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효 끝났는데... 갚지 않아도 되는 빚에 시달리는 사람들
[김미선 기자]
▲ ▲ 채권에도 시효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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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직후, 사업을 운영하던 Y씨는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사채까지 끌어 쓰고, 사채를 갚기 위해 주식과 도박에까지 손을 대 빚을 갚으려 했으나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빚에 쫓겨 10년간 길 위에서 생활하던 중 활동가의 도움으로 재기를 꿈꾸게 되었다.
말소된 주민등록증을 살리자, 가장 먼저 날아든 건 온갖 빚 독촉장이었다. 본인조차 잊고 있던 채무 내역 등이 차곡차곡 쌓여 불어나 있었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시설 봉사자와 사례 관리자의 설득으로 채무상담을 받았고, 오래도록 쌓인 빚의 상당 부분을 탕감받고, 남은 빚은 자활 근로 소득으로 매월 8만 5000원씩 약 9년여를 갚아 상환 완료하였다. 채무가 모두 사라졌다는 생각에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 신용정보사의 안내장 무분별하게 뿌려지는 안내장. 시효완성 채권으로 채무자에게 빚 독촉을 하면 잘 모르는 채무자는 갚지 않아도 되는 빚을 또다시 상환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상황이 재발하게 된다. |
ⓒ (사)롤링주빌리 |
단체의 베테랑 상담사인 상임이사는 A유동화전문이 주장하는 채권의 시효부터 확인했다. 시효는 이미 완성되었다. 채권을 위임받아 추심하는 신용정보사에 시효완성 채권의 불법 추심 문제를 제기했다. 신용정보사의 답변은 간단했다. "실수다. 실수로 보낸 안내장이다. 일탈 행위로, 실수였으니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 마치 채무자를 위하는 것 같은 발언이다. 롤링주빌리는 이와 같은 금융회사의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 금융감독원에 고발 조치해 온 이력으로 유명하다. 이를 아는 신용정보사가 미리 방어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안내장이 발각된 지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똑같은 안내장들이 전혀 다른 채무자들한테서 나왔다. 안내장은 위와 똑같고, 수취하는 채무자의 이름만 다를 뿐이다. 이와 같은 안내장을 단 몇 장만 보냈을까? 신용정보사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한다.
살인해도 죄를 묻고 징벌할 수 있는 시한이 있다. 공소시효다. 채권에도 시효가 있다. 금융채권 시효는 일반적으로 5년이고, 금융회사는 돈을 회수하려고 법원의 지급 명령 소송으로 시효를 연장하고 관리한다. 이때 시효는 10년씩 연장된다.
그러나 사고파는 과정에서 시효 관리가 안 된 채권들이 무분별하게 넘겨지고 있다. 정부와 기관은 금융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도와 법을 만들었다. 그중 하나가 2017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채권자변동조회시스템'이고, 이 제도를 의무적으로 지키라고 제정된 법이 개인채무자보호법이다. 채권의 주인이 바뀌면, 의무적으로 등록하고 등록한 채권만 추심하는 제도다. 시효완성된 채권은 등록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이 제대로 감독하지 않으니, 금융회사와 신용정보사는 등록할 수 없는 채권을 회수하겠다고 무분별한 안내장을 대량으로 채무자들에게 보낸다. 내용과 제도를 모르는 채무자 대부분이 얼마라도 갚으려 대부업 대출을 알아보고, 사채까지 알아볼 위험에 노출된다.
그나마 채무자가 시효 완성을 주장하면, 실수라며 그냥 덮어버리고 넘어간다. 실수로 대량으로 보냈을까? 시효완성을 따져보는 채무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어렵고 복잡하고 까다로운 용어와 제도 아래서 채무자들 피해만 늘어간다. 생활고로 생계유지도 힘겨운 마당에 시효완성 채권의 빚을 갚겠다고 신규 빚을 일으킨다.
금융소비자이거나 채무자인 우리 모두 꺼진 불도 다시 보듯 이런 안내장을 확인해봐야 한다. 혹여 이와 같은 안내장을 발견하거든 지체없이 단체로 연락하고 상담받도록 하자. 최소한 금융감독원에서 제대로 된 감독을 하고 당국에서 불법을 저지른 금융회사와 신용정보사를 엄벌할 때까지 이와 같은 사례를 모아 알리고 함께 고발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Y씨의 사례는 단체에서 상담한 사례를 윤색한 것임을 알립니다. 채무 때문에 힘들다면, 롤링주빌리로 전화하세요. 무료로 상담받고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제도를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전화번호 : 1661-9736, 단체의 홈페이지 : https://www.jubileeban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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