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살리는 길은 조기 대선, 중국이 2025년의 기회"
에두르지 않으려고 합니다. 있는 그대로 묻고 있는 그대로 답을 전하겠습니다. 매주 주요 경제 현안이나 과제를 다룹니다. <편집자말>
[이정환, 이주연, 이정민 기자]
이런 새해가 또 있나 싶을 정도다. 희망보다 불안이 앞선다. 경제는 불확실성을 싫어한다는 말이 일종의 상식처럼 돼 버렸다. 불확실성, 쉽게 표현하자면 물음표다. '계엄, 미친 거 아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경제적 물음표다. '왜 저래?'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물음표가 나올 때마다 경제가 흔들린다는 걸 거의 대다수 국민이 실감하고 있다.
이런 물음표들이 새해 들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새해가 밝고 채 사흘도 되기 전 마주한 소식은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체포 불응이었다. 또 그로부터 사흘만에 내란 혐의 피의자 관저 앞에 나타난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를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국민들이 그나마 돌려놓은 확실성을 송두리째 흔드는 말이다.
그래도 새해다. 올해, 그래도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지 듣고 싶었다. 지난 2일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와 마주앉았다. 평소 각종 방송을 통해 특히 국제경제 분야에서 폭넓은 지식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안'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우면 '밖'에서라도 뭔가 의미 있는 의견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했다.
▲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가 2일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대통령 선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을 길게 가는 것은 국가에 백해무익하다"고 단언했다. |
ⓒ 이정민 |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박 교수는 "대통령 선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면서 "현재와 같은 상황을 길게 가는 것은 국가에 백해무익하다"고 단언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은 결국 경제적 문제"라는 말과 함께 "조기 대선이 내수를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주장이 아니었다. 그는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꽁꽁 숨겨놨던 정책들을 정당들이 지금이라도 조금씩 흘려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현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것은 기대감이라는 말이었다.
박 교수의 입에서 나온 "중국이 기회"라는 말도 그 연장선에 있었다. 그는 "미국의 고압적·강압적 상황을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는 걸 트럼프 1기 때 이미 확인한 나라가 중국"이라면서 트럼프 2기를 목전에 둔 현 상황에서 "다급한 것은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지금이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적 기회를 도모할 수 있는 적기라는 말이었다.
그에 따라 "내수 상황은 분명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확언이었다. 특히 APEC(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이 10월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만큼, 박 교수는 "시간이 있으니 그 누구라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챙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2기로 인해 "다들(여러 나라들이) 다급하기 때문에 중국과 손을 덥석덥석 잡고 있다"면서 "중국과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몸 사릴 때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 윤석열 즉각 체포 긴급행동 집회가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앞에서 윤석열퇴진비상행동 주최로 열려, 참가자들이 체포영장 집행을 촉구하고 있다. |
ⓒ 권우성 |
"내수 기대, 계엄으로 전부 날아가... '셧다운' 상태"
- 12.3 계엄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가정한다면, 여전히 있었을 경제적 불안 요소들은?
"우리 경제 성적표가 좋은 수치가 나오려면 수출을 많이 해야 하는데, 주요 수출국 대부분 경제성장률이 2024년에 비해 2025년이 더 낮게 예상되고 있다. 무역 의존도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이나 중국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경제 규모를 가진 G20 국가 중 2025년 경제성장률이 2024년보다 더 낮을 것으로 전망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기업들의 체질 개선 요구와 맞물려 있는 시점이기도 했다. 세계적 리스크는 크게 IMF,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세 가지다. 한국은 2008 금융위기를 잘 극복한 국가로 꼽히는데 그 이유는 IMF 과정에서 혹독한 체질 개선을 선행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 대부분은 체질 개선을 금융위기 이후 했는데, 우리 주력 회사들 경우 1998년 이후 사실상 체질 개선이 안 이뤄졌다. 계열사들 엄청 늘지 않았나. AI와 로봇으로 인해 체질 개선에 대한 고민을 더욱 강하게 하는 시점이다.
그래서 올해는 대내적으로는 기업 체질 개선, 대외적으로는 수출 환경의 열악함이 맞물려 한국 경제가 안 좋아지는 시기였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 관련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 아니었나. 이런 상황에서 너무나 뼈아픈 건 우리가 굳이 안 해도 될 숙제를 대통령 스스로 만들어 냈다는 거다.
계엄 때문에 내수 경제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연말은 소상공인이 특수를 기대하는 시기다. 그 특수가 계엄으로 전부 날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국회의장이 '미뤄놨던 회식을 하라'고 했을까. 지난해 4/4 분기 내수 호재 테마들도 있었다.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됐다면 관련 업계 투자로 선순환 여지가 있었다. 대통령 슬로건이었던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적극적 예산 집행이 뒤따랐을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모두 '셧다운(시스템 종료)' 상태다. 내수에는 치명타다."
▲ "계엄 때문에 내수 경제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 연말은 소상공인이 특수를 기대하는 시기다. 그 특수가 계엄으로 전부 날아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 이정민 |
"싹 날아간 거다. 올해도 계엄·탄핵 정국으로 상반기 거의 다 날아갈 거다. 헌법재판소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대선 준비에 당선자가 인수위 꾸리고 나면 3분기까지 날아가는 셈이다. 대기업들은 워낙 자금도 있고 인력도 있으니 자체적인 대응력이 있다. 벌써 '당분간은 국가에 기대하기 어렵다'해서, 트럼프 아들 만나고 온 정용진 회장처럼 스스로 자구책 찾아 나섰지 않나. 문제는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인데, 내수에서는 올해 3분기까지 허송세월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뼈아픈 상황이다.
또 한 가지, 2026년에는 경제가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원래는 새로운 대선 시즌으로 들어가는 해 아니었나. 최근 치러진 선거들이 다 박빙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돌입하면 정당들이 유권자 표심을 얻으려고 내수 호재성 어젠다나 정책을 계속 발표했을 거다. 그럼 기대감이 생기고, 이런 기대감이 내수를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계엄으로 인해 원래 기대 가능했던 2026년 호재들마저 없애버린 꼴이다."
- 경제적으로는 불확실성 못지않게 기대감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인데, 그러면 새 정부가 빨리 들어서는 게 그나마 경제적으로 좋다는 말인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조기 대선으로 갈 거라고 생각하는 정당들은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꽁꽁 숨겨놨던 정책들을 지금이라도 조금씩 흘려야 한다. 희망감을 줘야 한다는 거다. 안 그러면 하려던 투자, 하려던 소비도 더 위축될 수 있다. 법적으로 시시비비 가리는 것 못지않게, 2025년, 2026년에도 건질 게 있다고 자꾸 얘기를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 조기 대선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물론이다. 이건 좌우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을 길게 가는 건 국가에 백해무익하다. 헌법재판소 결정이 빨라져야 하고, 그에 따라 빨리 대선을 해야 한다면, 빨리 진행해야 한다. 헌재 결정은 결국 경제적 문제다. 조기 대선이 내수를 살리는 길이다."
▲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내수 상황 또한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
ⓒ 이정민 |
"트럼프 1기 때 미국 우선주의, 미국 고립주의를 매우 강하게 추진했다. 그때 미국은 완전 고용 상태까지 다다랐고 미국처럼 묵직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이 반등했다. '트럼프가 미국 경제 살려냈네, 욕먹어도 미국 이익 찾아왔다'고 많은 미국인들이 생각하고 트럼프를 다시 선택했다. 그러니 앞으로 '고립주의' 광속 행보를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보호주의가 강화 될 테니 달러 벌기 힘들어질 거고, 그러니 달러가 얼마나 귀해지겠나. 세계적으로 강달러 추세가 이어지는 것도 그래서다.
이런 미국의 고압적·강압적 상황을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는 걸 이미 트럼프 1기 때 확인한 나라가 중국이다.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어야 하는 국가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30-50 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 현재 일본,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등 7개국 밖에 없다, 기자 주) 중 중국이 그나마 함께 할 나라가 어디일까. 일본이겠나, 0순위 검토 대상 국가는 한국이다.
지금은 중국이 다급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당혹스러웠을 한국인 입국 비자 면제 조치가 그 예다. 중국과 다시 교류 협력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 소상공인 중 중국 관광 특수를 경험한 곳이 많다. 중국에 특화된 수출 업종들도 있다. 따라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내수 상황 또한 분명히 달라질 수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 내수에 큰 영향을 주는 곳이니까, 우리가 새롭게 실타래를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다시 계엄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우리나라 정부가 면밀하게 중국과 '이런 거 해봅시다' 해 볼 수 있는 시기였다. 2025년 APEC 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 (제32차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2025년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 예정이다, 기자 주) 한국에 시진핑 주석이 올 기회 아닌가. 중국 입장에선 관계 복구 뿐 아니라 새로운 청사진으로 한국이라는 두둑한 친구가 생길 수 있는 거다.
중국 관료 출신 학자와 새해 인사를 이메일로 나눴는데, 한국 대통령을 중국에 초청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하더라. 중국 입장에선 그 다음 APEC으로 시진핑이 답방하는 형태가 가장 좋아서 그런 기회를 만들려고 했는데, 그게 다 날아가지 않았나. 중국 한한령(한류 제한령) 이후 중국 내에서 단독 콘서트가 거의 없었던 걸로 안다. 중국에 받을 것이 여럿 있다는 거다. APEC 전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누구라도 이런 걸 챙겼으면 좋겠다."
▲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박정호스튜디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 이정민 |
"'30-50 클럽' 중 우리나라보다 상황이 어려운 국가들이 있다. 독일은 2023년에 실질적 경제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국의 2024년 경제성장률은 0%로 예상되고 있다. 다들 다급하기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 개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스페인, 제3세계 국가인 브라질이나 인도, 칠레 경우 역시 우리보다 앞서 중국과 손을 덥석덥석 잡았다. 몸 사릴 때가 아니라는 거다. 미국을 상대로도 우리 입장에선 명분이 생기는 상황 아닌가. '튀어나온 못이 망치를 먼저 맞는다'는 말이 있지만, 지금은 '튀어나온 못'이 아니란 거다. 중국과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는 상황이 돼 버렸다고 판단한다."
-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우리가 새우등 터지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오히려 중국과 뭔가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트럼프 2기마저 미국인들 입장에서 경제적 성과를 내놨다고 가정하자. 그럼 미국은 한동안 미국우선주의나 미국고립주의를 더 공고히 하는 정책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고, 이건 대외적으로는 (미국 외 국가들에) 그만큼 관심이나 지원이 덜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거다. 우리는 유럽 국가들과 상황이 다르다. 그들은 EU 체제로 대표되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다. 일종의 우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다. 그냥 미국만 보고 있을 수 없고 많은 친구들을 만들어야 하는, 달리 말하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누구도 큰 적으로 만들면 안 되는 나라다."
- 트럼프 2기에서 중국과의 관계는 경제적으로 우리에게 기회일 수 있다는 건가.
"위기이자 기회라는 거다. 우리에게 올해 마이너스가 될 수 있는 소식은 트럼프 입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덧셈의 정치가 아니라, 뺏어서 가져오는 식이니까. 오히려 우리 경제에는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나오는 소식이 플러스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하기 나름이란 것이다."
- 끝으로 새해, 그 어느 때보다 불안감이 클 서민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가나 기업이 나의 경제적 상태를 지탱해주는 역할을 한동안 못할 것으로 보인다. 냉혹한 말이지만, 이런 현실을 직시했으면 좋겠다.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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