도의 최남단인 라파스(La Paz)에서 맞았던 2024년 1월 1일. Oxnar 가족과 함께했다.
ⓒ 이안수
▲ 과테말라 마야인들과 함께한 2024년 크리스마스 2024년 크리스마스는 과테말라 아티틀란 호숫가 마을, 산타 카타리나 팔로포(Santa Catarina Palopo)에서 카크치켈 마야(Kaqchikel Maya)인 인 83세 Miguel과 74세 Maria 부부 어르신 부부의 가족들과 함께했다.
ⓒ 이안수
도난은 기본값, 이젠 최악을 피하는 법을 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아직까지 여정을 중단해야 할 만큼의 치명적인 일은 없었다. 그렇지만 불편을 감수해야 할 일들은 적지 않았다.

그 첫째가 신용카드의 소실이다. 우리는 한국을 떠날 때 총 3개의 카드를 준비하고 현지에서 서비스 요금을 결제하거나 현금을 인출하는 방식으로 생활해왔다. 첫 번째 카드 소실은 미국 LA에서였다.

지하철 승차권 구입을 위해서 카드를 무심코 발권기 현금투입구에 넣었다가 기계가 카드를 삼켜버린 경우였다. 역무원들이 모두 퇴근한 저녁에 일어난 일이라 기기에 표기된 비상전화로 상황을 알렸다. 그들의 대답은 기기 관리는 외주 보안회사에서 담당하므로 다음날 근무 시간에 상황 점검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음날 그들이 알려준 보안회사로 전화했다. 그들의 대답은 일단 기기에 회수된 것들 중 현금이 아닌 것은 보안을 위해 모두 파기된다는 것이다. 여행자로서 그 카드를 돌려받지 못할 경우 받을 우리의 심각함을 읍소해서 담당 부서의 실무자 전화번호를 받을 수 있었다. 담당자는 새벽에 역의 기기들을 순회해서 모든 것을 회수했고 내가 알려준 역의 기기 번호에서 카드를 회수한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수된 모든 이물질은 이미 파쇄되었다고 했다. 카드를 회수하지 못한 우리의 불안은 카드 한 장을 잃은 것뿐만 아니라 그 카드가 불법적으로 사용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두 번째 카드의 소실은 지난달 과테말라 치치카스테낭고에서 일어났다. 성 토마스 축제에 참가한 나는 잘 보존된 키체마야인들의 민속을 기록하느라 넋을 놓고 있었다. 그런데 군중 속에서 양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중에 지퍼가 달린 바지 주머니 속의 지갑을 가져가 버린 것이다.

지갑 속에는 카드를 비롯해 각국에서 국적과 나를 증명해야 하는 관공서나 유적지 출입에서 유효하게 사용되었던 영문운전면허증과 10만 원 상당의 현지화 및 나의 비상연락처가 표기된 명함이 들어있었다.

다음날 과테말라의 다른 도시 성당들의 행렬(Procesion)과는 다른 키체마야 사제들만의 독특한 행렬을 취재하다가, 바지 주머니에 넣어둔 비상금 현지화를 비슷한 방식으로 다시 잃었다.
▲ 지갑 도난 치치카스테낭고 성 토마스 성당 앞, 군중들속에서 도난 당한 신용카드가 든 지갑
ⓒ 이안수
이런 분실과 도난을 대비해 이젠 모든 것을 분산 보관한다. 아내와 내가 나누어 보관하고 그것을 다시 각자의 가방과 각기 다른 주머니로 분산한다. 가장 중요한 여권과 나머지 카드는 안티구아의 숙소에 두었다. 그런 3중의 분산보관으로 최악은 피할 수 있다.

나머지 한 장의 카드를 가지고 방문한 이곳 아티틀란에서 9일째 각기 다른 호숫가 마을을 돌면서 카크치켈 마야족(Kaqchikel Maya)과 추투힐 마야족(Tz'utujil Maya) 등 마야인들의 삶을 살피고 있다. 호숫가 마을들의 관문 격인 파나하첼(Panajachel)의 ATM에서 현금을 인출했다.

2천 케찰을 요구했는데 머신은 1600케찰만 내어주었고 영수증에는 2천 케찰로 찍혀 나왔다. 해당은행으로 전화를 했다. 담당자의 대답은 한국 카드회사로 연락하라는 것이었다. 한국 카드사에서는 현지 은행이 ATM 정산 후 그 차액을 카드의 해당 계좌로 입금할 수도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여정에 영향을 미칠 만한 치명적인 액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세스를 밟는 것에 시간과 또 다른 비용을 들이는 이유는 문제 해결 방법을 미리 실습해서 더 큰 문제에 대응하는 법을 익히기 위함이다.

40여 년 전의 약속이 현실로

둘째는 건강이다. 아내와 나는 각각 65세, 68세로 몸은 이미 낡은 상태이다. 몸의 근력과 순발력도 많이 떨어지고 있음을 매일 실감한다. 언제 어느 부위가 탈이 나도 '노화'로 치부될 나이임에 동의한다. 그럼에도 여행 아닌 수행으로서의 은퇴 후 세계문화 탐방은 40여 년 전 결혼 초기의 약속이었다.
▲ 40년 전의 약속 여행이 아닌 수행으로서의 은퇴 후 세계문화 탐방은 40여 년 전 결혼 초기의 약속이었다.
ⓒ 이안수
작년 멕시코에 있을 때 내게 갑자기 복통이 왔다. 아내가 밤샘 검색을 통해 그 부위와 증상이 대장암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내는 객지에서 앓다가 죽기보다 귀국해서 병에 대처는 해보아야 되지 않겠냐며 충혈된 눈으로 내게 말했다.

내 생각은 달랐다. 치명적인 병에는 대응하지 않고 죽음에 이르는 것이 내가 이 생을 마무리하는 순리적인 방법으로 생각해 왔었다. 아내에게 말했다.

"우리는 은퇴 후 다른 문화권을 살아보자는 젊은 시절의 결심을 이렇게 실행에 다행히 옮겨서 이미 1년 넘게 살아보지 않았소? 그러니 더 이상 몸이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가 봅시다. 1년, 혹은 2년, 운이 좋으면 우리가 목표로 한 10년을 다 채울 때까지 살아있을 수도 있지 않겠소?"

다행히 내 복통을 알아 차린 현지인이 앞장서서 우리를 병원으로 안내했고, 검진 결과 이는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거의 마모된 치아는 늘 말썽이다. 간혹 잇몸이 붓는다. 며칠 전에는 어금니의 하나가 부러져 나왔다. 종종 이를 악물어 의지를 다지곤 했던 내 이빨 하나는 입속에서 과부하를 감당하기보다 이곳 마야인의 지붕 위에서 영면하기를 택했다.

안경 없이는 작은 글자를 읽을 수 없는 현실에서 안경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작은 도시에서 내 눈에 맞는 안경을 맞추는 프로세스가 간단치 않고 비용도 만만치 않다. 내 안경은 여러 부딪힘 사고에서 안경 렌즈는 살아남았지만 안경테는 투명 테이프 혹은 접착제로 겨우 지탱되고 있다. 단골 검안사에게 전화만 하면 되었던 서울의 편리함을 모르고 살았던 날들이 미안할 뿐이다.

크고 작은 몸의 부상도 피할 수 없다. 3일 전 '산 루카스 톨리만(San Lucas Tolimán) 마을에서 마지막 배편이 임박한 상황에서 폐허 유적을 찍기 위해 급히 계단을 오르려다 앞으로 꼬꾸라져 코를 갈았고 오른발 엄지발가락이 접질려져 통증과 함께 발이 부어올랐다.

다행히 코 뼈가 다치거나 발의 뼈가 어긋난 것은 아닌지, 이틀 뒤부터 부기가 빠지기 시작했다. 함께 콘크리트에 내동댕이 쳐진 촬영 장비도 무사했다. 줌 렌즈가 특히 무거운 내 카메라는 이런 유사한 상황을 10여 차례 겪었지만 여전히 정상 작동 중이다.
▲ 산 시몬 동굴 '산 호르헤 라 라구나(San Jorge La Laguna)'마을에서 그들이 숭배하는 신, 산 시몬(San Simon)에게 제의를 거행하는 산속 동굴
ⓒ 이안수
▲ 마야 사제 제물을 진설하고 있는 마야 사제
ⓒ 이안수
3일 만에 다시 외출해 방문한 '산 호르헤 라 라구나(San Jorge La Laguna)' 마을에서는 새해 첫날의 휴일을 즐기고 있는 마을 청년, 페트로(Pdero)를 만나 그들이 숭배하는 신, 산 시몬(San Simon)에게 제의를 거행하는 산속 동굴로 안내받았다.

세 명의 마야 사제가 의식을 진행 중이었고 그 과정에 함께할 수 있었다. 사제의 진언을 동영상으로 담는 중에 그들이 부은 술로 질퍽해진 동굴의 5백 년쯤 쌓인 잿더미 경사지에서 미끄러져 단 한나뿐인 바지가 숯 가루로 범벅이 되고 말았다. 오늘 그 바지를 세탁해 마르기를 기다리느라 다시 외출이 불가능해졌다.

부모가 없는 채로 결혼식을 치른 아들

셋째는 한국의 가족과 지인들의 대소사에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가 맡은 기제와 차례는 여동생이 대신해 주고 있다. 작년에 결혼한 아들은 부모가 부재한 작은 결혼식을 올렸다.

우리 부부는 사돈 내외와 영상통화로 상견례를 했고, 결혼식을 위해 우리가 귀국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양해를 구했다. 아내는 미국 동부의 한 숲 속 캠핑장 새벽 텐트 속에서 눈물을 훔치며 휴대폰 화면 속의 결혼식을 지켜보았다.
▲ 부모가 부재한 아들의 결혼식 아들의 결혼식이 열리는 시간, 미국 동부시간 새벽 4시 30분, 쿠퍼스타운의 숲속 캠핑장의 텐트 속에서 휴대폰 랜턴으로 불을 밝히고 휴대전화 영상통화로 결혼식에 참석했다. 아들 내외가 들고 있는 태블릿 속의 우리 부부. 이런 상황을 예상해 미리 태블릿을 준비한 덕분에 실시간 전화 영상으로나마 가족사진에 담길 수 있었다.
ⓒ 이안수
넷째는 그동안 수집한 데이터들의 보관이다. 우리의 여정을 가능한 그날그날 글로 정리하려고 애쓰지만 모두를 기록할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다. 체류비용 때문에 취재가 먼저인 경우와 밤을 새워 이동해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해, 글로 정리한 것보다 하지 못한 것이 더 많다. 그 모든 취재자료는 사진으로, 혹은 러프한 원고로 외장 하드에 보관 중이다.
가능한 긴요한 사진을 블로그와 페이스북을 비롯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올려 외장 하드의 분실에 대비하지만, 그것은 취재한 내용의 5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매일의 사진과 영상 자료를 온라인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보관하는 방법에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우리의 여정이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곳이거나 속도가 느려 온라인 백업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 아티틀란 호수가의 노천온천 샤워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호수와 호수가의 온천이 대안이다.
ⓒ 이안수
현재 우리가 머물고 있는 산타 카타리나 팔로포마을의 카크치켈 마야 어르신 댁은 전기 콘센트가 없기 때문에 앞집 어르신 아들 댁에서 전기기기들을 충전하고 있다. 화장실 물은 하루에 약 4시간 동안 공급되는 물을 길어서 해결한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에나 방법은 있게 마련이다. 샤워는 아티틀란 호숫가의 노천온천에서 온천욕으로 대신한다. 와이파이는 아랫마을 성당 옆 카페에서 사용 가능하다.

우리가 여정을 지속할 수 있는 정신적 자세는 '감사'하는 마음이다. 길 위에 있는 우리는 현지인들의 호의와 환대 없이는 관광이 아닌 이 여정을 지속하기 어렵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우리를 더 염려해 주는 이는 현지인들이다.

지갑을 가져간 이들을 마음속으로라도 미워하지 않았다. 그런 분실이 있기 전에 현지인들이 먼저 내게 주의를 당부했다.

"간혹 이곳 아이들 중에는 철이 없는 이들이 있어요. 낯선 것을 보면 호기심으로 죄의식 없이 가져가기도 한답니다. 그러니 신용카드는 숙소에 두고 그날 사용할 만큼의 현금만 가져가세요."

이 말속에 종종 소매치기 범죄가 발행하는 현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에둘러 담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 말의 격조에 감사해졌다.

절대 빈곤 속에 놓인 사람들

방문지 곳곳에는 끼니를 걱정해야 할 만큼 절대 빈곤에 처한 이들이 적지 않다. 지갑을 잃고 들어온 뒤 내 상황을 안타까워하는 현지인에게 내 속마음을 얘기했다.

"오히려 제가 미안해요. 그들도 먹어야 하잖아요. 그러니 지갑을 가져가기 전에 내가 먼저 주었어야 마땅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는 내게 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 않아요. 십계명에 분명히 '도둑질하지 말라'라고 나옵니다. 도둑질 대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아야지요."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화답했다. 그러나 마음속에선 이곳으로 오는 중에 치킨 버스 속에서 목도한 CA-1 도로변에 몰려있는 아이들과 아기를 안은 부인들이 생각났다.
▲ 빈곤과 자선 위험한 산악도로의 노변에서 자선을 기다리는 아이들
ⓒ 이안수
산악도로의 굽이를 돌 때마다 수명 혹은 수십 명의 아이들이 도로변에서 빈둥거리고 있었다. 간혹 멈추어서는 차량으로 일제히 달려갔다.

과테말라의 교통사고는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그리고 남아메리카를 포함한 라틴 아메리카 국가 평균치보다 높고 CA-1의 산악 도로는 더욱 위험한 곳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궁금했다. 원주민 승객에게 묻자 그가 답한다.

"간혹 도시의 자비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 가게의 재고들을 가져와 나누어주는 경우가 있어요. 그들은 그런 선물을 바라고 있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대신 자신에게 올지도 확신할 수 없는 작은 행운에 시간을 낭비하고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이런 현실을 지나쳐야 하는 내 무능에 화가 날 뿐이었다. 굶주림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방치되어서는 안 되는 모두의 문제임을, 나는 CA-1 도로에서 알게 되었다.

미국에서 멕시코를 거쳐 이곳 과테말라에 도착하기까지 기회가 더 많은 나라로 이동하기 위해 목숨을 무릅쓰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 시우다드 후아레스의 트럼프 장벽 미국으로 입국하고자 하는 중남미의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세운 트럼프 장벽. 멕시코 시우다드 후아레스(Ciudad Juarez)와 미국 텍사스(Texas) 엘 파소(El Paso)를 가르는 리오 그란데(Rio Grande) 강을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세운 철제 국경 장벽이다.
ⓒ 이안수
세계의 빈부 격차가 극악한 상황 속에서 한 사람의 운명을 절대적으로 결정짓는 것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선택의 다양함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내가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는 것만으로 이미 얼마나 큰 행운인지를 매일 목도하고 체감한다.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들 중에서 어디에서 태어날지를 비롯한 수많은 요소들이 내 의지와 관계없이 주어진 것들이다. 이 여정이 길어질수록 내 행운과 불행의 좌표를 가늠해 보게 된다.

내 의지와 노력이 아닌 것들로 주어진 것들을 내 것으로 착각하는 날들을 되돌아보면, 내게 다가오는 것들 중 감사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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