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은 추경 압박…국채발행 늘리면 기업 이자부담 커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압박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재정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며 재차 추경을 요구했다. 탄핵 정국과 별개로 민생과 경제 회복 키워드를 선점해 외연을 확장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도 새로운 정책을 만들 여유가 없는 만큼 조기 추경이 올해 ‘최상목표’ 경제정책 1호 카드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이를 공식화하는 것은 아직 신중한 입장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추가 경기보강 방안을 찾겠다”고 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추경’을 언급하지 않은 게 그 예다.
여기에는 이른바 ‘재정 딜레마’라는 고민이 깔려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5일 “추경을 위해 국채를 발행하면 결국 국채 금리가 올라가고, 이는 시중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민생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해 재정을 써야 한다는 입장과, 정부부채가 많아지면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 충돌한다. 1분기 상황을 보면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사상 최대인 197조6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지난해보다 약 25%(39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국채 공급이 많아지면 채권 가격은 하락(금리는 상승)하는데, 이는 순차적으로 기업·가계·자영업자에 이자 부담을 늘린다. 초우량물로 꼽히는 국채가 대거 발행되면 채권시장 자금을 빨아들인다는 것도 문제다. 기업들의 자금 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매도세로 국채 금리는 이미 상승세다. 기재부의 국채시장 통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국채(선물 3~30년물 기준)를 15조8949억원어치 순매도했다. 11월만 해도 13조원 순매수했는데,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달 4일부터 거세게 팔아치우는 모습이다. 특히 올해 발행 국고채 가운데 약 80조원은 적자국채다. 예상되는 세입(들어오는 돈)보다 세출(나가는 돈)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순수 ‘빚’이 되는 채권을 말한다. 채무에 상응하는 국가 자산이 없기 때문에 결국 미래 국민이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채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추경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재정 우려에는 공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어려운 만큼 빠른 추경이 필요하다”면서도 “당장 큰 규모보다는 감액한 4조원 규모로 1차 추경을 하는 게 정부의 재정계획에도 부담되지 않고 적합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재정 부담도 큰 만큼 예산이 집행되는 걸 지켜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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