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치권 흔드는 머스크 "패라지, 개혁당 대표 자질 없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영국의 트럼프'로 불리는 나이절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머스크 CEO는 최근 영국, 독일 등 유럽 내 극우 정당을 노골적으로 옹호하는 등 내정 간섭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5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개혁당은 새 대표가 필요하다"며 "패라지는 그만한 자질이 없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CEO가 플로리다 마러라고를 찾은 패라지 대표와 회동하며 거액의 정치자금 기부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이른바 '브로맨스'를 자랑한 지 약 3주 만이다. 또한 그는 개혁당 소속의 정치인인 루퍼트 로우의 발언을 두고 "많은 부분에서 합리적"이라며 그를 대체 후보로 지지하는 듯한 언급도 했다.
가디언은 "머스크의 갑작스러운 심경 변화는 패라지에게 매우 당혹스러운 일일 것"이라며 이러한 갈등이 영국 극우 운동가 토미 로빈슨을 둘러싼 이견 때문일 수 있다고 짚었다. 앞서 머스크 CEO는 이달 초 엑스에 "토미 로빈슨을 석방하라"고 주장하며 여러 게시글을 올렸다. 하지만 직후 패라지 대표는 "로빈슨이 정치범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다음 총선 승리를 목표로 하는 정당이며 로빈슨은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로빈슨은 반(反)이민, 반유럽통합을 앞세운 영국개혁당과 패라지 대표조차 거리를 두려고 할 정도의 '과격파' 극우 인사다. 2009년 반이민·반이슬람 극우 단체 영국수호리그(EDL) 공동 설립자인 그는 시리아 난민에 대해 법원 명령을 어기고 수차례 허위 주장을 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수감 중이다.
패라지 대표는 이날 당대표 교체 필요성을 주장한 머스크 CEO의 게시물에 대해 "놀랍다"며 "일론은 비범한 인물이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받아쳤다. 그는 엑스에 "토미 로빈슨이 개혁당에 적합하지 않다는 내 견해는 여전하다. 나는 내 원칙을 절대 팔지 않는다"고 썼다.
가디언은 앞서 머스크 CEO가 패라지 대표와 회동한 후 개혁당에 최대 1억달러를 기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쏟아졌지만, 이제 그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은 패라지 대표를 비롯한 영국 정치인들에게 있어 영국 정치를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변덕스러운 머스크 CEO의 호감을 사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상기시켜준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부상한 머스크 CEO는 최근 영국, 독일 정부를 공격하고 극우 정치세력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등 내정 간섭 논란에 오른 상태다. 며칠 전에는 엑스에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의회를 해산하고 새 총선거를 치러서 취임 7개월 된 노동당 정부를 몰아내야 한다는 게시물을 공유하며 "예스(Yes)"라고 지지를 표했다. 영국 국왕이 총리 요청 없이 의회를 해산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머스크 CEO는 이날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2008~2013년 왕립검찰청(CPS) 청장을 지낼 때 아동 성 착취 사건을 은폐했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스타머는 사임해야 한다. 국가적 수치"라는 글을 올렸다.
다음 달 총선을 앞둔 독일과 관련해서도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며 현 정부를 공격 중이다. 머스크 CEO는 사회민주당(SPD) 소속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을 "반민주적 폭군"이라고 부르는가 하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 대해서는 "무능한 멍청이"라고 깎아내렸다. 일부 외신들은 머스크 CEO가 유럽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영향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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