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매직' 초대박 우승 신화 쐈다!…베트남, 태국 3-2 누르고 정상 등극→동남아 패권 7년 만에 탈환 [AFF컵]

김현기 기자 2025. 1. 6.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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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김상식 매직'이 신화가 됐다.

그가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동남아시아 최고 권위 대회에서 라이벌 태국을 따돌리며 정상에 올랐다.

김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 부임 7개월 만에 자신의 역량을 입증하며 '제2의 박항서'로 거듭났다.

베트남은 6일(한국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끝난 2024 미쓰비시전기컵 아세안축구연맹 축구선수권대회(AFF컵) 결승 2차전에서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끝에 3-2 승리를 일궈냈다.

지난 2일 홈에서 열린 결승 1차전을 2-1로 이겼던 베트남은 이날 2차전 전반 초반 선제골을 넣은 뒤 두 골을 내주며 1~2차전 합계 3-3 동점을 만들었다.

특히 상대의 비매너 골에 3-3이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뺘아팠다.

하지만 '베트남의 정의'가 결국 이겼다. 태국 선수 한 명이 퇴장 당하는 수적 우세 속에 날카로운 역습으로 두 골을 내리 꽂아넣어 3-2 재역전승을 거두고 1~2차전을 모두 이겼다.

2차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지난 2018년 12월 이후 6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었지만 김 감독은 공격을 다듬고 선수들을 뭉치게 한 끝에 결승전 두 판을 모두 이겼다.

베트남은 2008년에 이 대회 정상에 처음 올랐으며 박항서 감독이 이끌던 2018년에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준결승과 결승에서 각각 물리치고 10년 만에 정상 탈환을 이뤘다.

김 감독이 베트남에 AFF컵 3번째 트로피를 선물했다.

지난 5월 부임한 김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결승에 오를 경우 베트남축구협회의 신임을 받는 상황이었다. 결승 진출을 이룬 것은 물론 우승컵까지 획득하면서 동남아 'K-감독' 역사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올렸다.

특히 베트남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 4전 전승에 이어 준결승 두 경기와 결승 두 경기까지 모두 이기며 8전 전승의 퍼펙트 우승을 연출했다.

2차전에서 베트남은 전반 초반 선제골을 터트리며 합산 스코어를 3-1, 두 골 차로 벌렸다. 아크 정면으로 연결된 볼을 공격수 팜 뚜언 하이가 어려운 동작에서도 아크로바틱한 동작으로 왼발에 갖다 대 방향을 바꿨다. 볼은 홈팀 골키퍼 파티왓 캄마이를 지나 골망을 출렁였다.

하지만 전반 28분 수비진에서의 패스 미스 하나가 실점으로 연결됐다.

페널티지역 바로 앞에서 나온 실수를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풀럼 아카데미 출신인 태국 2선 공격수 벤 데이비스가 오른발 다이렉트 슛으로 연결해 1-1 동점포로 완성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베트남은 공격의 핵심인 브라질 귀화 선수 응우옌쑤언손이 전반에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대형 악재를 맞았지만 굴하지 않았다.

응우옌쑤언손은 전반 32분 오른쪽에서 컷백을 넘기는 과정에서 스스로 넘어지더니 오른쪽 다리에 통증을 호소했고, 결국 응우옌띠엔린과 교체됐다.

동점골이 들어간 뒤 주도권은 태국이 잡았고 베트남은 역전골을 내주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결국 전반은 1-1 동점으로 끝났다. 1~2차전 합산 스코어 3-2로 베트남이 앞선 가운데 마지막 45분을 앞두게 됐다.

후반은 반전에 대반전이 이뤄진 명승부였다. 추가시간이 무려 20분이나 주어지면서 65분 승부가 됐다.

후반 들어 합산 점수 동점을 만들기 위해 높은 점유율로 경기를 주도하던 태국은 후반 19분 수파촉 사라찻의 그림 같은 중거리포가 터져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다만 이 득점은 비매너 논란이 나올 만한 득점이었다. 태국 선수가 그라운드에 쓰러져 베트남 선수들이 공격하다 터치라인 아웃시킨  뒤 태국에 스로인이 주어졌는데 베트남 선수들은 당연히 태국 선수들이 자신들에게 공을 넘겨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수파촉은 아크 왼쪽 먼 곳에서 오른발 중거리슛을 쐈고 이게 그림 같이 날아가 득점이 됐다.

태국이 2차전에서 2-1로 뒤집으면서 1~2차전 합계 3-3이 된 골이었기에 베트남 입장에선 정말 뼈아픈 순간이 됐다.

태국 선수들이나 태국 대표팀을 이끄는 일본인 지도자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은 미안한 표시도 없이 자축 세리머니하기 바빴다.

그러나 베트남의 정의는 살아이었다.

태국 미드필더 위라텝 뽐판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승부의 흐름이 다시 한번 요동친 것이다.

전반 13분 한 차례 옐로카드를 받았던 뽐판은 후반 29분 연달아 두 차례나 거친 태클로 베트남 공격진을 저지했고, 주심은 주저 없이 두 번째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후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태국의 자책골이 나왔다. 후반 38분 팜뚜언하이가 왼쪽에서 날린 오른발 땅볼 슈팅이 태국 수비수 판사 헴비분의 오른발을 맞고 골대로 들어갔다.

이대로 2차전이 2-2로 끝나면 1~2차전 합산 점수에서 베트남이 4-3으로 이겨 우승하게 된다.

후반 추가시간이 무려 15분이나 주어졌고 태국을 수적 열세 속에서도 안간힘을 다했다.

베트남이 오히려 태국의 공세를 영리하게 활용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태국은 골대까지 비워가며 마지막 코너킥 공격에 나섰으나 불발됐다. 후반 65분 베트남 응우옌하이롱이 빈 골대를 향해 장거리 슈팅을 날려 베트남의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한국-독일 맞대결에서 독일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골문을 비우고 공격하는 사이 주세종이 볼을 가로채 골문으로 길케 찼고 이를 손흥민이 마무리한 것과 비슷했다. 

응우옌하이롱의 골로 승부는 사실상 끝났다. 김 감독은 터치라인에서 뛰쳐나와 우승 감격을 누렸다.

베트남과 태국은 동북아시아 한국과 일본처럼 축구를 놓고 동남아 패권을 끊임 없이 다투는 라이벌이다. 태국을 누르고 우승한 터라 베트남 축구팀은 물론, 베트남 국민들의 기쁨이 더 크게 됐다.

김 감독 입장에서도 태국 사령탑이 일본을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이라는 점에서 기쁘게 됐다.

김 감독은 전북 현대 감독으로 2021년 K리그1 우승, 2022년 FA컵(현 코리아컵) 우승을 일궈낸 적이 있다.

이시이 감독은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 감독으로 재직하던 2016년 1부리그 우승과 일왕배 우승을 동시에 일궈낸 적이 있다. 2016년 클럽 월드컵 준우승까지 이끌면서 명성을 높였다.

이날 결승 2차전 만큼은 김 감독이 승부와 매너에서 모두 이겼다.

사진=연합뉴스 / 베트남축구협회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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