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의 이코노믹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되면 원화가치 20% 상승할 수 있어

2025. 1. 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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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하는 원화가치, 향후 전망은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2024년 말 원-달러 환율이 1472.3원으로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비상계엄과 탄핵 등 국내 정치적 불안이 원화 가치 하락의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불안 요인이 해소되면 원화가치는 20% 정도 상승할 수 있다.

원-달러 환율에 바로 영향을 주는 변수는 달러 인덱스와 일본의 엔화나 중국의 위안화 등 상대국의 환율이다. 이 외에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나 경상수지도 환율 변동을 초래하는 요인이다.

「 적정 원-달러 환율 1220원 추정
세계금융위기 이후 가장 저평가

미국 성장 둔화, 달러 약세 예상
엔화 상승 전망, 원화 안정 요인

위안화 절하 가능성 불안하지만
경상수지 흑자 확대, 긍정 요인

이들을 설명변수로 원-달러 환율을 종속변수로 회귀 분석해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을 추정해볼 수 있다. 분석 대상 기간은 2001년 1월부터 2024년 12월이다. 2024년 12월 말 이들 변수로 추정한 적정 원-달러 환율은 1219.9원으로 나타났다. 실제 환율은 1472.3원을 기록했다. 원화가치가 20.7% 저평가된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9년 2월 원화가치가 29.0% 저평가된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 가장 저평가됐다.

올해 상반기 달러 인덱스 하락할 듯
오는 20일 들어설 ‘트럼프 2.0’ 시대에 대한 불확실성과 더불어 국내 정치 불안이 원화가치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언제 어떻게 해소될지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경제적 요인으로만 보면 시간이 갈수록 원화가치는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원-달러 환율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 변수는 달러 인덱스다. 이는 유로화 등 주요 선진국 6개 통화로 구성된 외환 바스켓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하나의 척도다. 달러 인덱스는 2022년 10월에 113.31을 기록한 뒤, 2년 이상 100에서 110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다. 2024년 말에는 108.49였다. 앞으로 달러 인덱스가 110 이상으로 올라가며 장기적으로 상승할지 아니면 100 이하로 떨어지며 하락 추세로 접어들 것인가의 갈림길에 있다. 나는 후자의 확률이 60% 이상으로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은 크게 둔화하거나 2분기 전후에 마이너스 성장할 수 있다. 1980년 이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장·단기 금리 차(미 국채 10년물과 2년물 수익률 차이)가 역전되고 난 뒤 예외 없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졌다. 장·단기 금리 차가 2022년 7월부터 역전됐지만(2024년 9월부터는 정상화), 아직 경기 침체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실업률이 오르면서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소비가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1950년 이후 장기 통계에 따르면 실업률의 12개월 이동 평균이 상승세로 전환한 뒤 예외 없이 미국 경제에 침체가 왔다. 실업률 이동 평균이 2023년 6월을 저점(3.56%)으로 2024년 11월에는 3.99%까지 상승했다. 실업률이 올라가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뒤따라 소비가 줄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69%를 차지하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지만, 2024년 상반기 이후에는 장기 추세선을 밑돌고 있다. 소비가 줄면 실업률이 더 오를 수 있다. 미국 고용은 지나칠 정도로 탄력적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비농업 부문에서 고용이 2189만 명 줄었다. 그 이전 거의 10년 동안 늘었던 일자리가 단 2달 사이에 사라진 셈이다. 실업률도 2020년 2월 3.5%에서 4월에는 14.7%로 급등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소비 감소나 실업률 상승으로 시장금리와 더불어 달러 인덱스가 하락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금리 하락은 한·미 금리 차 축소로 이어져 원화가치 상승 요인이 될 것이다.

원화·엔화 환율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중장기적으로는 달러 인덱스가 100 이하로 하락할 확률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10월 세계경제 전망에서 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4년 26.5%에서 2029년에는 25.4%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에 미국의 GDP 비중과 달러 인덱스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5년간 달러 인덱스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 확대도 달러 인덱스 하락 요인이다. 미국의 대외순부채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16.7%에서 2024년 3분기에는 80.3%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연방 정부 부채도 GDP 대비 89.9%에서 120.7%로 증가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세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중 달러 비중은 2000년 71.1%에서 2010년 62.2%, 2024년 3분기에 57.4%로 줄었다. 특히 중국이 미 국채를 팔고 금을 사고 있다. 2013년 말 1조 2700억 달러였던 중국의 미 국채보유액은 2024년 10월 말에는 7601억 달러로 줄었다. 미국으로 외국인의 직접투자나 증권 투자자금 유입이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달러 인덱스는 하락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엔-달러 환율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2010년 1월에서 2024년 12월 통계로 보면 이 두 환율 사이에 상관계수는 0.75로 높다. 2024년에 엔화가치가 11.5% 하락하면서 원화 가치 하락(14.3%)에 영향을 줬다. 그러나 2025년에는 엔화가치가 상승하며 원-달러 환율 안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엔-달러 환율 변동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가 미국과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 차이다. 2010~24년 통계로 분석해보면 엔-달러 환율과 미·일 국채수익률 차이의 상관계수는 0.71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앞으로 미·일 금리 차는 점차 축소될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금리를 인하하는 반면 일본은행은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위안화 상승 시 원화도 제자리 찾을 듯
위안-달러 환율도 원-달러 환율에 큰 영향을 준다. 2010~24년 두 변수 사이의 상관계수는 0.77로 높다. 트럼프 2.0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전개 양상에 따라 위안-달러 환율 전망은 달라질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산 수입 상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면서 대응할 것이다. 이 경우 위안-달러 환율은 7.5위안을 넘어서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을 웃돌 전망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그러나 미국과 중국이 협상을 통해 위안화 강세를 유도할 수도 있다. 트럼프 1기의 높은 관세부과에도 미국의 대외 부문은 개선되지 않았다. 특히 중국의 지적 재산권 침해와 불공정 무역 관행, 무역수지 적자를 이유로 2018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수차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지만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줄어들지 않았다. 2017~21년 미국의 연평균 대중 무역적자는 3597억 달러로, 그 이전 5년(2012~16년) 평균인 3379억 달러보다 늘었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 상승을 유도해 소비를 부양할 수 있다. 금융위기로 2009년 미국 경제가 마이너스(-) 2.5% 성장하며 세계 경제도 1980년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0.1%)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는 2009년 9.4%, 2010년 10.6% 성장하며 세계경제의 극심한 침체를 막았다. 당시 중국 경제가 높은 성장을 한 것은 투자가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2010년에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세계 평균 비중은 22% 정도였지만, 중국은 47%였다. 중국이 투자 중심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GDP 대비 기업 부채 비율은 2008년 93.9%에서 2016년에는 159.5%까지 급증했다. 2024년 3분기에는 그 비율이 142.5%로 줄었지만, 중국 경제는 여전히 과잉 투자의 후유증을 겪고 있다. 중국의 기업과 은행이 부실해진 것이다.

2024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3%에 그칠 정도로 중국 경제는 디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도 투자 중심에서 소비 중심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GDP에서 가계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 34.6%에서 2023년에 39.2%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위안화 가치 상승은 중국 경제를 소비 중심으로 성장할 계기를 마련해주고 이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일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미·중이 관세 전쟁 대신에 환율 조정을 선택할 수 있다. 이 경우 원화 가치는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원-달러 환율, 1220원보다 낮아질 수도
여기다가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전망(2024년 11월)에서 2024년에 경상수지가 900억 달러, 2025년에는 8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직접투자나 증권투자 등 금융계정을 통해 해외로 유출되고 있어 경상수지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줄고 있지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여전히 원화 가치 상승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해보면 2024년 말 적정 환율은 달러당 1220원 정도다. 앞으로 예상되는 달러 인덱스 하락 등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그보다 낮아질 수 있다. 국내 정치적 불안이 어느 정도 해소될 조짐이 보이면 환율은 경제 기본 여건을 반영할 것이다. 1400원대의 환율이 ‘뉴노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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