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DJ·카터 서신 공개…"韓민주주의, 야당 노력으로 증진"

이찬규 2025. 1. 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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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3월 30일 애틀란타의 에모리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만났다. 카터 전 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로 향한 진보가 야당의 노력에 의해 증진되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사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지난달 29일 별세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3년 주고받은 서신과 첫 회동 당시 음성자료가 공개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전두환 신군부 치하에서 핍박을 받아 82년 12월부터 미국에서 망명 생활 중이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신군부 정권으로부터 사형 선고를 받은 김 전 대통령 구명을 위해 외교·정치적으로 노력한 인연이 있다.

7일 연세대 김대중도서관은 카터 전 대통령이 83년 2월 26일 김 전 대통령에게 친필로 작성한 편지를 공개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이번 주에 만나 뵙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며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일정을 조율해 만나 뵙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7일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은 1983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주고 받은 친필 서신과 회동 녹취록 등 사료를 공개했다. 사진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카터 전 대통령의 바람대로 두 사람은 한 달 여 뒤인 3월 30일 애틀랜타의 에모리대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카터 전 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로 향한 진보가 현재 공적인 자리를 맡은 정치 지도자뿐 아니라 야당의 노력으로 증진되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군부정권으로부터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행동한 김 전 대통령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미국과 지구 위의 다른 나라들에서 앞으로 기본권과 자유를 향한 더 큰 진보를 이룰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공개된 2분 분량의 회동 음성자료에는 김 전 대통령이 “당신의 인권 정책을 존경했다”고 말하자, 카터 전 대통령은 “전 세계적으로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헌신에 매우 관심이 많다. 저를 찾아와 주셔서 매우 감사하다”고 화답한 내용도 담겼다. 음성 자료는 도서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들을 수 있다.

첫 대면 이후 두 사람은 유대를 강화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김 전 대통령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지원했다. 94년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로 불거진 ‘1차 북핵 위기’ 때에도 카터 전 대통령은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특사로 방북해 북미 제네바 합의에 기여했다. 이는 당시 야인 신분이던 김 전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 관계자는 “해당 사료는 두 지도자가 보여준 국제적 연대와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위한 헌신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오는 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대성당에서 카터 전 대통령의 국가 장례식이 엄수된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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