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코넥 대표이사 박순관과 아리셀 대표이사 박순관의 갑을계약 [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권미정 2025. 1. 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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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재단이 바라본 세상] 참사 107일만에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형사재판

[권미정]

 2024년 6월 25일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안전연구원,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관리공단 등 관계자들이 합동감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전날인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일차전지 업체인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해가 바뀌었지만 새해라고 말할 수 있는 건 달력이 바뀐 것 뿐이다. 2024년의 문제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고 새해의 희망을 말하려면 거리로 나서야 한다. 윤석열 정권의 몰락은 기정사실이 되어 결과물이 나와야 할 때가 됐지만, 안하무인 대통령은 완강하게 버티고 권력을 나눈 정당은 그 자를 지키기에 모든 걸 걸고 있다. 그들 때문에 고생하고 피해보는 건, 시민들이다. 지난 1월 5일 펑펑 내리는 눈 속에서 민주주의와 평등을 위해 한남동 대로를 사수했던 '키세스 시위대'와 '응원봉 시위대'가 진짜 시민이다. 절박하지만 흥겨운 시민들의 몸부림이 넘쳐나는 거리에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가족들도 새로 만날 세상을 위해 함께했다.

갑작스러운 참사 소식을 듣고 가족들이 거리에 나선 지 1월 6일 현재 107일이 되었다. 아리셀 박순관 대표이사와 박중언 운영본부장은 구속된 상태로 수의를 입고, 다른 피고인 6명은 평상복 차림으로 수원지방법원의 한 법정에 모였다. 공판준비기일을 세 번 거친 후 첫 공판이 있는 날이다.

아리셀 중대산업재해로 23명이 목숨을 잃고 9명이 부상을 입었던 참사는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사과도 배상도 책임도 처벌도 추모도... 가해자들을 처벌할 것을 요구하지 않겠다는 서명을 해야만 '배상 합의'를 할 수 있다는 회사측의 요구에 떠밀려 합의서를 받아든 유족들이 일부 있지만 그들의 현재도 평온하지는 않다. 회사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합의도 필요없다는 유족들은 여전히 거리에 남았고, 유족들과 변호인단을 포함한 아리셀 대책위원회 성원들이 첫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재판정을 채웠다.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책임 가리키는 증거들
▲ 기자회견 마무리 구호 2025년 1월 6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첫 형사공판을 끝내고 가족협의회와 대책위원회가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
ⓒ 아리셀 대책위
오후 2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이어진 첫 공판은 검찰이 공소사실 요지를 밝히고 그 증거를 채택하는 시간이었다. 당일 검찰은 피고측에서 핵심증거를 부동의한 것들이 있고 그 내용은 증인 신문으로 보강하겠다고 했다. 3시간 30분 동안 아리셀에 파견되었던 노동자들의 진술, 아리셀 정직원의 진술, 메이셀 관련자의 진술, 아리셀 일용직이었던 노동자의 진술, 아리셀 경비노동자의 진술, 아리셀 관리자의 진술, 피고인들의 진술, 수사자료를 포함한 관련 자료, 참고 자료, 이메일 보고서, 관련 업체 자료, 안전보건기관들의 진술, 각종 계약서·3동2층 도면·각종 계획서·cctv내용 등 수 많은 증거와 사실이 쏟아져나왔다. 증거자료들을 훑고 지나가는 화면을 모두 그대로 기록하고 싶을 정도였다.

"기본만 지켰어도 이런 사고는 없을텐데"
"에스코넥 없었으면 진즉 아리셀은 망했겠네"
"박순관 당신이 경영책임자야"
"안전교육이나 소방훈련은 한 적이 없네"
"불법 파견 안 들키려고 저렇게나 애를 썼네"
"정규직들도 비상구를 잘 몰랐다니"
"운영총괄본부장인 아들이 대표이사인 아버지에게 주차별 업무보고를 했구나"
"배터리 관리 잘하라는 얘기는 들었어도 대피방법 얘기 들은 노동자는 아무도 없구나"
"산재 은폐도 엄청 조직적으로 하고, 박순관 승인도 얻었네"
"하지도 않은 위험성평가를 했다고 하려면 제대로 하지, 오타까지 그대로 복사하니 들키지"

하나 하나 할 말이 많은 증거들이었다. 검찰의 증거자료를 확인하기 전 피고인 '박순관'이 유족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일명 '사과'라는 걸 하겠다 했다. 박순관은 자신의 사비를 털어서 합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하기 위해 그 시각을 쓴 거 같았다. 유족들은 일명 '사과'에 더 화가 났다. 박순관은 여전히 자신이 경영책임자가 아니고 회사 운영은 모른다고 했고 그래서 중대재해 발생에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엇을 왜 사과한다는 것인지... 수많은 증거와 증언들 중에서 다시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에스코넥과 아리셀은 한 몸이고 박순관이 실질적 경영책임자라는 증거

박순관이 형식상 대표이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영책임자라는 근거는 차고 넘쳤다. 아버지 박순관 대표이사는 박중언 운영총괄본부장이 실질적 대표였다고 했지만 박중언 본부장은 대표이사는 자기가 꽂히는 부분은 꼭 개입했다고 진술했고, 검사는 "박순관은 보고 받은 것 중에서 관심있는 것은 언제든 관여했다는 박중언의 진술조서"가 있다고 했다.

업체 노동자가 산재를 당했는데 사고 처리를 할 경우 불법 파견 문제가 제기될까 봐 아리셀 상무와 메이셀(당시 한신다이아) 대표가 공상처리를 합의하고 그 합의금을 아리셀이 지급해주는 방안이 박순관에게 이메일로 보고되었다. 에스코넥 부사장의 PC에서는 에스코넥 내부 자료로 적법 도급검토 자료도 확인되었고, 아리셀 상무의 진술에 의하면 아리셀의 자금관리는 에스코넥 직원이 하고 있다고 했다. 아리셀의 자금일보가 증거로 제출되었는데 담당이 에스코넥 직원이다. 아리셀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한 달에 5억~10억을 에스코넥에서 주 단위로 차입하여 사용하였고 이를 위해 아리셀의 자금출납, 법인통장 관리를 모두 에스코넥 직원이 하고 있었다.
에스코넥 재무담당이 작성하여 발송한 메일에는 '아리셀의 손익분석자료, 제품원가분석, 제조원가자료, 제품 및 생산수량, 예상 손익손실자료'가 2024년 5월까지도 존재하고 있었다. 모기업이라고는 하지만, 분리된 법인의 생산수량이나 손익계산, 원가분석까지 해주는 경우가 있을까. 한 몸이지 않고는 할 수가 없다.

에스코넥 대표이사 박순관이 연대보증하여 아리셀 자금을 대출받았다는 아리셀 이사회 회의록이 있고, 아리셀이 5억 원의 자금차입을 위해 작성한 계약서에는 '갑: 에스코넥 대표이사 박순관 /을: 아리셀 대표이사 박순관'이라고 명기된 것도 있었다.

이쯤 되면 에스코넥 대표이사 박순관이 책임져야 할지, 아리셀 대표이사 박순관이 책임져야 할지 고민된다.

이제 형사재판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아리셀 산재 피해가족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는 이어지는 공판들을 통해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다. 1월 8일, 1월 13일은 이미 공판이 잡혀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관도 가능하니 재판정에 와서 직접 보시기를 권한다. 속이 답답해지고 화가 솟구치는 위험은 있으나 진실을 정확하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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