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독식 ‘1987 체제’ 불행한 대통령들의 역사 반복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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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체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주요 근거로 전문가들은 '불행한 대통령들'을 꼽아 왔다.
그동안 한국의 대통령들은 집권 초기 막강한 권한을 누리다가 후반기로 갈수록 레임덕을 겪고, 퇴임한 이후엔 새로운 권력의 '보복' 대상이 되는 도돌이표 추락의 연대기를 써왔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대통령제의 폐해는 계속됐다.
대통령 8명 중 3명이 퇴임 후 구속됐으며, 재임 중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사례도 3명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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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초 막강 권한 후반기 레임덕
퇴임 이후 새 권력 ‘보복’ 되풀이
“제왕적 대통령제, 제2의 尹 우려”
‘1987년 체제’의 한계를 보여주는 주요 근거로 전문가들은 ‘불행한 대통령들’을 꼽아 왔다. 그동안 한국의 대통령들은 집권 초기 막강한 권한을 누리다가 후반기로 갈수록 레임덕을 겪고, 퇴임한 이후엔 새로운 권력의 ‘보복’ 대상이 되는 도돌이표 추락의 연대기를 써왔다. 승자독식 구조가 권력의 집중을 만들어 내고, 결국 정치적 양극화 구조를 고착화했기 때문에 생겨난 비극의 역사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현재의 5년 단임 직선제는 87년 민주화를 거치며 탄생했다. 6월 민주항쟁이 촉발한 9차 개헌의 결과물이다. 장기집권에 따른 독재자의 출현을 막으려는 의도가 컸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체제에서도 대통령제의 폐해는 계속됐다. 본인 또는 가족이 비리 등의 혐의로 감옥에 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대통령 8명 중 3명이 퇴임 후 구속됐으며, 재임 중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사례도 3명이나 된다. 문희상·김형오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정치 원로들이 “이제 단임 대통령제는 끝났다” “이대로는 누구도 불행한 대통령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첫 전직 대통령이었다. 재임 중에는 자신의 12·12 군사쿠데타를 정당화했지만, 그다음 정부에서 검찰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애초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되며 국민적 공분이 커졌고 결국 내란죄로 징역 17년이 확정됐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임기 말 아들의 비리 혐의로 곤욕을 치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이명박정부에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조여오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문재인정부에서 본격화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후 징역 17년형을 확정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첫 대통령 탄핵이라는 멍에를 썼다.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에 이은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파면됐다. 이후 들어선 문재인정부에서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2년형이 확정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퇴임 후 경남 양산으로 귀향해 책방을 운영하며 정치와 일정 거리를 뒀지만, 전 사위 특혜채용 의혹 등으로 가족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소추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공감대를 다시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탄핵 정국에서도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십분 활용해 탄핵심판과 수사를 모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한 명이 상황을 오판했을 때 국가 전체가 수렁에 빠질 수 있고, 이를 통제하기도 어렵다는 게 분명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현재로선 제2, 제3의 윤석열이 안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극적 말로의 배경에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부른 승자독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학자는 “현 대통령제는 하나만 맞고, 나머지는 모두 틀린 게 되는 제도”라며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다 보니 야당으로선 정부 잘못을 견제하는 게 아니라 망하도록 유도해야 차기 집권 가능성이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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