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의사 없는데 기존 인력 이탈…“백척간두 실감”

신대현 2025. 1. 7.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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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전공의들이 대거 병원을 이탈한 가운데 신규 의사 유입은 없고 기존에 있던 의사들까지 그만두면서 의료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신경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과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7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병원들이 올해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전임의, 전문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규 인력 확보는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기존에 있던 인력마저 이탈하는 상황이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10월 전국 88개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의대 교수 등 전문의는 1729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같은 기간(865명)에 비해 2배 많은 수준이다.

특히 필수의료과 중심으로 사직 증가폭이 컸다. 작년 신경과 전문의는 2023년(15명)보다 4배 많은 60명이 사직했다. 신경외과 사직자 역시 81명으로 전년(20명)보다 4배 많았다. 산부인과 사직 규모는 57명이었으며, 소아청소년과는 106명의 전문의가 그만뒀다. 각각 전년에 비해 2.4배, 1.1배 많다. 응급의학과 역시 2023년 38명에서 지난해 137명으로 사직 전문의가 3.6배 증가했다.

신규 의사 배출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국내 ‘빅5 병원’(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조차 전임의 지원자가 전체 모집인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실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임의 채용을 진행한 결과 모집인원은 1244명이었지만 응시자가 569명에 그쳤다. 지원율은 45.7%로 절반을 못 넘겼다. 전임의는 전공의 4년을 마치고 전문의 면허를 취득한 뒤 병원에서 세부 진료 과목에 대해 추가적인 공부를 하면서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로 펠로우 또는 임상강사로 불린다.

필수과 전임의는 씨가 말랐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산부인과와 응급의학과가 각각 12명을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0명이었다. 신경과도 10명을 모집했지만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서울성모병원 신경외과는 7명을 모집하려 했으나 지원이 없었고,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8명 모집)·응급의학과(3명 모집)도 지원자가 전무했다.

신규 전공의 유입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전공의 레지던트 1년차 모집은 8%대의 저조한 지원율을 기록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받은 진료 과목별 전공의 지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접수를 마감한 전공의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 총 모집인원 3954명 중 314명(8.7%)이 지원했다.

필수과 지원율은 한 자릿수대를 보였다. 소아청소년과는 206명을 모집했으나 5명만 지원해 2.4%의 지원율을 보였다. 내과는 700명 모집에 27명이 지원해 3.9%, 외과는 215명 모집에 10명이 지원해 지원율이 4.7%였다. 응급의학과는 224명 모집에 7명이 지원해 3.1%, 심장혈관흉부외과는 65명 모집에 2명이 지원해 3%에 그쳤다. 산부인과는 188명 모집에 단 1명만 지원했다.

의정갈등 상황은 해를 넘겼지만 전공의들 대다수가 복귀하지 않고 있어 전문의 배출은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대한의학회가 전문의 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하는 전공의 수는 566명에 그쳤다. 예년의 5분의 1 수준이다.

의료계에선 이대로라면 필수과의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소아 세부분과 전문의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정년 은퇴를 앞둔 의사는 늘고 있지만 소아 세부 전문의를 지원하는 수는 매년 1~2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번에 세브란스병원은 소아비뇨의학과, 소아심장과, 소아정형외과 전임의 모집에 실패했다.

수도권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신경외과 A교수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요즘 풍전등화, 백척간두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안 그래도 입지가 좁은 바이탈 진료과는 벼랑 끝에 섰다”며 “연속 당직으로 과로에 시달려 쉬고 싶다고 말하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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