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 2025년 한국 앞 놓인 과제
[이재완]
노인이 된다는 것은 생물학적으로 노화됨을 의미합니다. 뿐만아니라 노인인 된다는 것은 경제적·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측면과 사회제도와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노인은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없어서 소득 상실에 따른 빈곤에 노출됩니다. 또한 신체적 기능 저하로 만성질환 등 질병으로부터 위협을 받습니다. 이로 인한 노인의 부양 문제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32%를 넘어서고 있고, 노인의 89.5%가 평균 2.7개의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노인빈곤율과 노인 자살률은 세계 1위(OECD국가군 중)로 노인으로 살기 힘든 사회입니다.
따라서 노인에 대한 소득 보장과 의료보장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편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한 다양한 정책 중 시급한 것이 바로 국민연금 개혁과 지역 사회 돌봄 체계의 구축입니다.
▲ 전북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본부 전경 |
ⓒ 국민연금공단 |
그러나 이러한 국민연금은 노인 빈곤을 해소할 수 없는 용돈 수준으로서 실질적인 노후 소득 보장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다른 한편, 연금 재정의 고갈 등을 이유로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면서 보험료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습니다. 즉 연금개혁 논의에서 더 내고 더 받는 노후 소득 보장강화론과 더 내고 덜 받는 재정 안정화론이 팽팽히 대립돼 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년 동안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국회에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설치돼 연금개혁의 방안을 도출하는 논의가 있었습니다. 이후 시민대표단 500명을 전국에서 선발해 연금개혁안에 대해 의견을 묻는 대규모 공론조사를 시행했습니다. 공론조사 결과 재정 안정보다는 소득 보장 강화(보험료 13%, 소득대체율 50%)를 지지하는 의견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지난해 정부는 독자적으로 연금개혁안을 공론화의 결과와는 반대되는 재정 안정화론에 치우친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42% 안을 내어놔 사실상 연금 개혁의 실패를 가져왔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4대 개혁 중 핵심의제였던 연금 개혁을 정부 스스로 파기해 지난 2년 동안의 사회적 합의 과정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따라서 새해에는 초고령사회의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국민 연금 개혁을 다시 추진해야 합니다.
돌봄 수요 대책 강구
한편, 초고령사회에서 증가하는 돌봄 수요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노인 돌봄 문제는 기존의 시설과 병원 중심의 체계로는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가족제도의 변화와 독거노인의 증가로 가족 등의 사적 돌봄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결국 공적 돌봄 체계를 확충해야 합니다. 노인성 만성질환자의 증가와 이에 따른 노인 의료비 증가는 사회보장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설과 병원 중심의 체계에서 지역 사회 중심의 돌봄으로 전환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전문적인 치료와 재활을 위해서는 이에 맞는 시설이 필요하지만, 돌봄 대상 노인의 입장에서 보면 시설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돌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등산을 하는 경우, 중턱에서 비바람을 만나면 임시 대피소에 잠시 머무르지만 최종적으로는 다시 등산하여 산 정상에 가야 하는 것입니다. 삶의 여정에서 잠시 병원이나 시설이라는 대피소에 피난할 수 있지만 이것이 삶의 종착지는 아닙니다. 다시 일상생활의 삶터인 지역 사회에서 살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역 사회 돌봄이 필요한 이유이며 노인 돌봄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합니다.
지역 사회 돌봄은 지난 4년 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해 1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선도 사업으로 시행했습니다. 이후 윤석열 정부는 2023년부터 보건과 의료의 협업을 강화한 노인의료·돌봄통합지원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재,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지만, 일부 시범사업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즉, 의료 및 장기 요양 비용이 미세하나마 감소하거나 요양시설 입소율 감소, 그리고 의료기관으로부터 퇴원 후 재입원율 감소 등이 나타났습니다.
따라서 시범사업의 성과를 반영하여 더욱 촘촘한 지역 사회 돌봄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즉, 지역 사회 돌봄을 위한 전담 조직과 인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소, 사회복지관(시설) 등 주요 관계기관의 담당 인력 확보가 필요합니다.
특히 지자체, 병원 간 효과적인 서비스 연계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장기요양보험제도와 지자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인돌봄사업 등과도 연계 체계를 확고히 해야 합니다. 지역사회통합돌봄은 결국 서비스의 이용자 측면에서 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연계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또한 농촌과 도시지역간 복지자원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합니다.
초고령사회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핵심과제는 독립적이고 품위있는 노후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빈곤과 질병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국민연금 개혁을 통해 노후 소득 보장을 강화하고, 지역 사회의 의료와 돌봄 체계 확충을 통한 의료와 돌봄비용 절감 그리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이재완씨는 국립공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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